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양사에서 담양 가마골 용소는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792번 지방도(백양로)와 49번 지방도를 거쳤는데 차창 밖 풍경은 스산했다. 담양은 작년 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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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가마골
옛날에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다 하여 『가마곡(谷)』이라 불렸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가마골』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용소·피잿골·출렁다리(시원교) 등이 유명하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느 단풍명소 못지 않다는 첩보를 입수하여 "장성 백양사 → 담양 가마골 용소 → 담양 담양애꽃"의 오전 일정을 잡았던 것이다(나중에 알았지만 담양 10경 중 하나였다). 가는 길이 살풍경하여 적이 실망하던 차에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보자 마음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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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는 승용차 여남은 대와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탐방객이 많았다. 외벽이 통나무인 관리사무소는 아담하고 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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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등산로가 있었지만 당초 계획대로 용소·시원정·출렁다리에만 다녀오기로 했다. 관리사무소에서 용소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부담없이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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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 가는 길의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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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龍沼)
영산강의 발원지인 이곳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담양에 신임 부사가 부임하였다. 가마골 풍경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부사는 다음날 이곳으로 가겠다는 명을 관속들에게 내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에 백발선인이 나타나더니 내일은 내가 승천하는 날이니 오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개꿈』이라고 생각한 부사는 예정대로 가마골로 향했다. 지금의 용소 앞에서 부사와 관속 일행이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에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용소에 소용돌이가 치더니 황룡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부정(不淨)한 속세 인간들의 경거망동 때문이었을까, 부사의 경솔한 생각과 행동 때문이었을까, 황룡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다가 피를 토하며 부근 계곡으로 거꾸러져 죽고 말았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는지 이를 지켜보던 부사도 기절하여 관아로 실려갔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관속 일행도 무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용이 솟아오른 곳을 『용소』, 용이 피를 토하며 거꾸러진 곳을 『피잿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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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용소까지의 길과는 달리 용소에서 시원정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다. 뱀이 출몰한다는 경고문이 있어 신경을 바짝 써야했다. 시원정은 최근에 지어진 정자인 듯하다. 시원정 바로 옆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출렁다리에는 시원교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출렁다리는 자신의 이름에 최대한 충실하겠다는 듯 사람이 위에 올라서면 매우 흔들거린다. 진폭이 상당해서 자신도 모르게 난간을 꽉 붙들게 된다. 아래에서 볼 때보다 체감 높이가 상당하다.
6.25 전쟁 때 장성·담양 일대에서 악명을 떨친 빨치산 노령지구사령부 사령관이 숨어지내던 동굴터는 가보고 싶었다. 국군의 토벌작전에 쫓기던 빨치산들은 잔인함과 포악함이 극에 달해 밤마다 민가로 내려와 살인·약탈·방화·강간 등을 저질렀는데 요즘에는 국군이 양민을 학살했고 빨치산들이 양민을 보호했다는 식의 스토리텔링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면 재미 있니? 일말의 상식과 판단력이 있다면 영화에서 빨치산이 죽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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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정에서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탐방객 수십 명과 마주쳤다. 경상도 말투를 쓰는 어르신들이었는데 단풍의 고운 자태에 수시로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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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 조용한 산길, 고운 단풍. 용소와 출렁다리까지 예상보다 빨리 다녀왔기에 용연 제1폭포에 가보기로 했다. 용소로 가는 길보다 경사가 급했지만 단풍잎 융단의 호사(豪奢)를 누릴 수 있었다. 길 옆으로는 작은 시냇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렀다. 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길에 깔린 큰 돌들과 단풍잎 때문에 미끄러워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용연 제1폭포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하여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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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돌아와보니 승용차 주차면은 꽉 들어차 있었고 한 대였던 관광버스는 열 대로 불어나 있었다.
여행 시기: 2016년 11월 3주차
여행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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