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직장 동료가 내게 물었다.
"이천이 고향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이천에서 오래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이긴 합니다."
직장 동료가 환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잘됐네요. 이천 온천에 갈 계획인데요, 이천에 가 볼 만한 곳 좀 추천해 주시겠어요?"
"……."
😓😓😓😓😓😓😓😓
이천에서 이십여 년을 살았지만, 정작 살았던 동네를 제외하고는 이천의 명소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나의 침묵이 길어지자 직장 동료가 조심스레 말했다.
"1박 2일 예정이라 하루 동안 돌아볼 수 있을 정도면 돼요. 너무 많은 곳을 추천해 주셔도 소용없어요."
직장 동료의 천진난만한 웃음.
나의 침묵을 이천의 수많은 관광명소를 머릿속으로 검색하는 과정이라고 넘겨짚은 듯했다.
"모처럼 떠나시는 여행인데 아무 곳이나 추천해 드릴 순 없죠. 여행코스를 멋지게 만들어서 내일 알려 드릴게요."
개인적 경험과 고향 친구의 추천에 기반해 부랴부랴 만들어 낸 당일여행코스를 직장 동료에게 전해 주었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 여행코스를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1. 이천 산수유 마을
주소: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원적로 775번길 17 (도립리 786-3) |
이천 산수유 마을은 경북 의성, 전남 구례와 함께 국내 3대 산수유 명소로 꼽힌다.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꽃은 이른 봄 매화와 함께 피어난다. 산수유꽃이 필 때의 산수유나무 군락지는 노란색 물결로 뒤덮여 일대 장관을 이룬다.
산수유꽃 개화 시기에는 이를 보러 온 수많은 관광객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산수유꽃을 보는 것인지 사람을 보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10월 말 즈음부터는 가을 단풍시즌과 맞물려 산수유가 붉게 물든다. 이른 봄 노란색 산수유꽃에만 집착하지 말고 늦가을 산수유나무의 풍성한 모습에도 눈을 돌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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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산수유마을로 찾아가는 길은 쉽다.
대부분의 인터넷지도나 내비게이션은 이천 산수유마을을 입력하면 바로 인식한다.
만일 이천 산수유마을이 검색되지 않으면 도립1리 마을회관을 입력해도 된다.
산수유사랑채라는 한옥 건물 뒤로 원적산(圓寂山)이 보인다.
신라 선덕여왕 대에 창건된 영원사(靈源寺)가 있으며, 고려 공민왕이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이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등산 애호가들은 원적산을 경기도의 알프스라고 부른다. 무려 알프스다!
주차장 진입로에서 눈에 띄는 건물은 오로라 커피와 산수유 사랑채이다. 오로라 커피야 딱 봐도 카페라는 걸 알겠지만, 산수유 사랑채의 용도는 알쏭달쏭. 안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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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산수유 명소답게 주차장이 광활하다. 주차비는 무료, 24시간 주차 가능.
이른 봄의 축제 기간에는 이 드넓은 주차장이 관광객과 자동차로 인산인해(人山人海)와 차산차해(車山車海)를 이룬다. 매년 봄 이곳 산수유 축제에 가려 하다가도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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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의 산수유둘레길 안내판과 주변명소 안내판.
육괴정은 산수유나무 군락지 들머리에 있어서 자연스레 둘러보게 된다.
낙수제·송말숲·백송·반룡송은 산수유 마을에서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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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사랑채 옆에는 공중화장실이 있다.
산수유 사랑채의 정체는, 가온·누리·도담·라온·미루라는 다섯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한옥 숙소이다.
가온은 한가운데, 누리는 세상, 도담은 야무지고 탐스러운, 라온은 즐거운, 미루는 널리 펼쳐진 들판이라는 순우리말이다.
궁금증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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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뒤편으로는 거대한 전원주택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주택들은 최근에 지어진 듯 외관이 깨끗했는데 디자인이 엇비슷한 걸 봐서는 하나의 업체에서 일괄 분양한 듯.
주차장에서 만난 마을주민에게 산수유 마을로 가는 길을 물었다.
산수유나무 군락지에 가려면 주차장에서 꽤 걸어가야 한다는 절망적인 대답 직후에, 지금은 비수기이니 자동차로 가도 될 거라는 희망적인 대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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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갈림길. 느티나무 옆 재활용쓰레기장 삼거리에서 육괴정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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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갈림길에서 자동차로 3~4분 이동하면 거대한 느티나무 여러 그루가 나타난다. 산수유나무 군락지 시작점이다.
도립리 버스 정류장 옆에는 산수유 마을 표지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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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리 육괴정(六槐亭)
기묘사화 당시 몰락했던 신진사류 중 하나였던 엄용순嚴用順이 난을 피해 이곳으로 낙향하여 육괴정을 건립했다고 한다.
