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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서울 문정동 예인면옥(2020.12): 온국수는 👍, 비빔국수는 🤷‍♀️

by AOC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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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먹었던 온국수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가격 대비 푸짐한 양도 놀라웠지만, 조미료를 거의 느낄 수 없었던 멸치 육수의 깊은 맛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비빔국수와 수제등심돈가스도 먹어 보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주와 동일한 간판과 안내 스탠드.

 

 

 

 

실내는 여전히 밝고 깨끗했다. 매장 음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잔잔한 캐럴이었다. 축하 화분의 "주님의 형통의 복이 이곳에 함께"라는 문구를 보니 캐럴을 트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온국수 하나, 비빔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비빔국수와 돈가스를 동시에 먹고픈 마음에 세트 메뉴가 혹시 가능한지 물었지만 안 된다는 칼답이 돌아왔다(세트 메뉴는 17시 이후에만 가능). 이곳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반찬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풋고추와 배추김치. 배추김치는 아삭함을 유지한 채로 잘 익었다.

 

 

 

 

지난번에 먹었던 온국수. 묵직한 놋그릇, 비린내 없이 깔끔한 멸치육수, 치자 면 위에 정갈히 놓인 고명들을 보니 일주일 전의 감흥이 새록새록했다.

 

 

 

 

비빔국수의 비주얼은 일단 합격. 온국수보다 더 많은 가짓수의 고명들이 국수 위에 놓이는데 고명들의 양이 국수만큼 많았다.

 

 

 

 

온국수의 핵심이 육수라면, 비빔국수의 핵심은 양념장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조미료가 판을 치는 요즈음, 재료 본연의 맛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것은 상당한 도박이다.

 

예인면옥의 양념장은 자극적이지 않고 중립적이다. 단맛이나 매운맛 그 어떤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건강한 맛"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문제는 양념장의 맛이 지나치게 "중립적"이라는 것이다.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에 머물러서 애매한 맛이 난다. 여름철 비빔냉면에 대해 실망했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비빔냉면의 양념장이 이것과 동일한 것이라면 공감이 간다.

 

 

 

 

맛과 건강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9/06/20 - [여행&맛집] - 서울 강동구 바로한 국수(2019.06): 좋은 재료는 결국 인정받는다

 

 

 

비빔국수의 알쏭달쏭함에 어수선했던 마음을 가라앉혀 준 것은 비빔국수의 육수였다. 비빔국수의 어중간함을 육수에서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육수는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어서 대여섯 번 리필을 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뜨끈뜨끈한 육수는 온국수와 함께 먹을 때와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예인면옥의 대표 메뉴인 온국수, 비빔국수, 수제등심돈가스 중 수제등심돈가스 하나가 남았다. 조만간 이곳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이 근처에 대단한 빵집이 있다고 하여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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