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핵심은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이었지만, 불안 요인이 너무 많았다.
최근 불갑사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꽃무릇 개화율이 10% 미만이었다. 불갑사의 꽃무릇은 다음날 과연 얼마나 피어 있을까.
주차도 문제였다. 불갑사 앞의 주차장은 꽃무릇을 보러 밀어닥치는 관광객의 자동차들을 충분히 수용할 만큼의 크기가 아니었다.
목포 마리나베이 호텔에서 영광 불갑사를 내비게이션에 찍으니 예상소요시간은 약 1시간이었다.
주차 걱정 때문에 호젓한 아침식사를 할 여유가 없었다. 영광군에 진입한 후 불갑사 가는 길에 있던 가게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 옳은 판단이었다. 아침 9시를 조금 넘겨서 불갑사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서너 개만 남아 있었다. 이럴 때의 쾌감이란!
▲ 「제16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라는 현판이 눈에 확 띄었다.
같은 꽃을 두고 상사화와 꽃무릇 두 가지 이름이 혼용되고 있는데, 엄격히 말하자면 상사화는 꽃무릇의 상위 개념이다.
대략 20종의 상사화가 있는데, 꽃무릇은 붉은색을 띤 상사화다.
따라서 「영광 불갑산 상사화」는 영광 불갑산 꽃무릇 또는 영광 불갑산 붉은 상사화가 정확한 표현이다.
▲ 현판이 달린 문을 통과하자 형형색색의 꽃 군락이 있고 그 너머로 꽃무릇의 실루엣이 보였다. 기대감 상승.
▲ 이삼일 전만 하더라도 개화율이 10% 미만이라고 했는데, 오늘 와 보니 거의 만개한 상태였다. 빛과 그늘과 레드의 완벽한 앙상블에 감탄한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현판이 있던 곳에서 불갑사까지 가는 길 주변은 온통 꽃무릇 천지였다. 윤기 나는 녹색 줄기와 강렬한 붉은 꽃의 색 대비가 보여주는 청량감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 나무 그늘 아래의 꽃무릇도 매력 만점이었지만, 가을 햇빛을 듬뿍 머금은 꽃무릇도 대단했다.
▲ 꽃무릇은 옛날에는 구황식품이었다. 식량이 떨어지면 꽃무릇의 알뿌리에 함유된 녹말을 걸러내 죽을 끓여 먹었는데, 알뿌리에 독소가 있어서 이를 가라앉히려면 시간이 꽤 걸렸다고 한다.
독소를 가라앉히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성급히 죽을 쑤어 먹으면 배탈이 나서 고생했기 때문에 "자발스런 귀신은 (꽃)무릇 죽도 얻어 먹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생겨났다고 한다.
▲ 불갑사 현판과 금강문
▲ 불갑사 경내. 꽃무릇 레드카펫을 지나왔기 때문인지 경내는 차분하고 수수해 보였다.
▲ 불갑사를 지나 길을 따라 더 나아가면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둘레에도 꽃무릇이 식재되어 있었는데 이곳의 개화율은 높지 않았다.
▲ 저수지 끝의 작은 공터. 별다른 건 없었다.
▲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난생처음 보는 꽃무릇이었는데 정말 한껏 감상했음.
▲ 맑은 하늘에 뜬 거대 구름. 불사조phoenix를 닮은 형상이라 한 컷 촬영.
주차장 일대는 난리법석이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불갑사 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광장에 있는 간식 매대에서 옥수수와 복분자 주스를 사 먹었는데 맛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꽃무릇 구경을 잘 했다고 말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전후 사정을 말해주었다.
이틀 전이었던 주말이 상사화 축제였는데 꽃이 거의 피지 않았고 주말 내내 비가 와서 축제는 폭망했다는 것이었다.
꽃무릇은 물과 그늘을 좋아하는데 주말에 온 비 덕분에 오늘 만개한 것이라고 했다.
다음 여행지로 가는데 불갑사에서 2~3KM 떨어진 곳에서 관광객들이 걸어 오고 있었다. 교통 통제 때문이었다.
완벽하고 행복했던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 여행이었다.
🔊🔊🔊
1. 전라도 꽃무릇 3대 명소: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영광 불갑사, 전남 함평 용천사
2. 붉은 꽃과 녹색 줄기의 강렬한 대비
3. 꽃무릇 만개한 불갑사를 보려면 운이 좋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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