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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담양 소쇄원(2015.05): 자폐의 공간

by AOC 201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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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영정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극찬한 "소쇄원"이었다. 식영정에서 소쇄원은 자동차로 2분 거리이다.

 

 

 

 

주차장의 소쇄원 대형 안내도

 

 

 

 

다년 간의 여행 경험에 따르면 관광명소의 연혁 · 의의 · 미학적 가치만큼 중요한 것이 관람가능시간이다.

 

 

 

 

자죽총(紫竹叢)

 

 

 

 

소쇄원 입구

 

 

 

 

입구에 서 있던 고목(枯木). 나무의 기능을 상실하고 운치를 얻었다.

 

 

 

 

정천(頂泉)

 

오곡문(五曲門) 밖에 있는 우물이다. 우물에 돌을 넣지 말라는, 낯설지 않은 안내문을 여기서도 보게 되니 기분이 씁쓸했다.

 

 

 

 

유홍준 교수가 가리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공미의 절묘한 연출"이라고 일컬은 "소쇄원 괸돌"

 

 

 

 

매대(梅臺)

 

돌과 황토와 기와가 어우러진 담장의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 梁公之廬)"라는 글씨가 멋스럽다. 소쇄처사[각주:1] 양공의 오두막이라는 뜻이다.

 

 

 

 

제월당(霽月堂)

 

"제월(霽月)"은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을 뜻한다.

 

마루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누워 잠든 사람들로 제월당 마루가 북적거렸다. 소쇄원은 국가 사적 304호이지만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고 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집은 거주기능을 제공하는 인간생활의 필수재이지 시각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이 들고나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줄 때에 집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절로 튼튼해진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집은 쇠약해져 허물어질 따름이다.

 

 

 

 

식영정과 마찬가지로 아궁이에 군불을 땐 흔적이 보였다.

 

 

 

 

협문

 

제월당과 광풍각 사이에 있는 문이다. 협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똑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광풍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광풍각(光風閣)

 

"광풍(光風)"은 비가 갠 뒤에 해가 뜨며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을 뜻한다.

 

 

 

 

소쇄원을 나서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서술된 대로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소쇄원을 돌아본 느낌은 "극단적 폐쇄성"이었다.

 

조선 중종 대 조광조의 문하생이었던 양산보는 조광조가 기묘사화(己卯士禍)로 죽임을 당하자 낙향하여 고향에 은둔하고자 소쇄원을 지었다.

 

소쇄원은 숲·물길·연못·폭포 등의 축소판들이 어우러진 일종의 가상세계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정성스럽게 꾸민 숲·물길·연못·폭포라고 하더라도 실제 숲·물길·연못·폭포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담양에는 절경(絶景)이 수두룩하다. 양산보의 행태는 금강산을 뒷산으로 한 집주인이 마당에 흙과 자갈과 연못으로 금강산의 모형을 만들어 놓고 금강산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금강산 모형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에 비길 수 있다. 왜 그랬을까.

 

자기폐쇄. 자기 세계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않겠다는 그의 자폐의식이 소쇄원에 투영된 것이다.

 

소쇄원은 사방이 산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쇄원에 들어서면 소쇄원 안의 세상만 보일 뿐이고 소쇄원 밖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양산보의 작은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소쇄원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추구한 곳이 아니다. 마음을 닫아 걸은 사내의 집념이 구현된 "작은 별세계"이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인공 극대화(人工 極大化)의 장(場)"이다.

 

 

다음 행선지는 '고창 청보리밭'이었다.

2016/07/03 - [여행] - 고창 청보리밭(2015.05): 황금 물결 · 푸른 물결의 바다

 

 

 

주소: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123 │ 전화: 061-381-0115

 

  1. 초야에 숨어 사는 선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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