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중부지방의 단풍은 절정이었다. 일주일 남짓이면 단풍의 클라이맥스는 끝나는 게 상식. 마음이 급해졌다. 서울 근교의 단풍 명소가 너무 많아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포천 국립수목원으로 정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고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서울에서 가깝다는 점이 이유였다.
자칫 올가을 단풍 구경을 망칠 뻔했다. 국립수목원 가기 전날, 관람정보라도 얻을까 해서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사전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예약을 시도했는데 예약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계속 에러가 발생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접속 성공했지만 잔여 입장권이 0. 평일 사전예약 가능인원이 5,000명이었다. 😨
몇 시간 지난 후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재접속했더니 잔여 입장권이 24? 숫자를 봐서는 단체 여행객이 취소한 듯했다. 사전예약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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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이른 아침 뽀얀 안개에 뒤덮인 국립수목원의 첫인상은 아늑함이었다. 주차장은 매우 넓었는데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조금 들릴 뿐 주위는 고요했다.
매표소 옆에는 사전예약자용 발권기가 있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발권. 잠시 후 네댓 명의 사람들이 발권기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표가 안 나온다며 매표소에 항의했다.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매표소 직원의 응답. 일부러 아침 일찍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그들은 거세게 항의했지만 바위처럼 일관된 매표소 직원의 태도에 기가 한풀 꺾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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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도를 받았지만 수목원이 워낙 방대하여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발길 가는 대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매표소를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대략 이런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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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으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다가
▲ 늦가을의 정취에 푹 젖어든 오솔길에 접어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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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국립수목원의 핫플레이스인 "육림호"가 나타난다. 육림호 자체 둘레길은 짧지만 운치가 있었다. 육림호 수면에 비친 나무들의 반영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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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림호 근처에는 눈길을 확 잡아끄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었다. 은행잎이 어찌나 노랗게 물들었던지 이게 바로 노란색의 원형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은행나무는 1970년 4월 5일 제25회 식목일에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 식수하였다고 한다. 그를 생각하면 늘 처연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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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림호 둘레길로 다시 나와 쉼터정원을 거쳐 전나무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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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4월 5일 1.5ha의 산지에 전나무와 잣나무를 조림한 곳이다. 이곳이 시발점이 되어 전국으로 나무심기사업이 전개되었고 산림녹화 성공을 이끌었다. 산마다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이 결코 저절로 자라난 게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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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박근혜 대통령 기념 조림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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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육장. 백두산 반달가슴곰이라고 한다. 인기척을 느낀 곰이 껑껑 울부짖으며 다가와 잠시 애교를 부리더니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먹을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아마 이곳을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그리 습관을 들였겠지. 근처에는 늑대 우리와 호랑이 우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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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내려와 평지에 조성된 정원을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산림박물관 근처인 것 같았는데 현재 위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가을 풍광이 훌륭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처음에 걸었던 블록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숲길에는 뜸했던 사람들이 이곳에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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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노란색 원복을 맞춰 입은 아이들도 있었다. 아침에 대부분 비어 있던 주차장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포천 국립수목원은 기대했던 것의 150%를 보여주었다.
요약
1. 호젓한 가을 산책의 최적지
2. 육림호 은행나무는 꼭 들를 것
3. 사전예약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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