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시즌이 되면 사람들 입에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는 곳 중 하나가 전남 장성군 〈백양사〉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백양사 방면으로 가다보면 〈장성호 長城湖〉가 나오는데 길가에 줄지어 선 단풍나무들이 일대 장관이었다. 단풍절정기가 약간 지난 때였는데도 이 지역 단풍의 위세는 대단했다. 연못 너머로 〈백학봉〉이 보였다. 정도전·정몽주·이색 등이 찾아와 백학봉의 풍광을 칭찬했다고 하는데 진위 여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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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의 기념품·먹거리 판매대를 지나자 적갈색 나뭇잎의 융단이 펼쳐졌고 곧이어 백양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애기단풍나무들이 울긋불긋한 자태를 드러내자 사람들의 발길이 저절로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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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봉과 더불어 백양사 절경으로 꼽히는 〈쌍계루〉다. 백학봉과 쌍계루의 반영(反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계곡의 징검다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핫플레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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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왼쪽에 끼고 계속 올라가며 곱게 물든 단풍과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였다. 전라남도의 외진 사찰에 외국인 관광객이 태반이었던 건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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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뜬 단풍잎을 찍고 있는 사진사들. 단풍잎 대신 그들의 모습을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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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서 보는 백학봉은 쌍계루와 어울려 보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경내 여기저기에 놓인 형형색색의 국화들이 가을가을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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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왔더니 근처에 큰 연못이 있었다. 아까는 단풍나무에 빠져서 눈여겨 보지 못했는데 연못 주위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 쌍의 커플이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그릇을 보니 여자가 직접 싸온 듯한데 분위기에 맞지 않게 둘의 표정이 너무나도 무미건조했다. 설마 최후의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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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호떡을 하나 샀다. 주인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어제까지도 단풍이 그리 곱지 않았다고 한다. 차에 돌아와서 호떡을 먹었는데 『백양사 단풍처럼 고운 맛』이었다. 일반적인 호떡과 공갈호떡의 사이에 존재하는 미지의 호떡이라고나 할까. 호떡 판매대까지 다녀오기가 귀찮아서 다음 장소로 그냥 떠났는데 하나 더 사먹지 않은 걸 여행 내내 두고두고 후회하였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조사가 창건한 고찰로서 백두대간이 남원·순창 일대를 거쳐 장성 지역으로 뻗어 내려온 노령산맥의 백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백양사란 이름은 하얀 양(羊)을 제도한데서 유래되었다. 조선 선조 때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했는데,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고, 7일간 계속된 법회가 끝나던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저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축생의 몸을 받았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업장 소멸하여 다시 천국으로 환생하여 가게 되었습니다」 하며 절하였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기에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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