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에서 과식을 한 것 같아서 마도에서 짧은 산책을 했다. 정오를 넘기자 햇살이 더 강해져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 둔 오징어가 걱정되긴 했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바로 운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마도의 "마"는 섬의 모양이 말(馬)을 닮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지도를 보면 섬 모양이 정말 말을 닮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섬의 모양을 딴 섬의 이름을 종종 듣게 되는데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섬의 모양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중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다. 이른바 조감(鳥瞰). 옛날에는 비행기구가 없었을 테니 근처 높은 산에서 내려다 보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신진도에는 마도를 한눈에 내려다 볼 만큼 높은 산이 없다.
마도 서쪽의 산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겠지만 산이 워낙 얕고 수풀이 울창해서 섬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배를 타고 섬을 일주하면서 섬의 모양을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비약이 심한 추론이다. 배를 타고 섬 주위를 돌면서 섬의 모양을 그려낸다? 유람선을 타고 섬 여행을 해 보면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주장인지 이해할 수 있다.
신진도와 마도는 작은 방파제 길로 연결되어 있다. 마도 초입의 횟집들을 지나 조금 더 가면 "행복한 아침"에서 바라봤던 "리츠캐슬 리조트"가 나온다. 계속 나아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차량 통행은 여기까지 가능하다.
주차장에 "주차 가능, 캠핑 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이 정도의 경고에 움츠러들었던가? 주차구획 옆에 여러 개의 텐트가 떡하니 들어서 있었다. 주차장을 지나 방파제 쪽으로 걸었다. 방파제의 이름은 "마도 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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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들머리에는 붉은색의 기암괴석들이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다. 부안 해변에서 종종 보았던 암석의 색상과 유사한데 동일한 종류인지까지는 모르겠다.
▲ 햇볕에 달궈진 콘크리트에서 엄청난 열기가 올라왔지만 하늘과 바다는 쪽빛 그 자체였다. 마도 방파제 바로 옆에는 하얀 등대가 인상적인 수중(水中) 방파제가 있었다.
▲ 빨간 등대가 서 있는 곳은 신진도 방파제이다. 이 방파제는 신진도 옆 부억도에서 뻗어 나온다. 마도 방파제, 신진도 방파제, 그리고 이름 모를 수중 방파제 삼형제가 신진항을 감싼 형국이다.
▲ 시원하게 트인 바다와 점점이 박힌 섬들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방파제의 열기를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북쪽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소형 어선.
▲ 아까는 없었던 갈매기 한 마리가 테트라포드 위에 앉아 있었다. 갈매기는 마치 "이 더운 날 방파제에서 뭐하시나" 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집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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