엄용순을 포함한 여섯 명의 선비가 우의를 기리기 위해 정자 주위에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괴(槐)는 느티나무를 뜻한다.
육괴정에 드리운 느티나무는 수령樹齡이 무려 570년이라고 한다. 570년이라는 시간, 실감이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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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 군락지에 들어서면 빨간 산수유 열매와 오밀조밀 쌓인 돌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산수유나무들은 수령樹齡이 상당해 보였다. 줄기와 가지가 하나같이 굵고 두꺼웠다.
이정표가 없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굴착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 개천 정비 중인 듯.
길이 막혀 되돌아 나오는 길에 이곳은 둘레길이 아님이라는 수제 이정표 발견! 황급히 돌담을 따라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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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경운기에 묶인 흰 개가 사납게 짖어댔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웬걸 갑자기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했다. 관광객들의 손을 꽤 많이 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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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층집의 돌담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면 산수유나무 군락지에 닿는다.
황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 사이로 붉은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노란 산수유꽃이 화사함과 이른 봄의 생동감을 상징한다면, 붉은 산수유 열매는 풍요로움과 늦가을의 쓸쓸함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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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 군락지 중간 지점에는 「잣나무숲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1. 노란 산수유꽃 대신 붉은 산수유 열매 감상 어때?
2. 늦가을의 한적함과 쓸쓸함을 만끽해 보자
3. 봄에 이곳에 가려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것
2. 반룡송
주소: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201-1 |
이천 소재 노거수老巨樹 중에서 단연 최고의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산수유마을에서 자동차로 2분 거리이므로 산수유마을 관람 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주행하다가 협소한 농로農路로 진입해야 한다. 진입구간이 좁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농로를 백여 미터 주행하면 주차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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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송 진입로
비포장 자갈길이지만 경계석으로 나름의 구색을 갖추었다. 마치 반룡송에 대한 예의를 갖춘 듯하다.
진입로 입구에서 보면 소나무 여러 그루가 군락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한 그루인데…….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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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한 기운을 품었기 때문일까, 반룡송에서의 무속행위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설치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제381호인 반룡송은 용의 비늘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표피와 용트림처럼 사방으로 뻗친 줄기가 대표적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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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서면 비로소 반룡송의 웅장한 풍채가 체감된다.
반룡송 앞에는 1996년 12월 30일에 천연기념물 제381호로 지정되었다는 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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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송은 통일신라 시대 말 도선국사가 우리나라의 다섯 명당에 심은 소나무 중 하나라고 알려져 왔다.
※ 다섯 명당: 이천, 서울, 강원도, 계룡산, 함흥
도선국사는 소나무를 심은 다섯 곳에서 세상을 뒤바꿀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전설에 기반하면 반룡송의 나이는 1천 년을 훌쩍 넘는다.
천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후세 사람들이 반룡송의 줄기와 가지에 받친 강철 지지대가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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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송의 반(蟠)은 긴 몸뚱이를 가진 생물이 잔뜩 몸을 빙빙 감아 돌린 모습을 뜻한다.
반룡은 승천하기 위해 땅에서 잔뜩 몸을 감은 용을 가리킨다.
이리저리 꼬이고 비틀린 채로 사방으로 뻗친 가지들을 보면 과연 반룡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소나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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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비늘을 연상시킨다는 반룡송의 붉은 나무껍질이다.
반룡송은 신령한 나무이므로 그 껍질에도 신통력이 있으리라 생각해서 반룡송의 껍질을 뜯어간 사람이 있었는데,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 도선국사가 심었다는 다섯 명당의 소나무 중 하나
2. 꿈틀거리는 용을 연상시키는 자태
3. 도선국사 인증 명당의 기운을 체험할 수 있는 곳
3. 신대리 백송
주소: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원적로 568번길 204(신대리 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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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리 백송(속칭 이천 백송)은 반룡송보다 덜 알려진 소나무이다. 그래서일까, 찾아가는 길이 다소 까다롭다.
내비게이션에서 신대리 백송이 검색되지 않는다면 신대리 마을회관을 검색할 것.
신대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한 후 오른쪽 사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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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이상 진입불가라는 경고문이 있지만, 마을 내 작은 길이므로 1톤 이하 승용차도 진출입하기가 쉽지 않다. 신대리 마을회관에 주차하는 게 몸과 마음 모두 편하다.
