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인 단양 대명리조트로 가는 길에서 크게 벗어나면서까지 향한 곳은 경북 봉화군의 봉화한약우프라자였다. 차라리 이곳을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2016년에 알게 된 후로 경상도나 강원도 남부를 여행할 때면 일정을 조정하든 경로를 조정하든 반드시 들르는 필수 순례지가 되었다.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소고기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곳 고기를 맛본 후로는 타 지역 한우를 잘 먹지 못하게 되었다. 불고기·국거리 등 양념이 들어간 요리는 다소 낫지만, 구이용 소고기인 경우에는 타 지역 명품한우조차도 입에 맞질 않는다.
봉화한약우프라자와 그나마 승부를 걸어볼 만한 곳은 강원도 태백의 한 곳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주 용담정에서 봉화 한약우프라자까지는 대략 두 시간 반 거리다. 점심시간을 넘겨 도착할 것 같아 휴게소에서 산 호두과자로 허기를 잠시 가라앉혔다. 군위·의성·안동·예천을 지나 영주시내에 들어섰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영주 장날이었다. 가을이라 김장용 무·배추와 감이 많이 팔리고 있었다. 단감 한 봉지를 5천 원에 샀는데 맛이 좋았다.
영주 시내를 벗어나는 중에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재난문자였다. 어제의 포항 여행이 생각났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에서 지진을 겪었더라면. 아니 그보다 섬뜩했던 것은 지진 중에 오어사 원효교를 건너고 있었을 사람들의 아비규환이었다.
이맘때의 포항 오어사에는 단풍 행락객들이 몰리는데, 오어사(吾魚寺)와 오어지(吾魚池) 둘레길을 잇는 운제산 원효교는 진폭이 상당한 출렁다리다. 지진 당시 원효교를 건너는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과 공포감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석 달만에 다시 만난 귀요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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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 않은 이 정육점에 맛과 육질의 정점을 찍은 소고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석 달 전 왔을 때에 품절이었던 안심부터 찾았다. 럭키! 시간대를 잘 맞췄는지 안심이 넉넉히 쌓여 있었다. 안심에 더하여 채끝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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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에서 산 소고기 두 팩을 들고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에 숯불을 채워주시는 분께 포항에 지진이 일어났다던데 여긴 어땠냐고 물었더니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주 지진 때에는 약간 흔들리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는데 그런 진동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안심과 채끝을 구분하여 굽고 차분히 사진을 찍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식사 후에 확인해 보니 고기 사진은 두 컷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안심은 육질이 부드럽지만 맛이 퍽퍽해서 구이용보다는 스테이크용으로 선호해왔는데 이곳 안심은 안심의 육질에 갈비살의 맛이 더해졌다.
채끝은 안심보다 조금 더 쫄깃하고 고소했다. 사이드 메뉴인 물냉면·비빔냉면·된장찌개도 평균 이상이었다. 특히 된장찌개의 감칠맛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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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한약우프라자 소고기는 육질이 훌륭하고, 고소하면서도 소고기 특유의 맛을 유지하며, 우육(牛肉)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일단 이곳 고기를 먹어보면 필자가 일정을 무리하면서도 여기에 가려고 기를 쓰는 이유를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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