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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충주 비내길(2016.09): 피지컬은 좋은데 어중간한 느낌

by AOC 2016.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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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려고 했던 트레킹 코스는 충주의 "종댕이길"이었다.

 

그런데 충주시청의 관광안내도를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코스의 얼개를 도통 파악할 수가 없었다.

 

주차장은 어디인지, 직진횡단형 코스인지 원점회귀형 코스인지, 소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가늠할 수 없었다. 짜증 나는 일이었다.

 

 

충주시청 관광안내도를 다시금 찬찬히 들여다보니 비내길 1구간이 그나마 직관적이었다. 코스가 전체적으로 평지平地이고 원점회귀형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비내길 1구간의 정확한 시작점 또한 애매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일단 출발.

 

 

 

 

▲ 충주시청 관광안내도와 네이버 지도를 비교·대조하여 추측한 비내길 1구간 시작점은 "앙성온천광장"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예상이 맞았다. 광장 주차장 맞은편의 「운봉전통옹기」와 「명품 비내길 비석」 사이가 비내길 1구간의 시작점이다.

 

 

 

 

▲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을 끼고 예쁜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다. 충주시청 홈페이지의 설명은 미비하지만 길은 잘 관리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쯤, 아스팔트 길이 흙길로 바뀌었다.

 

길 좌우에는 수령(樹齡)이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었는데, 바닥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거미줄이 어지러이 이어져 있어서, 흙길로 가는 것은 무리였다.

 

 

 

 

▲ 다행히 흙길 옆에는 콘크리트 자전거길이 있었다. 흙길의 정취는 잠시 뒤로 미루고 걸음을 서둘렀다.

 

 

 

 

▲ 자전거길은 어느새 다시 흙길과 이어졌다. 조금 전의 흙길보다 제초 상태가 양호해서 걷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다. 흙길과 아스팔트 길이 반복되었는데, 갈림길이 많아 비내길 1구간의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표지판에 너무 인색한 둘레길이었음.

 

 

 

 

▲ 걷다가 만난 마을 주민에게 비내길 1구간이 맞는지 물었더니, 비내길 1구간이 뭐냐고 되물었다. OTL. <양진농원>을 지나 노란 점선이 그려진 아스팔트 길에 접어드니 「벼슬바위(할미바위)」가 보였다. 비내길 1구간이 맞아서 안도함.

 

 

 

 

▲ 벼슬바위(할미바위)

 

먼 옛날 마고 할미가 수정을 치마에 싸서 들고 가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생긴 바위라고 한다. 영험함이 서린 바위라서, 벼슬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이 바위에 정성을 다해 기원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바위를 잠시 감상한 후 「철새전망공원」 방향으로 이동.

 

 

 

 

▲ 철새전망대

 

전망대는 그리 높지 않았고 무료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비내길 옆에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어서 습기가 상당히 많았다. 더움과 습함의 콜라보레이션에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비내섬」 방향으로 이동.

 

 

 

 

▲ 비내섬으로 가는 길은 흙길과 나무토막으로 덮인 길로 구성되어 있었다. 둘레길에 운치를 더하기 위해 나무토막 길을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걷기에 "너무 너무 너무" 불편했다.

 

 

 

 

▲ 비내섬 보도교. 뭍과 비내섬을 연결하는 다리다. 비내섬까지 돌아볼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 아쉬운 마음에 비내섬 보도교에 올라 남한강을 내려다보았다. 강은 매우 얕아서 성인의 무릎과 발목 사이쯤 될 듯 싶었다.

 

 

 

 

▲ 비내섬 맞은편의 마을로 진입. 논둑의 대추나무에 튼실한 대추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잠시 감상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셨다.

 

"대추나무에 대추가 너무 많이 달려서 가지가 휘어졌네요.“

 

"다 소용없어요." 하고 할머니께서 손사래를 치셨다.

 

"왜요?"

 

할머니의 설명인즉슨, 최근 들어 마을에 펜션 여러 동이 들어섰는데, 숙박객들이 마을 주변의 농작물을 제멋대로 따 간다는 것이었다.

 

대추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밭에 심은 무·고추·배추 등을 거리낌 없이 가져가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고 한다. 말리려고 땅에 늘어놓은 고추도 숙박객들이 가져간다는 덧붙임.

 

주민들이 농작물을 가져가는 걸 말리면 왜 안 되냐고 따져 묻는 숙박객도 있다는, 믿기 어려운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 마을에서 앙성온천광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데, 10여 분 전에 출발했다는 매점 아주머니의 설명. 버스의 존재를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덥고 힘든 상태에서 이 소식을 들으니 힘이 쭉 빠졌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입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마을에서 앙성온천광장까지는 이어진 2차선 포장도로를 걸어 나갔다.

 

임진왜란 중에 활약한 의병장 조웅 장군의 묘소가 있었지만 가볼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터덜터덜 걷다 보니 비내길 1구간 시작점의 「옛날 옥션」이 저 멀리 보였다.

 

걸은 시간은 대략 두 시간 반, 걸은 거리는 대략 10KM.

 

땀과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앙성탄산온천으로 직행하였다.

 

 

 

 

🔊🔊🔊

1. 둘레길 초반부의 표지판 부재는 아쉬움

2. 물·간식 필수 지참

3. 둘레길 자체의 주변환경은 좋은데 나사가 여럿 빠진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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