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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하남 검단산(2015.08): '메로나'를 먹다

by AOC 201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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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등산애호가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힘들게 산에 올라 땀범벅이 되는 것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등산에 대한 회의론적 관점은 한 달 전의 운악산 산행을 계기로 180도 바뀌어 버렸다.

 

등산의 유익함은 책이나 이론이나 강의로써가 아니라 실제 산행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땀에 흠뻑 젖은 몸 깊은 곳 어딘가에서 생기가 진동하고 의욕이 샘솟는 묘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은 오로지 산에 들어선 자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등산의 가시적인 효과는 체중 감량이다. 1주일 전에 검단산에 다녀온 후 몸무게가 1.5KG나 줄어들었다. 검단산을 다시 찾았다.

2016/07/11 - [여행] - 포천 운악산(2015.06): 경기 오악의 으뜸

 

 

 

날씨는 지난 주보다 덥고 습했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정상은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였다. 한껏 달궈진 나무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편의점에서 사온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마셨다.

 

 

 

강한 햇볕과 습한 공기 때문에 한낮인데도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옜지만 검단산 정상의 조망은 다시 보아도 훌륭했다. 뛰어난 자질은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처럼.

 

 

 

검단산 정상에는 차양막, 간이의자, 간이테이블을 갖추고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이동식 판매대가 있다. 비정기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지난 주에는 보지 못했는데 이날은 성업 중이었다.

 

아이스크림은 한 개에 천 원. 편의점의 판매가가 대략 오백 원이니 제품가에 맞먹는 운반비가 붙은 셈이다. 산 밑에서 이곳까지 아이스박스를 짊어지고 오는 수고로움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간다. 비비빅·보석바 등 네댓 가지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나의 선택은 메로나.

 

 

 

고열량덩어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기껏 땀 흘려 정상에 오른 보람은 없겠지만 이날만큼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정상에서 내려가고 있는데 예쁜 산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내려앉았다. 나와의 거리는 2~3미터 내외. 내가 다가갔는데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빛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1미터 근처까지 다가갔는데도 산새는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런 산새는 처음 보았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달라는 듯했다.

 

 

 

길에 앉은 모습을 몇 컷 찍었더니 산새는 길 옆 둔덕의 나무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그곳에서도 한참 머무르던 산새는 기어코 하늘로 날아 올랐다. 전생에 너와 나, 인연이라도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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