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메인 테마는 하동의 「십리벚꽃길」이었다. 우리나라 벚꽃 명소라고 하면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곳이다. 인파가 많이 몰릴 거라는 합리적인 우려와 함께 평일이니까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 공존했다. 하동으로 가기 전에 고성의 동백꽃 로드와 사천의 삼천포용궁시장을 경유했다.
사천과 통영 사이에 있는 고성은 두 지역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관광자원이 두 지역보다 부족하거나 열등하진 않다. 고성 상족암 군립공원은 개인적으로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는 곳 중 하나다. 다만, 관광 숙박 인프라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게 흠이다. 대형 체인 리조트가 들어올 만큼 경치가 좋은 지역인데 관광객의 유입이 그리 많지 않은 듯. 고성군, 관광 홍보에 조금 더 노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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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천에서 통영으로 가는 길에 고성을 경유한 적이 있다. 약 10여 KM에 달하는 동백나무 가로수길을 보고 감탄했었는데 도통 그 구간이 어디인지 기억나질 않았다. 통영에서 사천으로 가는 길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동백의 본향(本鄕) 거제도에 버금갈 정도로 고성에도 동백나무가 많았다. 특히 도로 옆 가로수로 심어 놓은 구간이 많았다. 벚꽃과 동백꽃의 앙상블에 운전이 즐거웠다. 동백나무는 거의 모두 겹동백이어서 꽃의 윤기와 화려함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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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가는 길에 상족암 군립공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었다. 가고픈 마음이 하늘을 찔렀지만 하동에 가려면 지나쳐야만 했다. 상족암 군립공원 앞바다인 자란만을 멀찍이 내려다보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굽이굽이 산길을 벗어나니 저 멀리 야산에 흉물스럽게 자리 잡은 태양광 시설이 보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저런 곳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판도라」라는 영화를 보고 원전을 때려잡으며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주도한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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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삼천포 용궁 수산시장. 통영 중앙시장과 함께 남해안 여행 중에 자주 들르는 시장이다. 건어물을 잔뜩 구매한 후 택배 발송을 의뢰했다. 건어물을 차에 싣고 다니면 비닐로 아무리 포장을 해도 냄새가 새어 나와 차에 배는 경우가 많다.
하동 십리벚꽃길로 출발. 남해고속도로 곤양IC로 진입 후 하동IC에서 진출. 이후 섬진강을 따라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십리벚꽃길 근처까지 접근했는데도 도로는 한가했다. 걱정이 과했나? 댓츠 노노. 그렇지 않았다.
화개장터에 다다르자 도로에 정체 현상이 일어났다. 십리벚꽃길 방면으로 일단 진입했지만 차량들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십리벚꽃길은 포기해야 한다는 내적 사이렌이 울렸다. 십리벚꽃길 대신 화개장터로 목적지를 변경했지만 주차장은 모두 만차 상태였다.
거제도·통영·사천 등 벚꽃 명소를 제쳐두고 벚꽃 관광객들이 하동에 집결한 것 같았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행히 빈자리를 찾아 주차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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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와 본 화개장터는 벚꽃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고 가게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동의 벚꽃은 낙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하동보다 훨씬 남쪽에 있는 거제도와 통영의 벚꽃은 아직 한창이라 희한했다. 화개장터 정문 공터는 그나마 한가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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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화개장터에서 꼭 들러야 한다는 「원조 수수부꾸미」
맛집답게 대기 손님이 여럿이었다. 호떡 등 일반적인 간식과는 달리 수수부꾸미는 구워내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서인지 손님 적체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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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철판 위에서 구워지는 수수부꾸미가 와플을 연상시켰다. 수수부꾸미는 큼직했고 팥소는 풍성했다. 바로 먹을 것인지 주인아주머니가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수수부꾸미를 반으로 자른 후 종이컵에 담아 주었다. 따로 먹을 곳이 없어서 가게 근처 길가에 서서 맛을 보았다. 인터넷 후기에 적힌 것처럼 감동적이고 심금을 울릴 정도의 맛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먹을 만했다. 이곳이 화개장터의 대표 맛집으로 알려져 있던데 수수부꾸미를 먹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개장터까지 올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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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감각이 서질 않아 닥치는 대로 주위를 촬영했다. 화개장터 비석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아가씨는 일면식도 없지만 어쩌다 보니 내 사진에 담기고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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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줄지어가길래 따라갔더니 장터 안쪽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지만 식당마다 손님으로 넘쳐났다. 하동의 특산물인 벚굴이 제철인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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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무화과의 색상이 고왔다. 너무 달 것 같아서 사지는 않았다. 판매대에서 굽는 버섯의 향이 좋아서 주춤했더니 여주인이 먹어 보라고 버섯 한 점을 권했다. 송이버섯도 아니고 표고버섯도 아니었는데 맛과 식감이 좋아서 한 팩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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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쯤 화개장터에서 출발했는데 그 시간에도 수많은 차량이 화개장터와 십리벚꽃길 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하동 십리벚꽃길의 벚꽃 구경은 포기하는 걸로. 숙소인 예산 스플라스리솜으로 가던 중 예산 휴게소에서 먹은 돈가스 정식. 수수료 등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의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1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고 하기에는….
🔊🔊🔊
1. 사람과 차량의 끝없는 물결
2. 화개장터 수수부꾸미는 궁금증 해결
3. 벚꽃 시즌의 십리벚꽃길은 금단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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