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을 벗어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부안군에 들어서니 담양에선 그리 맹위를 떨치던 햇볕이 푹 수그러들며 약간의 서늘함마저 들었다. 예전에 갔던 밀양도 타 지역에 비해 더웠는데 『양陽』이라는 글자를 공유하는 두 지역 간에 지형적·기후적 공통점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을 찾은 것은 스카이워크 때문이라기보다는 기벌포 해전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를 목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최강국인 당(唐)과 한반도의 소국(小國)이었던 신라 간에 벌어진 나당전쟁.
매소성 전투에서 참패한 당(唐)은 전세 역전을 위해 676년 설인귀의 지휘하에 大함대를 기벌포로 보냈다. 이곳을 방어하던 사찬(沙飡) 시득(施得)은, 최초 전투에서는 패배하였지만 지형과 물길의 익숙함에 기대어 결국 당 함대를 격퇴함으로써 나당전쟁을 매듭짓는 전공(戰功)을 세웠다.
서천군 청소년수련관 근처에 주차하고 길을 가늠해보았다. 여기서 장항스카이워크로 가려면 수령 40~50년의 곰솔(해송)들이 들어서있는 『솔바람 곰솔숲』을 지나야 한다. 소나무 사이에는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었다. 안온하던 주차장과는 달리 곰솔숲에는 세찬 해풍(海風)이 불어닥쳤고 껑충한 소나무들은 거센 바람에 갈대처럼 비틀거렸다. 이곳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가늘고 길었다. 몸집이 큰 소나무들은 사나운 바닷바람에 부러지거나 뽑혀 나갔을 것이고, 나머지 소나무들의 생존전략은 『갈대』처럼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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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의 모자를 써야 할 만큼 세차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계속 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 사이로 스카이워크가 보였다. 스카이워크 매표소 앞에는 탐방객 수십 명이 서 있었다.
관광버스 팀이었는데 그들 다음 차례를 기다리려면 시간이 지체될 게 뻔했다. 스카이워크는 포기하고 해안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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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의 해풍도 대단했지만 해안에서 직접 맞는 해풍은 차라리 돌풍이었다. 시커먼 흙탕물 같은 바다는 거친 해풍에 격동되어 함께 미쳐 날뛰었다. 바람소리·파도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쫓기듯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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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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