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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공주 갑사·마곡사(2016.11): 가을풍경 전격비교

by AOC 2016.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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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公州)의 유서 깊은 사찰인 갑사와 마곡사를 두고

사람들은 흔히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 일컫는다

봄 경치는 마곡사가, 가을 경치는 갑사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올가을 두 사찰을 한날에 답사하며

여러 기준에 근거하여 갑사와 마곡사의 가을 풍경을 비교해 보았다

 

 

 

 

 

사찰까지의 드라이브 코스

뜬금없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는가?

 

목적지로 가는 동안 차창 밖에 펼쳐지는 주변 경치에 따라

여행자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한없이 줄어들기도 한다.

 

두 사찰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며

갑사로 갈 때의 출발점은 충남 부여였고

마곡사로 갈 때의 출발점은 충남 공주 황새바위성지였음을 밝혀둔다.

 

갑사로 가는 가을길과 마곡사로 가는 가을길은 확연히 달랐다.

운전 중이었으므로 도로 사진은 당연히 없다.

 

갑사

계룡 저수지와 갑사를 잇는〈갑사로〉는 秋甲寺에 대한 환상을 부채질한다.

계룡 저수지부터 2KM 구간은 단풍나무 가로수길이고

이후 2KM 구간은 은행나무 가로수길인데

둘 다 가을 정취를 물씬 뿜어내어 보는 이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는다.

 

마곡사

당진영덕고속도로의 마곡사IC로 빠져나와 약 7KM의 〈마곡사로〉를 지나야 한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갑사로〉의 가을과는 달리 〈마곡사로〉의 가을은 밋밋하고 황량하다.

번듯한 단풍나무 한 그루 없이 논과 밭과 야산만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주차장

두 사찰의 주차장은 모두 매우 넓지만

갑사 주차장보다는 마곡사 주차장이 더 깔끔하고 체계적인 느낌이다.

 

갑사 주차장은 일반 승용차 기준 3천원의 주차비를 받지만

마곡사 주차장은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

 

두 곳 모두 화장실이 있으나

갑사 주차장 화장실은 주차장 진입로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마곡사 주차장 화장실은 주차장 진입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갑사

매표소로 가려면 〈먹거리장터〉를 지나가게 된다.

식당뿐만 아니라 공주 지역 특산물인 밤과 은행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도 여럿 있다.

일반 차량의 통행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보행 중에 차량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먹거리장터~매표소 구간에는

잘 정비된 산책로, 형형색색의 단풍나무 군락, 다양한 조형물과 휴식시설 등이 있어

공원이나 수목원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마곡사

마곡사 또한 식당가를 지나가야 한다.

갑사와는 달리 식당과 상점이 2차선 차도(車道) 양옆에 바싹 붙어 늘어서 있다.

인도(人道)가 없으므로 보행 중 차량에 유의해야 한다.

 

차량출입통제소가 있다.

일반 차량의 진입은 금지하고, 사찰 관계자·신도 차량의 진입만을 허용한다.

통행 차량은 많지 않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므로 사찰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주의해야 한다.

 

매표소 가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지만 밋밋한 인상이다.

그나마 길 옆에 흐르는 시내가 단조로움을 상쇄시키며

시내 건너의 아기자기한 마곡초등학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매표소와 일주문

입장료는 갑사와 마곡사 모두 3천원(성인 기준)이다.

 

갑사 매표소는 일주문 바로 앞에 있고, 마곡사 매표소는 일주문을 지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갑사 일주문의 현판 글씨는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나라 근현대 서예 대가 중 하나인 여초 김응현(如草 金膺顯)의 작품이다.

강원도 인제에 그의 작품들이 보존·전시된 〈여초서예관〉이 있다.

 

 

 

 

※ 일주문이란?

 

사찰에 들어가는 산문(山門) 가운데 첫 번째 문이다.

일반 가옥은 네 기둥(四柱)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지만

일주문은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다.

 

일주(一柱)는 일심(一心)을 상징하며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씻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일주문은 사찰의 정문 역할을 하므로 현판에는 사찰 이름을 적는데

사찰 이름 앞에 사찰이 있는 산 이름을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ex) 계룡산 갑사, 태화산 마곡사, 오대산 월정사,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에서 사찰까지

갑사

일주문에서 갑사까지 약 2KM에 이르는 완만한 오르막길은

빼어난 가을 풍광으로 명성이 자자한 〈오리(五里)숲길〉이다.

갑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좌측 길은 사천왕문을 지나 갑사로 이어지며, 우측 길은 대적전을 지나 갑사로 이어진다.

 

 

마곡사

식당가에서 일주문까지 오는 길과 다를 바 없다.

사찰로 가는 길은 외길이므로, 시내를 옆에 끼고 포장도로를 계속 걸어가면 된다.

주차장부터 사찰 입구까지의 풍광은 확실히 秋甲寺에 밀리는 모양새다.

 

 

 

 

 

사천왕문

갑사

여타 사찰의 사천왕문과 대동소이하다.

 

 

마곡사

사찰 입구 → 해탈문 → 사천왕문 순이다.