잠시 걸으면 담장과 지붕 너머로 하늘 높이 곧게 뻗은 백송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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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리 백송으로 가는 진입로. 붉은벽돌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신대리 백송의 웅장한 자태가 눈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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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리 백송의 알림판을 보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백송의 원산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 북부지방이다. 국내의 백송 중 노거수老巨樹로서 남아있는 것은 10여 그루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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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나무와는 다른 모습 때문이었을까. 백송의 나무껍질이 귀한 약재라는 속설이 돌아서 껍질이 마구잡이로 벗겨지는 수난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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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리 백송은 천연기념물 제253호이며 약 210년 전 참판을 지냈던 민달용의 묘소에 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묘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창경궁 백송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거나 백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방문할 만하다.
1. 토종 소나무와는 이질적인 외관의 소나무
2. 전국에 10여 그루만 남아 있는 희귀종
3. 껍질 수난시대
4. 안흥지安興池
주소: 경기도 이천시 안흥동 404-3 |
안흥지는 이천시 안흥동에 위치한 연못이다.
안흥지의 축성연대는 애련정기愛蓮亭記에 조선 세조 대로 기록되어 있으나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신라 시대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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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지에서 도보로 1~2분 거리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주차비는 혜자스럽다. 안흥지를 여유롭게 돌아보고 와도 1~2천 원 안팎이다.
주차비는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기본요금인 600원도 카드 결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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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지 둘레길은 원점회귀형이므로 좌우 어느 쪽으로 출발해도 무방하다.
저 멀리 잔잔한 수면에 비친 나무와 다리의 반영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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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지 둘레길의 늦가을 풍경은 여느 단풍 명소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아기단풍 나무가 다수 식재되어 있어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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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을 걸으면서 울타리에 전시된 사생대회 및 백일장 수상작을 감상하는 묘미가 상당했다. 아이들의 동심童心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의 이해타산적인 세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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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는 휴식시설이 넉넉히 갖춰져 있다. 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앉아 쉬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둘레길 관리는 매우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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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지 한가운데에 있는 정자 애련정愛蓮亭과 애련정으로 이어지는 다리. 애련정은 둘레길을 일주한 후에 가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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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잔잔하게 울리는 시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달콤하게 들릴 수도 있음을 처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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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로 보이는 애련정. 길 건너편에는 샛노란 외벽이 인상적인 카페 투핸즈 커피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카페의 통창 너머로 안흥지를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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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에 부임했던 관료들의 덕행을 기리는 공덕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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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비 근처에는 운동기구와 쉼터가 있고, 길 건너편에는 편의점이 있다.
안흥지 둘레길은 그리 길지 않아서 걷는 데에 큰 무리가 없지만, 더운 여름날이면 편의점의 존재가 꽤 크게 느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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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색 다리를 건너면 애련정愛蓮亭에 닿는다.
애련정의 창건 시기는 알려지지 않는다. 세조 12년 이천부사 이세보가 애련정을 중건하고 안흥지에 연꽃을 심었다고 하며, 영의정 신숙주가 애련정이라는 명칭을 지어줬다고 전해진다.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 이정, 서거정, 조위 등 당대 명사들이 애련정의 경치를 찬양하는 시를 남겼으나 아쉽게도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중종이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었고, 숙종·영조·정조가 친히 방문했다고 한다. 조선 시대의 핫플레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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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련정에서 바라본 안흥지 일대의 풍경
1. 걷기에 전혀 부담되지 않는 둘레길
2. 잘 관리되고 가꿔진 둘레길 조경
3. 안흥지와 애련정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
5. 중앙통(문화의 거리) + 미태리(MITALY)
주소(MITALY): 경기도 이천시 어재연로 37번길 15 2~3층 |
이천 토박이라면 문화의 거리보다는 중앙통이라는 명칭이 익숙한 곳이다.
중앙통은 길게 형성된 연도형 상가로서, 외식과 쇼핑에 특화돼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서울의 명동이나 로데오 거리와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상가밀집구역이야 모든 지방 소도시에 다 있지만, 이천 중앙통은 상가 밀집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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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에는 문화의 거리라는 조형물과 함께 바이올린을 켜는 연주자의 조형물이 있다.
이천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도자기·반도체인가 쌀·복숭아인가. 개인적으로는 도자기와 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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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은 3층 내외의 상가 건물이 길게 이어진다. 이 정도로 상업 시설이 밀집한 곳은 다른 지방 도시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화창했던 어느 일요일 오전, 중앙통에서 옷을 고르고 책을 사고 경양식집에서 돈가스를 먹었던 학창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당시 중앙통은 이천시민들의 소비 욕구를 100% 해결해 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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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을 걷다가 특이한 점 발견.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이 65초 이상이다. 서울의 큰 사거리에서도 이렇게 긴 보행신호는 본 적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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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거리에 얽힌 연혁을 사진으로 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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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통을 오가는 유동인구도 많아서 가히 이천시의 핫플레이스라고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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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을 걷다가 미태리MITALY라는 독특한 이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발견!
