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에서 마곡사로 가는 길에 황새바위성지가 있다. 이곳이 황새바위라고 불리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한 임금에게 아름다운 외동딸 공주가 있었다. 궁궐 너머의 세상이 궁금했던 공주는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산천을 떠돌았다. 어느 날, 신분이 밝혀져 궁궐로 붙잡혀온 공주를 임금은 하루빨리 혼인시키려고 하였다. 여성해방론자였는지 독신주의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을 안 공주는 궁궐에서 다시 도망쳐 당시에는 인적조차 없던 이곳 우성면 안양리로 숨어들었다.
공주가 또 사라지자 임금은 마음의 병을 얻어 몸져 누웠고, 꿈에서 아비에 대한 계시를 받은 공주는 이곳 바위에 올라 아비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올렸다(병 주고 약 주기). 공주의 기도 덕분이었을까, 쾌차한 임금은 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비다가 이곳에 도착하였는데 바위 위에 황새가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임금이 쏜 화살에 맞은 황새는 임금을 향해 절을 하더니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기이하게 여긴 임금이 가까이 가보니 자신이 쏜 것은 황새가 아니라 아비의 치유를 위해 밤낮으로 치성을 드리느라 황새처럼 비쩍 말라버린 공주였다. 임금은 비통에 젖어 이 바위를 황새바위라고 불렀다. 둥근 모양의 황새바위 한편에는 패인 홈이 있는데 거기서 공주가 아비의 치유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황새바위에는 슬픈 전설뿐만 아니라 피의 역사도 어려 있다.
조선 말 충청도 관찰사와 감영이 있던 공주로 잡혀온 천주교도들은 황새바위에서 목이 잘리어 죽고, 목매달려 죽고, 굶어 죽고, 매맞아서 죽고, 옥에 갇혀 죽었다. 덧붙이자면 이들의 죽음은 공주에서 멀리 떨어진 홍주와 해미에서 죽은 신자들의 죽음보다는 나은 것이었다.
홍주·해미 관아는 천주교도를 남형(濫刑)으로 다뤘는데 이곳으로 잡혀온 천주교도들은 쇠도리깨에 머리를 맞아 죽고, 큰 형구틀 위에 놓인 머리가 으깨져서 죽고, 여러 명이 머리를 나란히 올려놓은 돌 위에 내려쳐진 대들보에 맞아 죽고, 심지어 생매장을 당했다.
하느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과 숭고한 믿음을 버리지 않은 이들의 순교가 한국 천주교의 거룩한 자양분이 된 것이다. 오늘날의 천주교는 어떠한가? 무신론(無神論)의 이론적 근거인 유물론(唯物論) 공산주의의 기괴한 변형체인 북한세습왕조를 옹호하고, 소외받는 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특정지역·특정계층을 비호하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교회가 제 집인양 목소리를 드높이고 활개를 친다.
사필귀정(事必歸正). 그들의 언행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순교자들의 살과 피가 하느님께 울부짖지 않겠는가.
돌계단을 오르면 예수성심상과 사무실이다. 『무덤경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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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 폭이 좁고 높이가 낮다. 머리를 숙여 겸손해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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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탑』. 순교자들을 참수한 칼을 맞댄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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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빛돌』. 예수님의 열두 사도를 상징함과 동시에 황새바위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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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경당』. 예수님의 돌무덤을 형상화한 곳이다. 경당 안에는 성인이 오르내리기에 비좁아 보이는 돌계단이 있었다. 장식용인지 실사용중인 계단인지 헷갈렸지만 일단 내려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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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당 아래의 중앙에는 거대한 석관(石棺)이 있다. 벽면 네 곳 중 세 곳에 순교자들의 이름이 적힌 석판(石板)이 있고 한 곳에 통로가 있다.
경당 위의 비좁은 돌계단이 아니라 이 통로로 오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밖으로 나와서 『부활경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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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고 온 건 아니었지만 『부활경당』 개방시간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입구는 단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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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경당』 내벽은 4천여 개의 백자평판벽화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흙이 불에 의해 달궈져 백자가 되듯이, 순교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은 순교자들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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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경당』에서 나와 『부활광장』을 가로지르면 『야외제대』다. 이곳의 열두 개 거석은 『무덤경당』의 열두 개 빛돌과 같은 의미다. 야외제대 위의 낙엽더미는 자연적으로 쌓여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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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제대』 건너편 나무의 석축에는 신자들이 두고 간 십자가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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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광장 한편에는 주한 교황대사 Osvaldo Padilla 대주교가 식수한 소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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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황새바위성지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이곳에서 붉은 피를 뿌리며 순교한 수많은 천주교도들을 생각하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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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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