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섬 다음에 박수근미술관을 관람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서울춘천고속도로 가평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세 달 동안 오매불망했던 양구 전주식당의 두부를 지나칠 수는 없었다.
2016/06/23 - [맛집/맛집투어] - 양구 전주식당(2015.04): 우리나라 최고의 두부
김치찌개와 촌두부전골은 포기하고 두부구이만 맛본 후 가평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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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주황색 간판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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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서 제 한 몸 불태울 장작들이 입구 한켠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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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도 변한 게 없었다.
손님은 나를 포함해 두 명. 지난 번에는 보지 못했던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았다.
「두부구이 1인분만 주세요」
「1인분이요?」
「네. 1인분이요」
「두 분인데 두부구이 하나만 시키시게요?」
다른 곳에 가서 점심을 먹을 거라고 얘기하려다가 생각해보니 오해를 부를 것 같아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점심을 먹었는데 이 집 두부 생각이 나서 일부러 들른 거예요」
싸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방안 모든 사람들이 또렷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두 명이 왔는데 두부구이 하나만 달래.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나봐」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내가 들으라고 하는 거였다면 무례한 언행이었고
원래 목소리가 그런 거였다면 몽매한 언행이었다.
발길을 돌려 일부러 들렀는데 이런 식의 대우를 받으니 불쾌하고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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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먹고 나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
서비스가 형편없는 식당은 다시 찾지 않는 게 신조인데 다시 찾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맛있는 음식도 두 번 먹으면 만족도가 미세하게나마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그런데 이곳의 두부구이는 두 번째 만족도가 첫 번째보다 더 컸다. 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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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종류는 다소 달라졌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Qualit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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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사이에 숨은 노란 정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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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사이로 우뚝 솟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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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왔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돌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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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재료가 착한 식당이긴 하지만 이날만큼은 서비스가 착한 식당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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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전환하고 소화도 시킬 겸 양구 종합운동장에 가 보니 헬멧을 쓴 여자아이가 트랙을 열심히 뛰고 있었다. 양구군 전체가 청정지역이긴 하지만 양구 필수코스로 양구 종합운동장을 추천한다. 알 수 없는 기(氣)가 흐르는지 몰라도 여기서 느껴지는 공기의 질감은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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