예전에는 등산애호가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힘들게 산에 올라 땀범벅이 되는 것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등산에 대한 회의론적 관점은 한 달 전의 운악산 산행을 계기로 180도 바뀌어 버렸다.
등산의 유익함은 책이나 이론이나 강의로써가 아니라 실제 산행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땀에 흠뻑 젖은 몸 깊은 곳 어딘가에서 생기가 진동하고 의욕이 샘솟는 묘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은 오로지 산에 들어선 자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등산의 가시적인 효과는 체중 감량이다. 1주일 전에 검단산에 다녀온 후 몸무게가 1.5KG나 줄어들었다. 검단산을 다시 찾았다.
2016/07/11 - [여행] - 포천 운악산(2015.06): 경기 오악의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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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지난 주보다 덥고 습했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정상은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였다. 한껏 달궈진 나무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편의점에서 사온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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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햇볕과 습한 공기 때문에 한낮인데도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옜지만 검단산 정상의 조망은 다시 보아도 훌륭했다. 뛰어난 자질은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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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정상에는 차양막, 간이의자, 간이테이블을 갖추고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이동식 판매대가 있다. 비정기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지난 주에는 보지 못했는데 이날은 성업 중이었다.
아이스크림은 한 개에 천 원. 편의점의 판매가가 대략 오백 원이니 제품가에 맞먹는 운반비가 붙은 셈이다. 산 밑에서 이곳까지 아이스박스를 짊어지고 오는 수고로움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간다. 비비빅·보석바 등 네댓 가지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나의 선택은 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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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량덩어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기껏 땀 흘려 정상에 오른 보람은 없겠지만 이날만큼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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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가고 있는데 예쁜 산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내려앉았다. 나와의 거리는 2~3미터 내외. 내가 다가갔는데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빛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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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미터 근처까지 다가갔는데도 산새는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런 산새는 처음 보았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달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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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앉은 모습을 몇 컷 찍었더니 산새는 길 옆 둔덕의 나무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그곳에서도 한참 머무르던 산새는 기어코 하늘로 날아 올랐다. 전생에 너와 나, 인연이라도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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