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날이 가물고 기온이 높아서 단풍이 예년보다 늦을 것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했지만, 갑사와 마곡사 답사 일주일 전부터 비가 자주 내리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을비가 한 번 내릴 때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기 때문에 갑사와 마곡사의 단풍을 놓치게 될까봐 불안했지만 여행일정을 바꿀 처지가 아니었으므로 전전긍긍할 따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 하룻밤 머물렀던 부여에서 서둘러 공주로 향했다.
춘마곡 추갑사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
봄에는 마곡사의 풍경이 으뜸이고, 가을에는 갑사의 풍경이 으뜸이라는 뜻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공주 일대의 단풍 절정기는 지났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주차장에 들어섰다.
※ 계룡산 갑사(鷄龍山 甲寺)
경북 구미에 신라 최초 사찰인 도리사(挑李寺)를 창건하고 고구려로 돌아가던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은 계룡산에서 상서로운 빛이 하늘로 뻗쳐오르는 것을 보았다.
기이하게 여겨 찾아가 보니 빛이 시작되는 곳에 천진보탑이 있었다. 그곳에 갑사(甲寺)를 창건하였는데백제 구이신왕 원년이었다.
위덕왕 3년에 혜명대사가 중건하고 통일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중수하였으며, 화엄 10대 사찰 중 하나였다.
하늘과 땅과 사람 중에서 으뜸가는 사찰이라 하여 갑사(甲寺)라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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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아홉 시. 주차장은 무척 넓었다.
차에서 내리자 계룡산의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갑사 단풍을 완전히 놓친 건 아니라는 생각에 다소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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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맞은편에는 공사가 중단된 듯한 건물이 있었다.
갑사는 아직 가을인데, 건물은 한겨울 헐벗은 나무의 모습이었다.
시작은 쉽지만 마무리는 어려운 법이다. 공주시의 현명한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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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는 아직이었지만 먹거리 장터는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하얀 연기가 청명한 하늘 위로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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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장터를 지나 단풍나무 산책로에 들어서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전날 보았던 전남 장성의 백양사 단풍보다 색이 곱고 진한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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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을 받아 유난히 붉게 타오르던 단풍나무. 팔을 쭉 뻗고 회전하는 발레리나의 자태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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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과 주황색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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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처럼 보이기도 하고 물개처럼 보이기도 하며 복슬강아지처럼 보이기도 하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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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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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비와는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시간 전·후에는 입장료를 내지 않는 건지 입장을 할 수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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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 안내판
황새바위성지와 마곡사에도 들러야 했기 때문에 용문폭포와 남매탑 답사는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오리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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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一柱門)
일주문에서 갑사까지의 약 2KM 길 좌우에는 수령(樹齡) 150년의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2KM는 우리나라 고유 거리 단위로 5리(里)에 해당하므로 오리(五里)숲길이라고 부른다.
"오리"가 "Duck"이 아니라 "Five Kilometers"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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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탐방로 표지판
오리숲 구간은 폭 1.8M 이상, 경사도 8% 이하의 도로이다.
턱과 계단이 없어서 휠체어나 유모차의 통행이 용이하며 어린이나 노약자도 부담없이 거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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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앞의 건물은 갑사 탐방지원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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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길로 가면 사천왕문을 지나 갑사에 닿게 되고
오른쪽 길로 가면 대적전을 지나 갑사에 닿게 된다.
왼쪽 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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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철 여행을 자제해 왔기 때문이겠지만 이토록 고운 단풍은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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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자연관찰로
이 길로 들어서도 갑사에 닿을 수 있지만 왔던 길을 따라 계속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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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는 화사한 단풍잎, 아래에는 바스락거리는 갈색 낙엽.
시각과 청각의 오묘한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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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고목(古木)들도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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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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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지국천왕(東方 持國天王)
- 안민(安民)의 신. 선인(善人)에게 상을 내리고 악인(惡人)에게 벌을 준다. 인간과 국토를 보호한다.