사천왕문 앞의 해탈문에는 금강역사상, 보현동자상, 문수동자상이 있다.

 

사천왕문의 사천왕들은 무섭다기보다는 익살스러워 보인다.

 

 

 

 

첫인상

갑사

강당(講堂) 아래 뜰 전경. 왜 秋甲寺라고 불리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마곡사

왔던 길만큼 휑한 풍경이다. 꽤 큰 단풍나무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대웅전

갑사 대웅전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05호

원래 대적전 부근에 있었으나 정유재란 때에 소실되었고 선조 37년(1604)에 이곳에 다시 세웠다.

내부에는 삼신불괘불탱화(국보 제298호)와 석가여래 삼세불도(보물 제1651호)가 있다.

 

 

 

마곡사 대웅보전(보물 제 801호)

임진왜란 때에 소실된 것을 효종 2년(1651)에 중수하였다.

외관상 2층이나 내부는 단층이다.

 

 

마곡사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대웅보전과 함께 마곡사의 본전(本殿) 역할을 한다.

 

 

 

 

갑사 승탑(보물 제257호)

승탑은 승려들의 유골을 안장한 묘탑을 뜻하며, 우리나라에서는 9세기 초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다.

갑사 승탑은 고려 시대의 대표적 양식인 팔각원당형(八角圓堂形)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의 승탑 양식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마곡사 오층석탑(보물 제799호)

고려 말기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으며 금탑 또는 다보탑이라고도 불린다.

탑머리에 사용된 풍마동(風磨銅) 장식은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이다.

나라에 기근이 닥치면 이를 사흘 간 막아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사찰 관련 인물

갑사 영규대사

계룡산 갑사에서 출가하여 서산대사 휴정(休靜)의 제자가 되었다.

임진왜란 때에 승병을 최초로 조직한 승려로서 힘과 무예가 뛰어났다.

의병장 조헌(趙憲)과 함께 청주성을 탈환하였지만 금산성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갑사로 옮겨진 후 숨을 거뒀다.

 

마곡사 백범 김구 선생

일본인 장교를 살해하였지만 고종의 특사로 감형된 후 마곡사에 은거하였다.

이곳에서 하은당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나중에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으로서 항일독립투쟁을 지휘하였다.

 

 

 

 

 

전설

갑사 천진보탑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이 경북 구미에 신라 최초 사찰인 도리사(挑李寺)를 창건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던 중에 계룡산에서 상서로운 빛이 하늘로 뻗치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를 기이하게 여겨 빛이 시작되는 곳에 가보니 천진보탑(天眞寶塔)이 있었기에 그곳에 갑사를 창건하였다. (사람이 만든 탑이 아니라 탑 형상의 자연 암석임)

 

갑사 공우탑

정유재란 때에 불타 없어진 절을 중창할 때에 소 한 마리가 짐 나르는 일을 맡았는데

그 소에게 짐을 지워주면 가야 할 곳을 제가 알아서 다녀왔다고 한다.

중창이 끝난 후에 죽은 그 소를 위해 갑사 승려들이 세운 탑이다.

 

 

마곡사 대광보전 삿자리

겸허한 마음으로 만든 삿자리를 부처님께 공양한 앉은뱅이가 두 다리로 걷게 되었다고 한다.

삿자리는 지금까지 대광보전에 보관되어 있다.

 

마곡사 대웅보전 싸리나무 기둥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가면 염라대왕이 마곡사 대웅보전 안에 있는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 돌았는지 묻는다고 한다.

많이 돌았을수록 극락으로 가는 길이 짧아지지만, 아예 돌지 않았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Best Spot

갑사: 강당(講堂) 아래 뜰

오리숲길을 오르며 차곡차곡 쌓인 감동이 이곳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아침햇살에 영롱히 빛나는 단풍나무들의 앙상블에 여행자의 마음은 무너져내린다.

 

마곡사: 명부전(冥府殿)

갑사 단풍의 핵심이 주차장~오리숲길~갑사의 무수한 활엽수·단풍나무 벨트(Belt)라고 한다면

마곡사 단풍의 핵심은 명부전(冥府殿) 경내에 우뚝 서 있는 열 그루가 채 안 되는 소수정예 단풍나무들이다.

나무 하나 하나가 일당백(一當百)의 풍채와 기개를 갖추고 있어 이들만으로도 秋甲寺에 대적할 만하다.

 

 

 

 

 

총평

전체적인 가을 풍광은 갑사가 마곡사를 압도하지만

마곡사 명부전의 단풍은 그러한 열세를 단숨에 역전시킬 정도로 임팩트가 크다.

마곡사 명부전의 단풍나무만큼 웅장하고 품위있는 단풍나무는 본 적이 없다.

 

추갑사(秋甲寺)의 명성에는 일체의 과장이나 거짓이 없었지만

춘마곡(春麻谷)이라고 단정 짓기에 마곡사 명부전 단풍나무들이 실로 대단했다.

 

결론: 가을에는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가 아니라 〈추마곡 추갑사(秋麻谷 秋甲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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