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마곡사(2016.11): 춘마곡(春麻谷) 추마곡(秋麻谷)이라 불러다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봄에는 마곡사의 풍광이, 가을에는 갑사의 풍광이 으뜸이라는 뜻이다.

이 말대로라면 가을에 마곡사를 찾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그렇지만 내년 봄에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었고

갑사·황새바위성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늦가을 황량한 마곡사라도 보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곡사의 스산한 풍경. 완전한 오산이었다.

 

※ 마곡사

 

태화산 동쪽 산허리에 자리잡고 있다.

 

신라 보철화상(補綴和尙)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인 대중이 삼밭의 삼대처럼 많다 하여 마곡사로 불렸다고 한다.

 

백제 무왕 41년(640)에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하였고 고려 명종 때에 보조국사가 중수하고 범일대사가 재건하였으며 도선국사가 다시 중수하고 각순대사가 보수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세조가 이 절에 들러 영산전(靈山殿)"이라는 편액을 내렸다.

 

 

별다른 기대 없이 마곡사(麻谷寺)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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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갑사만큼 여유로웠지만 갑사와는 달리 주차비를 받지 않았다.

커피자판기 옆의 안내판(마곡사 가는 길)은 마곡사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았다.

주차장 주변은 시골 읍내의 풍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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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매표소로 가는 길은 보도(步道)와 차도(車道)의 구별이 없었다.

정오가 넘은 시각이라 다들 생업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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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출입통제소

일반차량은 바리케이드 너머로 들어갈 수 없다.

마곡사 신도증 소지자에 한해서 차량 출입을 허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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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상대성 원리를 제대로 간파한 잠언.

참고로 차량출입통제소에서 마곡사까지는 성인 보통 걸음으로 15~2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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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초등학교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서 가장 어여쁜 외관의 학교.

저기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학교 외관만큼 어여쁜 마음으로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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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마곡사 일주문

현판의 글씨는 여초 김응현(如草 金膺顯)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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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매표소. 입장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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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의 가을이 영수증 배경사진이었다.

봄과 가을에 맞춰 사진을 바꾸는 게 아니라면

마곡사가 가을에 결코 무력하지 않다는 방증(傍證)이었다.

방문도장이나 찍고 간다는 마음에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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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마곡사 길은 갑사 길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 개방감은 뛰어났지만 단조롭고 풍광이 떨어졌다.

아스팔트로 말끔히 포장된 도로는 거친 날씨에도 질퍽이지 않을 것이므로 좋아 보였다.

길을 따라 흐르는 냇물 소리가 산책의 지루함을 다소간 상쇄시켰다.

 

 

마곡사에 다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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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잠시 서서 마곡사를 바라보았다. 단풍나무들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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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 한참 넘은 시각이라 허기가 살짝 느껴졌다.

해탈문 앞 간이판매대에서 공주밤으로 만든 수제과자와 빵을 팔고 있었다.

종류별로 맛의 편차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입맛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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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해탈문

이 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며 해탈을 하고자 하는 원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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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해탈문

중앙 통로 양편에 금강역사상(金剛力士像), 보현 동자상(普賢 童子像), 문수 동자상(文殊 童子像)이 배치되어 있다.

금강역사는 무섭기보다는 다소 익살스러운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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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천왕문

해탈문 다음의 마곡사 두 번째 대문으로서 조선 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왕문 주위의 단풍나무는 갑사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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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 담장 건너편 단풍나무들의 색감은 갑사 단풍보다 한 수 위였다.

저 단풍잎을 만지면 내 손도 발갛게 물들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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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 사대천왕

해탈문 금강역사와 닮은 천왕(天王)이 몇 분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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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명부전(麻谷寺 冥府展)

마곡사 단풍의 하이라이트이자 최고 촬영 스팟이다.

명부전을 향해 다소곳이 머리숙인 단풍나무와 명부전 처마의 절묘한 하모니 앞에서, 마곡사의 가을을 백안시했던 내 자신의 경솔함과 편협함이 사무치게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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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冥府殿)은 지장보살(地藏菩薩)과 시왕(十王)을 모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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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地藏菩薩):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모두 구제할 것을 서원한 보살

시왕(十王): 사람이 죽으면 그가 지은 죄의 경중을 가리는, 지옥의 열 명의 왕. 그중 다섯 번째 왕이 염라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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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곡 추갑사라고들 하지만 춘마곡 추마곡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마곡사 가을과 갑사 가을의 우열을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명부전 단풍나무들은 수령(樹齡)이 상당해 보였고 크기와 높이가 범상치 않았다.