- 칼을 쥐고 있으며 간달바를 거느린다.
북방 다문천왕(北方 多聞天王)
- 비사문천.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면서 설법을 듣는다.
- 비파를 들고 있으며 야차와 나찰을 거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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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광목천왕(西方 廣目天王)
- 웅변으로 나쁜 이야기를 물리치므로 잡어(雜魚)라고 불린다.
- 부릅뜬 눈의 위엄으로 나쁜 것을 물리치므로 악안(惡眼)이라고 불린다.
- 왼손은 보탑을 받치고 있으며 오른손으로 삼지창을 쥐고 있다.
- 용과 비사사를 거느린다.
남방 증장천왕(南方 增長天王)
- 자신의 위덕으로써 만물이 태어나는 덕을 베풀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 왼손으로 용의 여의주를, 오른손으로 용을 잡고 있다. 구반다 등 무수한 귀신을 거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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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을 통하여 바라본, 지금까지 왔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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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을 지나면 화장실과 불교용품 판매점이 있다.
화장실은 적당한 코스에 자리잡고 있었고, 불교용품 판매점은 이른 시간이라 영업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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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의 여러 형상에서 얼굴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불현듯 떠올랐다.
가을 아침의 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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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갑사에 도착했다. 언덕 위의 건물은 범종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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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을 따라 부지런히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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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계단에 수북이 쌓인 붉은 단풍잎이 예사롭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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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멎을 정도의 정경이라는 고리타분한 클리셰(cliche)보다 더 나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진 속 각도 그대로 멈춰선 채로 단풍의 향연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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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루 옆 범상치 않은 감나무에는 잘 익은 감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까치밥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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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강당(甲寺 講堂)
스님들이 법문을 강론하는 곳으로서 정유재란 때에 소실되어 다시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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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당(振海堂)
대웅전 전면 좌측에 위치하며 약사불을 모신 불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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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大雄殿, 도 유형문화재 제105호)
처음에는 대적전 근처에 있었으나 중건할 때에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재란 때에 소실되어 선조·효종·고종 때에 중건되거나 중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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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에서 바라본 강당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순 없었지만 강당과 여러 건물의 구도가 편안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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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각(三聖閣, 문화재자료 제53호)
칠성·산신·독성의 삼성을 모신 곳이다.
칠성은 도교의 북두칠성으로서 수명장생을 주관하는 별이다.
산신은 우리나라 토속신으로서 호랑이를 거느리고 다니는 만사형통의 신이다.
독성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성자이다.
삼성은 각각의 건물에 따라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갑사는 이곳에 함께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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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각에서 관음전으로 가는 길
단풍나무에서 눈을 떼어 주위를 둘러보니 우람한 소나무들이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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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전. 근현대에 새로 지은 건물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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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을 비스듬히 받아내는 담장 너머 단풍나무들의 요염하면서도 새초롬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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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석조약사여래입상으로 가는 길
갑사의 뒷편 사자암에 있었으며 고려 중엽에 만들어진 걸로 추정된다.
약사여래는 중생들의 병을 고쳐 주는 부처로서 약단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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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에서 마주쳤던 아주머니가 약사여래 앞에서 기도 중이었다.
기도에 방해되지 않도록 카메라의 셔터음을 무음으로 바꾸었다.
고려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얼마나 많은 병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약사여래상 앞에 엎드려 치유와 건강을 갈구했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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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사여래입상 맞은편은 계곡이었는데 수량이 생각보다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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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나뭇잎을 붉은 물감에 담궈 놓으면 이런 색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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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갑사 뒷쪽 오솔길로 올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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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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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넘치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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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디고개 갈림길에서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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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따라 내려와 관음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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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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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능선의 기울기와 사찰 전각 지붕의 기울기가 환상적으로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자연미와 인공미의 탁월한 조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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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에 다시금 대웅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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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앞을 지나가는 노(老) 스님의 모습을 세 컷으로 나누어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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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검은 고양이
나비야 하고 부르며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앙칼지게 울며 벌떡 일어나서 나를 노려보았다.
