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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부안 격포항·채석강(2015.05): 닭, 지네, 족제비

by AOC 201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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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항마을에서 격포항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이다. 따가운 봄 햇볕에 변산반도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채석강은 격포항 닭이봉의 층암절벽과 그 일대를 가리킨다.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편마암의 기저층 위에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해식단애가 수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와층을 구성하고 있다.

 

채석강(彩石江)은 시성 이백(詩聖 李白)이 뱃놀이를 하다가 강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잡으려다 익사했다는 중국의 명승지인데 격포항 닭이봉 일대가 중국 채석강에 비견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실길 입구

마실길 입구 오른편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닭이봉'이다.

 

 

 

 

 

닭이봉 (출처: 격포항 닭이봉 안내판)

채석강을 우산처럼 받치고 서 있는 우뚝 솟은 산이 '닭이봉'이다.

격포 마을의 지형이 지네형국으로 되어서 마을에 재앙이 끊이지를 않자

지네와 닭이 상극이라는 것을 알아낸 마을 사람들은

족제비 석상을 만들어 사투봉에 세워 닭이봉을 마주 보도록 하였다.

그 후부터 마을에 재앙이 없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닭이봉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낙조는 한폭의 그림이다.

 

 

 

 

 

묘하게 이해가 안 가는 설명이었다. 몇 번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은 뜻이었다.

 

 

 

 

닭이봉 전설

 

오래전 격포 마을에 재앙이 잦았다.

 

마을사람들은 풍수학(風水學)으로 재앙의 근원을 따져보았다.

 

격포 마을은 지네 형상이고, 닭이봉은 닭 형상[각주:1]이다.

 

닭은 지네를 쪼아서 잡아먹는다.

 

닭이봉의 기운이 격포 마을의 기운을 침범하는 격이다.

 

닭이봉을 허물어 없애지 않는 한 우환은 끊이지 않을 것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겠지만 그들이 작정하고 허물었더라면 희대의 절경이 사라졌을 것이다.

 

한 노인이 나서서 말하였다.

 

닭이봉을 허물려고 들면 도리어 이 마을이 망하고 말 것이다.

 

마을을 사이에 두고 닭이봉을 마주보고 있는 사투봉[각주:2]에 닭을 잡아먹는 족제비의 석상을 세워 둔다면 닭이봉의 기운을 능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 닭이봉 때문에 노망이 나신 게야.

 

- 바위를 깎아 족제비를 만들자니 제정신이신가.

 

-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집에 가서 가만히 계시면 좋을 것을.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거렸다.

 

노인의 지혜는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경험의 산물이다.

 

촌장은 솜씨 좋은 석공(石工)에게 족제비 석상을 주문하였고, 석공은 바위 한 덩어리를 살아있는 듯한 족제비로 바꿔놓았다.

 

마을 장정들이 족제비 석상을 사투봉 위에 올려놓으니 재앙이 멈췄다.

 

흥겨운 잔치 소리가 마을 앞바다까지 울려 퍼지는데도 족제비 석상을 일러준 노인은 마당에서 고기잡이 그물을 조용히 매만질 뿐이었다.

 

 

 

 

격포항에서 채석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제법 큰 항구답게 격포항에는 수많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마실길이 중간에 이르자 웅장한 해식단애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실길 끝에는 채석강 입구 계단과 광장이, 광장 한쪽에는 매점과 채석강 안내판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니 해식단애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크고 묵직한 테트라포드(Tetrapod)들이 방파제 주위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닭이봉 해식단애와 그 일대는 채석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절경이었다. 가파른 절벽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행운

이런 걸 두고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채석강 일대의 바닷물은 하루 두 차례만 빠진다. 그 외에는 마실길에서 닭이봉 일부를 바라만 봐야 한다. 채석강 일대를 찬찬히 감상하고나자 바닷물이 조금씩 밀려들어왔다. 격포 방파제로 향했다.

 

 

 

 

격포 방파제에서 바라본 채석강

 

 

 

 

격포 방파제 바닷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파도도 덩달아 사납게 일렁였다. 인간들의 힘과 의지와 노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격포 방파제 안내판

 

 

 

 

격포 방파제 끝에서 바라본 격포항

 

격포항 왼쪽에도 산책로가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음 행선지는 '수성당(水聖堂)'이었다.

2016/07/06 - [여행] - 부안 수성당(2015.05): 개양 할머니와 카리브디스

 

 

  1. 닭 볏의 형상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본문으로]
  2. 궁항마을 뒷쪽 봉우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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