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는 자기가 사는 고장에 대한 애향심(愛鄕心)을 가슴에 지니고 산다. 아니라고? 누군가 당신이 사는 동네를 『지저분한 슬럼』이라고 부른다면 당신은 분명 분노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자꾸 가고 싶어지는 지역과 가지 않게 되는 지역이 있는데 서천군은 후자에 속한다(서천군, 미안하다!).
서천군 관광지도를 보면 갈 만한 곳이 얼마 없다. 강과 바다에 접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었으므로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설화 혹은 지형을 테마로 한 둘레길이나 공원을 잘 조성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뭐, 서천군에서 빅 서프라이즈 원더풀 관광 프로젝트를 준비 중일 가능성도 있겠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과 함께 고독히 서천관광의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 중인 신성리 갈대밭을 찾았다.
주차장은 넉넉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신성리 갈대 체험관 뒤쪽 둑에 올라서서 23만㎡에 달하는 갈대밭의 황금빛 물결에 『여기 오길 잘했어』 하는 다소 거만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였다는데 둘 다 보지 않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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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에 몇 개의 산책코스가 표시되어 있지만 해가 저무는 중이었고 숙소인 부여 롯데리조트는 한 시간 거리였기에 짧게 돌아보았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 산책길에는, 산·바다 둘레길과 다른, 묘하고 아련한 감성을 일깨우는 마력이 있었다.
조금 전에 다녀온 장항 솔밭은 해풍과 맞서지 않고 바람을 오롯이 통과시켰다면, 신성리 갈대밭은 장항 해풍에 못지 않은 금강 바람을 여과하여 산책길을 따뜻하게 지켜주고 날카로운 바람소리마저 갈대의 부드러운 치찰음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었다. 위로받고 싶거나 외로운 사람에게 신성리 갈대밭은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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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 산책길 곳곳에 방향표지판을 증설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 갈대의 키가 크고 길이 비슷해 보여서 마치 미로에 들어온 듯했다.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에도 한두 번 길을 헤맸는데 어두울 무렵 갈대밭에 깊숙이 들어가면 난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덧붙이자면 화재방지대책은 어떤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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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갈대 체험관에서 서천군의 명물인 한산모시송편과 구운 김을 구입하였다. 김은 맛있었고 한산모시송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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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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