"워워, 진정해" 하며 자리를 떴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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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냐옹냐옹거리면서 내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길러본 적도 다뤄본 적도 없었기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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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결국 내 앞을 가로막고 나를 노려보더니 ······. (당황해서 사진의 수평도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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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제 몸을 이리저리 부벼대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녀석이 계속 냐옹냐옹거리긴 했지만 마음을 진정하고 들어보니 그다지 앙칼진 울음은 아니었다.
머리와 몸을 쓰다듬어 주자 기분이 좋았는지 내 다리 사이를 오가면서 갖가지 애교를 부렸다.
더 놀아주고 싶었지만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가방과 호주머니를 급히 뒤져봤지만 녀석에게 줄 만한 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구슬피 울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녀석을 간신히 떼어놓은 내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 정이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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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계단으로 돌아가고 난 후의 빈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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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탑(功牛塔)
정유재란 때에 소실된 절을 중창할 때에 소 한 마리가 짐 나르는 일을 맡았는데
그 소는 사람들이 짐을 지워주면 홀로 산 위 암자까지 짐을 나른 후 도망가지 않고 스스로 돌아왔다고 한다.
중창이 끝난 후 소가 쓰러져 죽자 승려들이 그 소의 공을 기려 이 탑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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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탑 뒤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앙증맞은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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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갈 때에는 대적전 갑사자연관찰로 루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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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교에서 올려다 본 공우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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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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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전(大寂殿)은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삼신불을 모시는 법당이다.
현판 기록에 따르면 순조 26년(1826)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대웅전이 있었던 자리로 대적전 좌측에서 대웅전 주춧돌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화려한 팔작지붕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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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안에서 스님이 독경(讀經)을 시작하셨다.
독경의 속도와 음조가 어찌나 흥겹고 중독적이었는지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스님의 독경을 녹음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까지도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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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승탑(甲寺 僧塔)
승려의 유골을 안장한 묘탑이다.
고려시대의 대표적 승탑 양식을 띠고 있으며
조각 솜씨가 뛰어나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의 승탑 양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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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전과 승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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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가던 길에서는 보지 못했던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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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지판에서 자연관찰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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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오솔길에 켜켜이 쌓인 낙엽을 즈려 밟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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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있는 계단을 내려가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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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배워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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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무다리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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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 나뭇잎들의 느린 부유를 구경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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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약사여래입상을 지나쳐 다리 아래로 흘러 내리는 계곡물을 바라보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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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 주황색 단풍의 매력에 빠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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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오솔길은 어느새 사람의 왕래가 잦은 소로로 바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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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 붙은 나뭇잎을 다 떨궈낸 나무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열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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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에 올랐던 길을 따라 다시 내려왔다면 이러한 풍광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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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카메라에 담지 못한 탐방지원센터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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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지원센터 근처의 단풍나무 군락지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던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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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다가 뒤돌아 본 풍경과 내려가면서 똑바로 바라보는 풍경이 이다지도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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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로 향하는 갑사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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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단풍잎을 서로에게 던지며 즐거워하는 유치원생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단풍잎에 송글송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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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에 오를 때에 텅 비어 있던 가판대는 알록달록한 열매들과 약초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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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특산물인 군밤(栗)으로 갑사 답사를 마무리
가을 갑사의 명성은 결코 허명(虛名)이 아니었다.
홀로 고독을 씹으며 사색하기에도
친구와 정담을 나누며 산행하기에도
가족과 손을 맞잡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에도
갑사는 훌륭한 Healing Place가 되어 줄 것이다.
갑사에 가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겠지만 가 보지 않았다면 반드시 가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 세 가지(고양이, 스님의 독경, 촉박했던 시간) 때문에 조만간 갑사에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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