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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부안 수성당(2015.05): 개양 할머니와 카리브디스

by AOC 201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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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항에서 수성당(水聖堂)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격포항에서 변산해변로를 북쪽으로 따라가다보면 죽막마을이 나온다. 수성당은 죽막마을 바닷가 벼랑 위에 위치하고 있다.

 

오래 전 이곳에 왔던 적이 있었다. 흐린 날씨 탓이었을까, 그때 마주했던 수성당은 삭막하고 섬뜩한 무속 지대(巫俗 地帶)였다.

 

 

 

 

수성당은 단칸 기와집인 당(堂)집이다. 최초 건립 연대는 미상(未詳)이며 현재 건물은 1996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수성당 옆 돌탑

 

 

 

 

바다 저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섬이 "임수도"이다.

 

수성당과 임수도 사이의 바다는 역동적이면서도 흉포하다.

 

효녀 심청이 뛰어든 인당수가 임수도 근해라는 설이 있다.

 

 

 

 

무분별한 접근이 금지된 성스러운 곳이었지만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이곳에 모셔져 있던 개양 할머니 영정은 1960년대 초에 도난되었다.

 

 

 

 

수성당

 

 

개양 할머니는 수성당 옆 여울굴에서 나와 서해를 열고 딸 여덟을 낳았다.

 

일곱 딸은 칠산(七山)바다 일곱 섬에 시집 보내고 자신은 막내딸과 수성당에서 살았다.

 

이곳은 개양 할머니와 여덟 딸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의 구낭사(九娘祠)라고 불리다가 어민들이 개양 할머니를 바다의 성인(聖人)으로 받들어 모셨다 하여 수성당(水聖堂)이라 불리게 되었다.

 

개양 할머니는 키가 몹시 커서 나막신을 신고 서해를 걸어 다니면서 깊은 곳은 메우고 위험한 곳은 표시하여 어부들의 안전을 돌보았다.

 

개양 할머니가 곰소 앞바다의 '게란여'에 이르렀을 때에 이곳이 어찌나 깊은지 개양 할머니의 치맛자락이 물에 젖었다.

 

화가 난 개양 할머니가 흙과 돌을 치마에 가득 담아 게란여에 쏟아부었지만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깊어서 "곰소 둠벙처럼 깊다"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시누대

고려·조선 시대에 화살대로 사용되던 대나무 군락이다. 해장죽(海藏竹)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시대에는 이 지역 관전(官田)에서 이곳 대나무로 화살대를 대량 생산하였다. 다른 곳으로 보낼 대나무를 보관하던 죽막(竹幕)이 있었다고 하여 이곳 주변을 '죽막동'이라고 불렀다.

 

 

 

 

대마골여우골

 

수성당 아래 절벽 사이에는 시커먼 굴이 있다. 바닷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어두컴컴한 절벽은 그리스 신화의 카리브디스를 연상시킨다. 개양 할머니가 서해를 열고 여덟 딸을 낳기 위해 나온 대마골여우골이다.

 

죽막동 대막골에 살던 착한 형제가 도인(道人)으로부터 황금부채를 받았다는 전설도 있다. 형제는 대마골여우골에서 뛰쳐 나온 철마(鐵馬)를 타고 왜구가 쳐들어오면 황금부채로 폭풍우를 일으켜 왜구들의 배를 침몰시키고 어부들이 풍랑을 만나 곤경에 처하면 황금부채로 바람과 파도를 잠재웠다고 한다.

 

 

 

 

수성당과 적벽강은 지척이다. 자동차들이 서 있는 공터에서 위로 올라가면 수성당,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적벽강이다.

 

 

 

 

바다 건너 변산 대명리조트가 보인다.

 

1992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수성당 일대에서 많은 유물들을 출토하였는데 일부 유물의 제작연도가 선사시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격류가 흐르는 변산반도 앞바다는 옛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서해로 나아가는 지아비들의 조각배를 바라보며 개양 할머니에게 빌고 또 빌었을 아낙네들의 처절하고 가련한 마음이 수천 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곳이 바로 수성당(水聖堂)인 것이다.

 

오래 전의 수성당은 알 수 없는 섬뜩함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다시 찾은 수성당은 애달픈 한(恨)이 어린 곳이었다.

 

다음 행선지는 '적벽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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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강 입구 공터에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는 게 현명하다. 공터~수성당 사잇길은 자동차 한 대 지나가기에도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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