세월의 힘 덕분이었을까, 하나같이 단풍의 색감이 곱고 진하며 청아하여 예술품에 비견할 만한 나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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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앞마당의 단풍잎 웃는 얼굴(Smile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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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관통하는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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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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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 오층석탑(보물 제799호)

고려 말기에 원(元)의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탑으로서 금탑·다보탑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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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 오층석탑과 대광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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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상륜부에 머리장식으로 사용된 풍마동(風磨銅) 장식은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형태이다.

이 장식은 티벳과 네팔 일대에서 성행한 라마교의 불탑 형식이다.

기근이 닥치면 이를 3일간 막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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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대광보전(麻谷寺 大光寶殿)

 

※ 앉은뱅이 전설

 

앉은뱅이 사내가 부처님께 바칠 삿자리를 짜면서

앉은뱅이 신세를 벗어나게 해주신다면

부처님의 공덕을 평생 기리며 보시(布施)하겠노라고 기원했다.

 

100일 동안 삿자리를 짜며 기도를 하던 사내는

부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삿자리를 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망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그는 불상을 감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후로 사내는 오로지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삿자리 짜기에 몰두하였다.

 

삿자리를 완성하던 날

사내는 삿자리를 정성스레 법당에 깔고 공손히 법당을 물러나왔다.

 

법당의 모든 이가 놀란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두 다리로 법당에서 걸어나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단 한 사람, 앉은뱅이였던 사내.

 

앉은뱅이가 짰다는 삿자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당 안에 깔려 있었다고 한다.

대광보전의 현판은 조선 정조 때의 표암 강세황의 글씨이다.

강세황은 단원 김홍도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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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검당(尋劍堂)

심검(尋劍)은 "칼을 찾는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칼은 무명초(번뇌)를 끊는 반야검(般若劍, 지혜의 칼)을 의미한다.

현판 글씨는 조선 정조 때의 송하 조윤형(曺允亨)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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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대웅보전(麻谷寺 大雄寶殿, 보물 제801호)

임진왜란 때에 소실되었고 조선 효종 2년(1651)에 중수되었다.

외관상으로는 2층이나 내부는 단층구조로서 압도적인 규모와 위용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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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전각 내부에는 싸리나무 기둥 네 개가 있다.

이 기둥에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가면 염라대왕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 하고 묻는단다.

많이 돌았으면 극락으로 가는 길이 짧아지지만

아예 돌지 않았다면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들이 없는 여인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이 기둥을 안고 돌았을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언뜻 보기에도 기둥 네 개 모두 유리처럼 반들반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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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에 기대어 마곡사 경내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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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 답사를 마무리하고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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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의 삭발터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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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낙엽 사이에 외로이 놓인, 반쯤 붉게 물든 단풍잎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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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 삭발터

일본군 중좌를 죽이고 마곡사에 은신하던 선생은

하은당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선생은 백범일지에 출가 기록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뚝 떨어졌다.

이미 결심을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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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 삭발터 옆의 다리를 통해 시내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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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서 바라본 시내. 나무들의 반영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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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명상길

길이 넓고 평탄해서 더 걷고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내년 봄을 기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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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스테이 건물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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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너머의 김구 선생 삭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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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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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따라 마곡사 경내로 되돌아 내려갔다. 단풍만큼 갈대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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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冥府殿) 담장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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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말문이 닫히는 풍경이었다.

단풍나무의 수는 갑사보다 적지만 단풍나무의 퀄리티는 갑사를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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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루의 수면 반영(水面 反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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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문과 해탈문을 거슬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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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들의 몸집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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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입구에는 카페가 있다.

성스러운 사찰에 속세의 카페가 웬말이냐, 하고 오두방정 떨지 말자.

마곡사를 찾은 속세의 범인(凡人)에게 안식이 되어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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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다시 바라본 마곡사. 들어갈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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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시내에 걸쳐 풍성히 뻗은 갈대밭

 

갑사·마곡사 답사에서 얻은 깨달음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 → 추마곡 추갑사(秋麻谷 秋甲寺)

 

갑사·마곡사 답사에서 다진 결심

춘마곡 춘갑사(春麻谷 春甲寺) 여부를 내년 봄에 반드시 확인하자!

 

 

 

 

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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