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용담정 및 일대는 천도교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遇)가 태어난 곳이고 포교활동을 한 곳이며 대구에서 처형당한 후에 묻힌 곳이다. 천도교에 인연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용담정 가을단풍의 명성만큼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형산강 위에 놓인 금장교를 건너 904번 지방도로를 타고 직진하니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경주 시내에서는 보기 힘든 대규모 단지라 나중에 찾아보니 현곡도시계획지구였다. 경주디자인고등학교를 약 600미터 지난 지점의 경주국립공원·천도교 용담성지 입간판에서 좌회전하였다.
입간판에서 용담정까지의 약 1.4㎞ 소로(小路)는 폭이 넓진 않지만 승용차 두 대가 어찌어찌 교행할 정도는 됐다.
경주 통일전 은행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져 아쉬웠는데, 이 길 좌우에 심긴 은행나무에는 샛노란 은행잎들이 한창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은행나무 드라이브 코스였는데 가을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주차장 옆 은행나무 아래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노란 은행잎 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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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덕문(布德門)이라는 현판이 걸린 정문과 최제우 동상과 잘 정돈된 잔디밭을 지나자 소나무·은행나무·단풍나무로 둘러싸인 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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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옆에는 부속건물들과 용담정 기념비가 있었고, 길 끝의 문을 통과하자 흙길이었다. 길 왼편은 언뜻 보아도 이십여 미터는 됨직한 골짜기였는데 안전펜스는 없었다. 비포장길이었지만 평탄해서 걷기에 좋았으나 경사가 있는 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단풍을 기대하고 왔지만 절기의 변화는 참으로 오묘하고 엄격해서 단풍의 흔적만을 더듬어보는 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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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교 너머에 용담정이 있었고 용담정 위쪽에 용추각이 있었다. 근대에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라 고풍스러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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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정 맞은편의 돌다리와 오솔길은 샘터로 이어졌다. 돌로 된 물받이에 단풍잎들이 포옥 잠겨 있었다. 샘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아까 올라올 때에 봤던 깊은 골짜기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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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덕문을 나와 주차장 뒷길도 살펴보았다. 단풍이 무성하긴 한데 올해 여느 단풍처럼 색이 짙지 못하고 탁했다. 주차구획 옆의 잔디밭에 빨간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뒤섞여 있었다. 용담정에 올라갈 때에는 날씨가 좋았는데 주차장으로 돌아오자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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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용담정까지 다녀오는 데에 약 한 시간이 걸렸다. 단풍절정기가 지났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곳은 아니었다. 배가 약간 고팠지만 점심식사장소까지는 두 시간 반 이상을 가야했으므로 서둘러 출발했다.
용담정 입간판에서 좌회전했던 곳에 이르자 소로(小路)에 차들이 뒤엉켜 있었다.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모두 용담매운탕에 찾아온 차량들이었다. 식당 앞과 주변 도로에까지 가득 주차된 자동차들을 보니 경주의 숨은 맛집인 듯 했다. 민물고기 매운탕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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