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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삼척 해가사의 터(2021.06): 드래곤마저 매혹시킨 신라의 팜므파탈

by AOC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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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쏠비치 리조트에서 "해가사의 터"는 자동차로 지척이다. 리조트 산책로에서 내려다 본 해가사의 터는 황량했지만, 삼국유사 수로부인편에 나올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해가사의 터"는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의 설화인 "해가(海歌)"를 토대로 만들어진 곳이다. 터의 정확한 위치는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삼척해수욕장 북쪽의 와우산 끝이라고 추정된다. 터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곳이 군사보호시설지구여서 경치가 좋은 증산동 해변에 대체 조성되었다.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純貞公)의 아내였는데 "자용절대(姿容絶代)" 즉 당대에 견줄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용모가 빼어났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높은 산, 깊은 바다, 큰 연못 근처를 지나가다가 그곳에서 살고 있던 신물(神物)에게 종종 납치되었다고 한다.

 

수로부인의 가장 유명한 설화 두 가지는 헌화가(獻花歌)와 해가(海歌)다.

 

차량 2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 주차하고 우선 정자로 향했다.

 

 

 

 

▲ 광장 한복판에는 "드래곤 볼"이라는 둥근 돌이 있다. 돌에는 헌화가가 새겨져 있다.

 

순정공이 명주(現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근처의 천 길 높이 바위 봉우리에 철쭉이 곱게 피어 있었다.

 

수로부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저 꽃을 따다 줄 사람을 찾았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저 꽃은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순정공은 뭐하시고? 그때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헌화가(獻花歌)"를 부른 후 절벽을 기어 올라 기어코 꽃을 따다 수로부인에게 바쳤다.

 

紫布岩乎邊希(자포암호과희) 
執音乎手母牛放敎遣(집음호수모우방교견) 
吾肸不喩慚肸伊賜等(오힐불유참힐이사등)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화힐절질가헌호리음여) 

자줏빛 바위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노인이 꽃을 따러 올라가는 과정이나 꽃을 받은 수로부인이 노인에게 답례를 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허무하다. 

 

 

 

 

▲ 해가사의 터에 자리 잡은 이 정자의 이름은 "임해정(臨海亭)"이다.

 

노인에게 철쭉을 받고 기분이 좋아진 수로부인. 남편을 따라 명주를 향해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일행이 임해정(臨海亭)에 자리를 잡고 "또" 점심을 먹을 때에 바다에서 해룡(海龍)이 뛰쳐나와 수로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점심을 먹지 말란 말이다!

 

망연자실한 순정공. 근처를 지나가던 한 노인이 딱한 광경을 보고 넌지시 알려주었다.

 

"옛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했습니다. 바닷속 미물인들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마땅히 경내의 백성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순정공은 노인의 말을 옳게 여겨 "해가(海歌)"를 지었다.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현)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사람들이 막대기로 땅을 치며 해가를 부르자 해룡이 수로부인을 데리고 나와 도로 바쳤다. 순정공이 수로부인에게 바닷속 일을 묻자, 칠보(七寶) 궁전에 음식은 달고 부드럽고 향기로워 속세의 음식이 아니었노라고 부인이 답했다. 부인의 옷에서는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향기가 풍겼다고 한다.

 

 

 

 

▲ 드래곤 볼에 새겨진 수로부인과 해룡. 당대에 비길 만한 존재가 없었다는 그녀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웬 말인가.

 

 

 

 

▲ 해가사의 터에서 바라본 추암촛대바위와 동해. 해가사의 터와 추암촛대바위 사이의 백사장은 증산해수욕장과 추암해수욕장이다. 광장 한쪽에는 근처 민박 연락처 안내판이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

 

 

 

 

▲ 해가사의 터 맞은편에는 철조망을 휘감은 붉은 장미덩굴들이 있었다. "삼척 장미축제" 기간이긴 했지만 일정상의 문제로, 몇 년 전에 다녀 온 기억을 되새기는 걸로 대체.

 

 

 

 

▲ 광장 아래에서 올려다 본 임해정과 삼척 쏠비치.

 

 

 

 

총평

1. 수로부인의 설화는 매혹적이지만, 해가사의 터는 황량하다

2. 드래곤볼의 천하일색 수로부인의 다크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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