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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통영 금호마리나리조트(2021.06): 언제나 아쉬운 굿바이

by AOC 202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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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전복마을로 갈 때에 느꼈던 이상한 느낌.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사실이었다.

 

통영이 변했다. 한적하게. 그것도 두려울 정도로.

 

 

통영에 한두 번 와본 게 아니므로 시간대별 통영의 교통상황쯤은 현지인만큼 꿰고 있다. 오후 다섯 시 전후부터 세병관에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길은 극심한 정체에 빠진다. 도로가 좁고 신호가 많아 이 구간을 지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시장에서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로 가는 길 또한 퇴근 시간에는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5KM 남짓한 거리지만 최악의 경우 1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다.

 

놀랍게도 이날 세병관 앞길을 함께 지나간 차는 열 대 미만이었다. 중앙시장에서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까지는 10여분 걸렸다. 이게 웬 매직?

 

그제서야 거리를 찬찬히 살펴보니 한창 북적거려야 할 시내가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마도 지난 몇 년 간의 경기 침체와 우한폐렴의 여파가 통영을 강타한 것 같았다.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이 이 정도로 쇠락하다니…. "재앙"이다. "재앙"일 따름이다.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는 정문 앞 십여 개의 주차구획 외에 자체 주차장이 없다. 주차장 없이 어떻게 건축 허가를 받았을까. 미스테리다.

 

한적했던 시내와 대조적으로 리조트 진입로에는 자동차들이 빽빽이 주차되어 있었다. 투숙객들은 아닐 텐데. 어쩔 수 없이 리조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공터 앞 도로에 주차하였다.

 

3층 온돌 방을 배정받았다. 침대 방을 요청하자 리조트가 만실이란다. 비수기 평일에 만실이라니. 직원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자신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까지 숙박을 연장한 주말 투숙객이 많다고 한다.

 

 

 

 

▲ 삼칭이 해안길. 통영금호마리나리조트에 올 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바다에 접한 약 4KM의 해안도로이며 전 구간이 평탄해서 도보 및 자전거 산책 모두가 가능하다. 이날은 산책로에 사람이 드물어 평소보다 한적함이 더했다.

 

 

 

 

▲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 최근에 지어져서 룸과 부대시설의 컨디션이 좋다고 들었다.

 

 

 

 

▲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찍은 리조트 전경. 지금까지 다녀본 호텔과 리조트 중에 위치와 뷰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리뉴얼은 했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실내 그리고 주차장의 부재만 해결한다면 넘사벽일 듯.

 

 

 

 

▲ 삼칭이 해안길로 이어지는 리조트 후문 바로 앞에 있는 컬러 의자들. 도색을 새로 했는지 깨끗하다.

 

 

 

 

▲ 리조트 후문의 자전거 대여소.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던 구식 자전거들이 전부 신형 자전거로 교체되었다. 자전거 본체는 물론이고 타이어에서도 신상 느낌이 뿜뿜. 심지어 3인승 자전거도 신형 전기자전거로 구비되어 있었다. 자전거 앞바퀴 쪽에 2인용 좌석이 있는 신박한 디자인이다.

 

 

 

 

▲ 석양에 조금씩 물들어 가는 도남항과 연필등대. 항구 건너편 산기슭의 불빛들이 아련하다. 1층 카페 앞 테이블들은 고기와 해산물을 구우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몇 년 전 여기에 처음 왔을 때 기름때 때문에 발이 쩍쩍 달라붙던 마룻바닥의 악몽은 이제 그만! 리뉴얼 공사 덕분에 객실 상태는 확실히 청결해졌다. 구형 에어컨도 최신형으로 교체 완료. 올드한 인테리어는 어쩔 수 없지만 쾌적한 숙박이 가능해졌다는 점만으로도 대만족이다.

 

 

 

 

▲ 안방 창문에서 바라보는 뷰가 대략 이 정도다. 바다 건너 화도·한산도의 불빛과 바다로 일 나가는 작은 배의 앙상블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지겹지 않다. 그냥 좋을 뿐이다.

 

 

 

 

사우나

 

06시에 개장, 14시에 폐장. 단축 영업을 할 거라면 늦게 개장하고 늦게 폐장하면 좋을 텐데. 새벽 여섯 시 조금 넘어서 사우나에 입장했다. 올드한 실내는 그대로이지만 바다가 훤히 보이는 통창 유리와 널찍한 탈의실은 여전히 깔끔했다. 사우나 시설도 만족.

 

온탕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니 어제의 여행이 파노라마처럼 좌르륵 떠올랐다. 이른 아침 사우나에서의 행복한 순간.

 

 

 

 

조식

 

조식은 리조트 본관 옆 스포츠센터의 홀에서 뷔페로 제공되었다. 리조트 2층의 식당은 보수 공사 중.

 

조식 뷔페를 먹으러 온 투숙객은 상당히 많았다. 뷔페 첫인상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홀에 급조한 뷔페니까 한편 이해는 갔다.

 

음식은 의외로 괜찮았다. 어느 뷔페를 가더라도 음식 모두가 입맛에 맞을 순 없다. 뷔페 음식 중 구미에 당기는 서너 가지 음식만 있어도 그 뷔페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살짝 애매하지만, 아침부터 분주하게 다른 식당으로 가야 할 수고로움을 생각한다면, 여기도 괜찮은 선택이다.

 

 

 

 

1층 카페 엘리제

 

아침에는 음료, 점심에는 경양식, 저녁에는 바비큐를 판매한다. 팥빙수, 과일 주스, 과일 에이드를 골고루 구입. 과일 주스와 에이드는 맛이 꽤 진하고 팥빙수도 평균 이상.

 

갈 때마다 설레고 떠날 때마다 아쉬운 나의 유일한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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