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주전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단풍철 필수 순례지. 설악산 단풍의 끝판왕. 단풍과 기암괴석의 Natural Collaboration.
여태껏 단풍시즌에는 산행을 다닌 적이 없었다. 행락객이 단풍잎만큼 많은 단풍철에 설악산을 찾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단풍이 한창인 주전골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다섯 시 서울을 출발하여 도중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이 8할 이상이었다. 마음이 절로 급해져 우동을 『마시고』 길을 재촉했다. 아침 일곱 시경 주전골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딱 세 곳이었다. 등산화로 갈아신는 동안 주차장은 만차가 되었고 주차요원들은 뒤늦게 밀려드는 차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주차장 안내판에는 주전골 탐방로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 않았다. 주전골 입구를 찾지 못해 망설이다가 사람들의 뒤를 좇아 〈주전교〉를 건넜다. 옳은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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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교〉건너편에 상세한 안내판이 있다.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가 이날의 반환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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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출렁교〉를 건너면 주전골의 유래를 설명한 안내판이 있다. 조금 더 지나면 주전골 탐방로인 〈오색약수 탐방길〉 입구다. 탐방길은 나무데크로 덮인 곳도 있고 흙길인 곳도 있는데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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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바위교〉 그리고 이어지는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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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암〉
정상부에 사람 하나가 겨우 앉을 자리만 있다고 하여 홀로 독(獨), 앉을 좌(座)를 써서 독좌암이라 부르던 것이 독주암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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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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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탕〉
달밝은 밤이면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옷을 바위에 벗어놓고 이곳에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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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단풍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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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문〉
금강문은 금강석처럼 단단한 마음으로 부처의 지혜를 배우고자 들어가는 문으로서 강력한 수호신이 지키고 있어서 잡귀가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불법(佛法)의 문을 뜻한다.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정말 『단단한』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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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문을 지나 용소폭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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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바위〉
동전을 쌓아올린 듯한 형상이어서 주전(鑄錢)바위라고 부른다. 시루떡을 쌓아놓은 듯하여 시루떡 바위라고도 부른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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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폭포〉
폭포의 높이는 약 10m이고 소(沼)의 깊이는 약 7m이다. 이 폭포의 소(沼)에 살던 천년 묵은 이무기 암수 한쌍이 용이 되어 승천하려 하다가 수놈만 승천하고 암놈은 뭔가 잘못되어 이곳의 바위와 폭포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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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폭포를 지나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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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성국사〉에 들렀다. 경내에는 보물 제497호인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이 있다. 석탑 맞은편 불상에 공손히 경배하는 여인의 고운 자태에 한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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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는 『용소폭포~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 구간을 제외하고는 평평해서 무난히 걸을 수 있지만, 폭이 『매우』 좁다. 앞사람을 앞질러 가기에도 마주오는 사람을 비켜 지나가기에도 버겁다. 탐방로에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탐방로는 순식간에 정체(停滯)된다.
세간의 말처럼 단풍이 대단한 곳은 아니었다. 단풍, 냇물, 기암괴석 계곡의 조화가 주전골의 매력포인트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니 〈오색약수터〉에서 약수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전골 안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순류(順流)와 주전골 안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많은 행락객의 역류(逆流)에 묘한 정복감이 들었다. 〈서울식당〉으로 향했다.
■ 여행시기: 2016년 10월 3주차
■ 여행경로
▶ 1일차
▶ 2일차
- 鑄: 쇠를 부어 만들 주 錢: 동전 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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