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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서울 강동구 바로한 국수(2019.06): 좋은 재료는 결국 인정받는다

by AOC 201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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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한 국수」는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과 강동구 도시농업공원 사이에 있다. 일자산 도시 자연공원에 접해 있으므로 식사를 마치고 공원을 가볍게 둘러볼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맛, 천연 조미료, 유기농 재료 등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식당 바로 앞 공터에 주차도 가능하다.

 

 

 

 

 

간판 · 현수막 · 유리창시트지가 뒤엉킨 식당의 첫인상은 번잡스러웠다. 식당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열한 시 반, 내가 첫 손님인 듯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주방 게시판에는 음식 메뉴와 유기농 인증서 등이 걸려 있었다. 결제는 비트코인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 비트코인 시세가 얼마더라.

 

 

 

 

 

유기농과 무농약의 개념 설명도 게시되어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는 기면과 소고기면이라고 들었지만 더위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흑면을 주문하였다. 흑면의 양을 가늠할 수 없어서 블로거들의 칭찬이 자자한 갈비+새우 만두도 주문하였다. 주력 메뉴는 국수이지만 샤브샤브 · 돈까스 · 육개장 · 설렁탕 등 다양한 메뉴도 판매 중이었다.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메뉴 구성이라 살짝 걱정이 되었다.

 

 

 

 

메뉴판 반대면에는 유기농에 대한 상식과 이곳에서 사용하는 천연조미료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수입 유기농 농산물이라 하더라도 선박운송 과정에서 농산물의 부패와 벌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사선 · 농약 · 코팅제 ·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포스트 하비스트라는 개념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반찬은 맛과 식감 모두 깔끔했다. 신맛이 강한 물김치의 국물은 특히 중독적이었다.

 

 

 

 

새순 · 계란채 · 오이채의 앙상블이 빚어내는 비주얼은 훌륭했다. 그 앙상블 속에 살포시 숨은 참깨 가루는 포인트. 흑임자와 참깨를 갈아 만든 검은 국물은 눈으로만 보아도 맛의 농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문제는 국수와 위의 모든 것들을 한데 비빈 후였다. 국수와 재료가 다함께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었고 심지어 퍽퍽하기까지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절반 가량을 먹을 때쯤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국수와 재료의 불협화음 속에서 별안간 각 재료의 고유한 맛과 식감이 선명히 느껴졌다. 인공 조미료에 길들여진 미각이 천연 조미료에 적응하는 데에 약간의 delay time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동통한 면은 질기지도 성기지도 않아 탄력성(彈力性)과 저작성(咀嚼性) 사이에서 최적의 밸런스를 구현하였다.

 

 

 

 

 

갈비+새우 만두는 갈비만두 세 개와 새우만두 세 개였는데 만두피가 꽤 쫄깃쫄깃했다. 두 가지 모두 맛있었는데 내 취향은 갈비만두였다. 만두에 배어 든 만두찜통의 나무 향이 일품이었다. 흑면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고 만두까지 먹어서 배가 몹시 불렀지만 더부룩하거나 느끼하지 않은 걸로 보아 좋은 재료와 천연 조미료를 사용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화도 시킬 겸 지하철 두세 정거장을 걸어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다는 현수막이 중앙보훈역 옆 지상 주차장에 달려 있었다. 태양광 사업은 관련 비리들이 하나둘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장차 「바다 이야기의 재림」으로 회자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태양광 사업이니 도심농업이니 허울 좋고 눈먼 돈이 오가기 쉬운 사업에 지자체가 집착하는 동안, 정작 보행자를 위한 보도(步道)는 개판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길에 가로수를 심어놓은 데다가 잡초가 무성하여 걷는 게 고역이었다. 보도 블록도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고 깨어진 것이 많았다. 도심 한복판에 논밭을 만들 시간과 돈으로 보행자 · 자전거 도로를 정비하여 시민의 건강 증진과 차량 이용률 감소를 유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이토록 형편없는 길은 약 3㎞에 걸쳐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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