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은 가히 절대적이다. 한우의 맛과 육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맹신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지금껏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각 지역의 이름난 한우를 먹어보았지만, 기억에 깊이 각인될 정도의 한우 고기는 접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한우 중 최고를 꼽자면 강원도 태백시 태성실비식당의 갈비살 정도?
오히려 광우병이라는 대형 사기극에 매도당했던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 유명 한우보다 더 우월하다는 사실에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블랙 앵거스의 맛이나 식감은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경북 봉화군은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한우에 봉화한약우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 중이다. 봉화 한우는 사실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한우였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울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었고 주차가 편리하다는 점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였다. 봉화한약우프라자는 한우 판매점과 식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 봉화한약우프라자 주차장은 매우 널찍하다. 명절 등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주차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 드넓은 주차장의 한 면은 봉화한약우프라자, 다른 한 면은 봉화 파인토피아에 접한다.
봉화 파인토피아는 봉화군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직판하는 로컬푸드 판매장이다. 이곳에 관해서도 할 말이 참 많다.🤩
봉화한약우프라자 건물은 상당히 크다. 정문을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좌측은 봉화 한약우 판매점이고 우측은 식당이다.
▲ 입구의 식당 메뉴판. 냉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고기 관련 메뉴다. 물론 식당 옆의 판매대에서 고기를 구매한 후 상차림비 4천 원을 내고 구워 먹을 수도 있다.
▲ 별다른 기대 없이 들렀기 때문이었을까. 판매점의 모습은 사진에 미처 남기지 못했다. 판매점에서 산 고기를 들고 식당으로 직행. 식당은 홀Hall과 룸Room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기를 구워 먹는 건 시간이 걸리는 행위이므로 오래 앉아도 불편함이 덜한 의자식 테이블이 좋은데, 홀과 룸 모두 좌식인 점이 아쉬웠다.
점심시간이 피크를 지난 시각이라 홀Hall에 손님은 거의 없었지만 룸을 배정받았다.
▲ 6년 전에 방영된 SBS 「생방송 투데이」의 스틸컷. 주목할 만한 사진은 없었다. 송이버섯이 50년 만에 대풍이었다는 문구가 보였다. 송이버섯과 소고기가 정正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장의 멘트가 눈에 띄었다. 봉화군이 송이버섯의 대표 산지이긴 하지. 자연산 송이는 맛과 향만큼 가격도 안드로메다라서 감히 범접할 수 없다.
▲ 숯불은 참숯. 연기도 거의 나지 않고 화력도 적당했다. 반찬은 여느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무난한 구성이었다. 초점이 나간 사진이 많네...
▲ 판매점에서 구매한 업진안살과 안심의 감동적인 가격. 한우 산지産地에서나 접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판매점에서는 안심과 업진안살 외에 다양한 부위를 판매한다. 부드러운 식감의 안심, 중간 정도 이상의 질김을 보장하는 업진안살이 이날의 pick이었다.
맛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소고기의 선홍빛 색감이 식욕을 극단적으로 자극했다.
▲ 팩에서 꺼내놓고 보니 소고기의 선홍빛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안심과 업진안살을 그릴 위에 동시다발적으로 투하.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일었다.
▲ 지금껏 먹어본 한우 중 "최고"였다.
소고기에 대한 평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소고기의 잡내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잡내(누린내)는 유명 한우에서도 간혹 경험할 때가 있는데, 일단 냄새가 나더라도 비싼 소고기를 버릴 수 없는 노릇이라 꾸역꾸역 먹는 고역을 치르게 된다.
봉화한약우는 과연 어땠을까? 안심과 업진안살 모두 잡내는 1도 없었다.
잡내가 없으니 소고기 본연의 고소한 향과 맛이 도드라졌다.
한약을 섞은 사료를 먹였기 때문일까, 육질 또한 대단했다.
가뜩이나 부드러운 안심은 몇 번 씹으면 사르르 녹아내렸고, 업진안살은 꽤 쫄깃쫄깃해서 고기 씹는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봉화한약우야말로 우리나라 한우의 최고봉이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
사이드 메뉴로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문했는데, 냉면에서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고기와 함께 곁들어 먹기에 부족함은 전혀 없었다. 비빔냉면에 딸려 나온 냉육수의 맛이 꽤 괜찮았다. 조미료의 기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족스러운 식사가 끝난 후에 식당 옆의 봉화군 로컬푸드 판매장의 카페에서 오미자 원액 냉 주스를 주문했다. 2천 원이라는 혜자스러운 가격 대비 맛과 양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봉화한약우프라자. 자주 찾아가게 될 것 같다.
🔊🔊🔊
1. 잡내 1도 없는 fresh함
2. 맛, 육질, 식감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음
3. 블랙앵거스·와규와 충분히 경쟁 가능한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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