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떡갈비의 명성은 알고 있었지만 작년 담양 방문 때에는 생뚱맞게도 "막국수"를 먹었다. 막국수를 먹고 싶었다기보다는, 여행 출발 전까지 담양 떡갈비의 원조 혹은 선두주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어중간한 떡갈비를 먹느니 차라리 담양 현지인이 추천하는 식당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담양 떡갈비의 지존이라는 「담양애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1년 반이 넘은 시점에 이 곳을 찾게 되었다.
가마골 용소에서 담양애꽃 방면으로 10여 분 나아가면 용동리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용동마을회관을 지나면 용면북초등학교(폐교)다. 이 학교 울타리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수십 미터 높이의 메타세쿼이어 나무들이 가을 바람에 요동치는 모습은 예상치 못한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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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시내에 들어서자 앞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이 따가워졌다. 중부지방의 9월 늦더위와 맞먹을 정도였다. 입고 있던 점퍼를 벗고 상의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식당 외관은 깨끗하고 산뜻했다. 벌어들이는 돈의 위세를 느낄 수 있었다. 식당 전면의 노란색 국화와 붉은 국화를 보면 영락없는 가을이지만 해와 바람은 늦여름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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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앞에는 정자와 작은 연못이 있었다. 작은 연못에는 물레방아, 분수 심지어 작은 돌다리마저 갖춰져 있었다. 소쇄원과 식영정의 DNA가 어디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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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가 다소 지난 시간이어서 웨이팅 없이 입장하였다. 외관만큼 깔끔한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웨이팅이 없었다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창밖으로 원두막과 대나무가 보이는 자리로 안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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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떡갈비와 소 떡갈비 중에 소 떡갈비를 주문하였다. 떡갈비가 나오기 전에 반찬들이 나오는데 전라도 한정식답게 가짓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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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흑임자 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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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떡갈비 두 덩어리가 1인분이다. 떡갈비에 곁들여 먹는 소스도 있다. 떡갈비와 쟁반 모두에 기름이 "좔좔" 흘렀다.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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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기름 때문인지, 한 덩어리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먹는 속도가 둔해졌다. 번들번들한 기름이 부담스러웠고 간도 꽤 자극적이었다.
떡갈비에 흑임자 무채를 올려 먹으니 느끼함이 조금 덜해졌지만, 방송이나 블로그에서의 극찬만큼 독보적이고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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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버섯·두부 등을 큼지막이 잘라 넣은 된장찌개. 멀겋지만 맛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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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에는 자색고구마차 디스펜서가 마련되어 있었다. 카운터 맞은편에는 고객쉼터라는 대기실이 있는데 기차역 플랫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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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부터 1년 간 담양 떡갈비에 대한 환상을 키워왔는데 깔끔히 정리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모두 다" 친절했고 -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 화장실은 청결히 관리되고 있었으며, 식당 내외관 모두 수준급이었다. 딱히 트집잡을 부분은 없지만 떡갈비를 먹기 위해 구태여 이 집까지 올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내 의견이다. 담양 다른 식당의 떡갈비는 이 집과 다른 맛일 수도 있겠지만 지역음식 레시피의 암묵적 균일성과 비교적 높은 가격을 생각해 보면 담양 떡갈비의 재도전은 무모하다는 결론이다.
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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