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친환경 바람은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을 세 번 하면서 진정한 미스터리 점점 거세져 오다가 문재인 씨가 대통령이 된 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광풍으로 바뀌었다. 환경보호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서울시에서 밀어붙이는 친환경사업들을 보면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의도의 순수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강동구는 서울시에서 친환경 관련사업을 유난할 정도로 활발히 진행하는 구(區) 중 하나다. 2017년 강동구에서 개장한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 관련 기사를 읽고 서울시와 강동구의 친환경사업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에서는 해바라기 꽃씨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과정, 태양열 조리기를 사용한 계란 삶기, 자가발전 자전거를 이용한 솜사탕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농장의 동물 사육장에서는 바이오매스 학습과 함께 동물과의 교감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농장을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아무리 검색해 보아도 농장에 대한 소개만 있을 뿐 주소는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강동구청 홈페이지에서도 이곳의 주소를 알아낼 수 없었다. 전시행정일 수도 있다는 정말 당치도 않은 의심이 들었다.
수많은 언론사 또는 유사언론업체에서 농장의 개장 소식을 다뤘지만 주소와 연락처를 표기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기사 내용은 99% 동일했고 오탈자마저 같은 경우도 있었다. 받아쓰기?
주소는 인터넷 모 카페에서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고급(?) 정보를 공유한다.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
주소: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로 112길 121 전화: 없음
농장은 암사역에서 약 1.5㎞ 거리였고 암사동 유적 인근이었다. 농장 주변은 과연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한적한 농촌 마을을 연상케 했다. 농장의 외관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장과 다를 바 없었다.
정문 바로 옆에는 체험교육장이 있었다. 반쯤 열린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홍보기사에 나온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소에는 농기구 창고로 쓰이는 듯했다.
밭에서는 네댓 명의 어르신이 일하고 계셨고 밭 한가운데에는 차양막과 작은 분수가 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눈길을 끌었다. 안내판이 없어서 홍보 기사에 나온 태양열 조리기의 집열판이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었다. 쇠파이프 터널 프레임 바닥에는 붉은 꽃 몇 송이가 군데군데 심어져 있었지만 휑한 느낌을 감출 순 없었다.
밭을 가득 채운 푸른 식물은 유채였다. 약 열흘 뒤에 유채꽃이 필 것 같다고 한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차양막 옆의 분수대는 소형 태양광패널과 연결되어 있었다. 태양열 에너지로 분수를 작동시키는 듯했는데 조악한 구성이었다.
바이오매스를 학습하고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고 홍보된 사육장에는 두 마리의 토끼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마치 「여긴 왜 왔어? 설마 홍보기사를 믿은 건 아니지?」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는 지체없이 농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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