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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태안 행복한 아침(2021.07): 세상에는 숨겨진 맛집이 너무나도 많다

by AOC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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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태안 신진항의 "정아횟집"에서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을 먹는 것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이긴 하지만.

 

 

정아횟집은 TV조선의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방영됐는데 이 집의 전복밥을 허영만 씨가 극찬했다고 한다. 인터넷 식당 후기도 칭찬 일색이었다. 넉넉히 들어간 전복, 독특한 식감의 세모가시리, 기본으로 나오지만 양과 맛이 엄청난 조개탕 등등.

 

 

 

 

▲ 신진항 어시장에 가기 전에 정아횟집에 들렀다. 네이버 정보에 따르면 매일 09:30부터 20:00까지 영업한다. 도착 시각은 10:30경. 아주머니 한 분이 식당 앞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계셨다.

 

"식사 되지요?"

"지금 안 되는데요."

스턴 발동.

 

"왜요?"

"사장님이 시내에 기름 받으러 가셨어요. 사장님이 주방장이라 사장님이 안 계시면 요리를 못 해요."

스턴 재발동.

 

"사장님은 언제 오실까요?"

"12시 넘어서 도착하실 것 같긴 한데…. 그때쯤 와 보세요."

한 줄기 희망의 빛.

신진항에서 오징어 폭풍 쇼핑.

12시 넘어서 정아횟집으로 come back.

 

아까 얘기를 나눴던 아주머니와 다른 아주머니 두 분이 식재료를 다듬고 계셨다.

 

"사장님 오셨나요?"

 

아침에 봤던 아주머니가 곤란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이고, 기름 받으러 가셨는데 아직도 안 오셨어요. 아무래도 오늘은 영업을 못할 것 같아요."

 

스턴 궁극기 발동.

이 와중에 도대체 무슨 기름을 받으러 간 건지 궁금해졌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받으러 가신 건가요?"

 

아주머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뇨. 배에 넣는 기름이요. 사장님 남편분이 전복 양식하세요."

 

남편은 전복 양식장 운영, 아내는 정아횟집 운영. 그래서 다른 식당의 전복 요리보다 더 많은 전복을 폭탄 투하하는 것이 이 식당의 경쟁력이라는 아주머니의 설명. 그렇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정작 내가 못 먹게 생겼는데.

 

이곳이 맛집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더니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던 다른 아주머니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행복한 아침'이라는 간판 보이시죠? 저기에 가 보세요."

 

그러고 보니 태안 신진항 맛집을 검색하다가 "행복한 아침"이라는 식당을 스쳐본 기억이 났다. 홍합밥이 대표 메뉴였던 곳이다.

 

"저 집도 괜찮나요?"

 

아주머니 둘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저 집도 유명해요. 우리도 저기 가서 밥 먹곤 해요. 저 집에서도 전복밥 팔아요. 음식도 괜찮고요."

 

정아횟집 종업원이 추천하는 식당이라니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집 홍합밥 판다던데 맞나요?"

"맞아요. 자연산 홍합을 잘게 썰어서 넣어주는데 맛이 괜찮아요."

 

 

 

 

▲ "행복한 아침" 입구. 어수선했다. 창문에 붙인 메뉴 시트지를 보니 요리 종류가 지나치게 다양해서 살짝 불안했다. 항구 식당에 닭도리탕이 웬 말인가.

 

 

 

 

▲ "정아횟집"은 전복밥을 시키면 조개탕을 무료로 준다. "행복한 아침"은 전복밥·홍합밥을 시키면 생선구이를 무료로 준다. 두 가게의 차별 포인트다. 홍합밥+생선구이, 전복밥+생선구이, 조개해장국을 주문했다. 사진 찍을 때에는 몰랐는데 백종원 씨와의 기념 사진이 걸려 있다.

 

2018년 8월 8일 "KBS 생생정보"에서 소문난 맛집으로 소개되었다. 대표 메뉴는 홍합밥+생선구이.

 

특이한 메뉴로 토종닭도리탕, 전복도리탕, 꽃도리탕, 통날개탕 등이 있다. 해물 요리가 아니라 닭 요리라니. 메뉴판이 좀 산만하긴 하지만 식당은 넓고 깨끗하다.

 

 

 

 

▲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은 "마도"이고 섬 중턱의 건물은 리츠캐슬리조트다. 리조트 사진을 보면 인테리어가 올드한 것 같은데 숙박 후기를 보면 괜찮다는 평도 많다.

 

 

 

 

▲ 식사가 준비되기 전에 반찬이 먼저 세팅된다. 가지볶음, 감자조림, 멸치볶음, 나물, 김치 등. 반찬이 모두 정갈하고 맛이 좋았다. 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 된장국. 아... 이건 진짜 칭찬할 만하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된장국인데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청량하던지 밥을 다 먹은 후에는 된장국 국물과 조개탕 국물만 계속 들이켰다. 된장국이 "행복한 아침"의 언성 히어로(unsung hero)였음.

 

 

 

 

▲ 전복밥이든 홍합밥이든 뭘 주문하던지 간에 조개탕(조개 해장국)은 꼭 주문하길 바란다. 처음에는 바지락이라고 생각했는데 바지락보다 덜 짜고 덜 쫀쫀했다. 국물은 청양고추를 넣어 끓였는지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조개의 슴슴함과 국물의 칼칼함이 완벽히 어울려 식욕을 마구 자극한다. 종업원에게 조개 이름을 물었더니 "비단조개"라고 했다. 된장국 한 번, 조개탕 국물 한 번. 무한 반복이었음.

 

 

 

 

▲ 생선구이는 밥 하나 당 한 마리. 생선은 당일 상황에 따라 종류가 바뀐다. 오늘 생선은 볼락과 가자미. 먹기에 좋은 정도로 노르스름하게 잘 구워져 나온다.

 

 

 

 

▲ 홍합밥. 솥밥이 이렇게 예쁘게도 나올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홍합, 버섯, 호박으로 솥 안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놨다. 밥그릇에 밥을 덜어 양념장과 김 가루를 넣어 쓱쓱 비벼 먹으니 식도락食道樂이 따로 없었다. 쌀도 찰지고 통통했다.

 

 

 

 

▲ 전복밥. 밥에 들어 있는 전복의 양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다. 약간 과장하자면 밥을 먹으며 전복을 먹는 게 아니라 전복을 먹으며 밥을 먹는 수준이다. 정아횟집의 전복밥은 이것보다 전복이 더 들어간다던데….

 

 

 

 

12,000~15,000원 가격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특혜다. "정아횟집"은 이날 가보지 못했지만 "행복한 아침"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1. "행복한 아침"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친절한 응대였다. 특히 백종원 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남자 직원은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고 일 처리가 남달랐다.

 

#2. "정아횟집"은 전복밥·칼국수를 주문하려면 기본 2인분 이상이다. "행복한 아침"은 1인분도 주문 가능하다.

 

#3. "정아횟집"은 매주 수요일이 휴무다(네이버에는 휴무일 없음으로 기재되어 있음). "행복한 아침"은 둘째·넷째 목요일이 휴무다.

 

#4. "정아횟집"에서는 칼국수를 판매한다. "행복한 아침"에서는 칼국수를 판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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