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의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 50곳 중 11위로 선정된 보문정은 유난히 인연이 없었다. 지난 번 경주여행 때에 찾아갔지만 공사중이라 발길을 돌려야 했고, 꼭 그때가 아니더라도 묘하게 발길이 닿지 않았다. 아마도 경주여행 숙소인 한화리조트에서 4㎞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안심했기 때문인 듯하다.
보문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벚꽃 시즌이다. 가을인데다가 단풍철마저 지난 때였지만 이러다가 영영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문정은 농협경주교육원 맞은편에 있었다. 정식 주차장은 없었지만 승용차 십여 대를 주차할 만한 공터가 있었다. 늦가을 아침 공기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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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보문정으로 걸어 내려가자 작은 연못과 물레방아가 보였다. 연못 옆의 영산홍은 자줏빛 꽃을 살며시 피워 내었다. 어제 태종무열왕릉에서 본 개나리만큼 성급한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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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상 뒤에 당당히 선 벚나무는 자태가 자못 위풍당당했다. 단군상 근처에는 뒤늦게 홍조를 띤 단풍나무, 기묘한 소나무, 메타세쿼이아만큼 높이 자란 은행나무 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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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정 앞의 중앙 연못에는 시든 연잎들이 가는 줄기에 기대어 바짝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화(雪花) 순으로 보문정의 사계(四季)가 이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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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둘러보아도 30분이면 충분했다. 일단 해보면 별 것 아닌데 시작이 더딘 경우가 많다. 진작 와볼 걸 하는 후회와 내년 벚꽃 시즌에 다시 와야겠다는 각오가 동시에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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