가게 앞의 스탠드 배너를 무심코 보았다가 엄청나게 착한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웬만한 파스타 가격이 2만 원을 넘나드는 요즘, 6천 원에서 8천 원 사이의 가격은 중저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낮은 가격은 낮은 품질을 연상시키는데,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100% 이탈리아산 스파게티면을 사용한다는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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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2층과 3층에 자리한다.
2층에는 주문 키오스크와 주방이, 3층에는 테이블이 있다.
키오스크에서는 음식을 주문하고 자신이 앉을 테이블 위치도 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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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는 4번 테이블이다. 창가를 원한다면 꼭 기억할 것.
인테리어는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하고, 벽은 영화 포스터로 장식되어 있다. 모던한 느낌이 맘에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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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마늘빵. 떡볶이는 서비스.
2만 원을 넘나드는 파스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100% 이탈리아산 스파게티면이라는 문구에 반신반의했는데, 잘 삶아진 면은 탄력이 넘쳤고 올리브 오일은 풍미가 제법이었다.
마늘빵은 바삭함보다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춰 조리되었다. 고소한 버터향이 인상적이다.
서비스로 나온 떡볶이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응? 이건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직접 먹어보면 내 말뜻을 바로 이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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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나가는데 주방에서 들려온 "안녕히 가세요"라는 우렁찬 인사.
약 두 달 전에 오픈한 곳이라는데, 초심을 잃지 말고 이 맛과 가격을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 태극당
주소: 경기도 이천시 영창로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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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71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나저나, 이천에 사는 동안 태극당의 존재를 왜 몰랐을까?
Boulangerie는 빵집이라는 뜻.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다. 자정까지라니……. 여간 부지런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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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입구에는 빼빼로 데이(11월 11일) 맞이 태극당 수제 빼빼로들이 있다. 빼빼로는 매장 내부에도 진열되어 있다. 기왕에 선물할 거라면 수제 빼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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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매장이지만 진열대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빵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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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된 빵들의 맛은 시식 전이므로 알 수 없었지만, 비주얼에는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극당 빵의 경쟁력은 이름도 드높은 이천 쌀이 주재료라는 것이다.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들어서 빵을 먹었을 때 속이 편하고 소화가 잘된다. 쌀로 만든 빵의 거친 식감도 태극당 빵에서는 걱정 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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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매하면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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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끈 홍국쌀빵. 화려한 비주얼의 태극당 빵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색감을 자랑한다.
비주얼만큼이나 식감이 독특하다. 빵 윗부분은 소보루 타입이라서 바삭한 식감인데 아래는 쫀득쫀득한 떡의 식감이다. 빵을 세로로 자른 단면은 스테이크를 연상시킨다. 맛과 식감 모두 만족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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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당의 베스트 5는 몽블랑페스츄리, 양파빵, 먹물크림치즈바게트, 마늘바게트, 팥버터프레첼이라고 한다. 계산대 옆 냉장고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카롱이 가득하다.
1. 1971년에 개업한 노포
2. 이천 쌀을 주재료로 만든 빵
3. 이천에 살면서 이곳을 왜 몰랐을까?
7. 설봉공원
주소: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28 |
이천의 진산인 설봉산 자락에 위치한 설봉공원은 설봉호 둘레길과 설봉국제조각공원으로 구성된 이천시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설봉호는 면적 99,174㎡, 둘레 1.05㎞, 수심 12m에 달하는 저수지로 설봉저수지·관고저수지로도 불린다. 호수 가운데의 80m의 고사 분수에서 쏘아 올리는 물줄기는 환상적인 무지개를 연출한다.
설봉국제조각공원에는 세계 유명작가들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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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는데도, 설봉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제2주차장에는 「Gracy Coffee」라는 카페가 있는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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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9경 안내판이 있다.
이천 9경은 ①도드람산 삼봉 ②설봉호 ③설봉산 삼형제 바위 ④설봉산성 ⑤산수유마을 ⑥반룡송 ⑦안흥지 애련정 ⑧노성산 말머리 바위 ⑨이천도예촌이다.
이 블로그에 소개한 당일 여행코스만 따라가도 이천 9경 중 네 곳을 하루에 돌아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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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공원 인도 정비사업 중이다. 2022년 12월 31일에 공사 완료 예정이다. 지금보다 더 보행자 친화적인 둘레길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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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아기단풍나무 사이로 나무다리와 설봉호가 멋스럽게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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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의 탑과 음악분수. 음악분수는 동절기(2022.11.01.~2023.03.31.) 중에 운영하지 않는다. 분수가 내뿜는 물줄기 사이로 그려지는 무지개는 내년 4월 1일부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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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정雪峰亭
정자 내부에는 약수루若水樓·이민각利民閣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다. 마한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이천시의 연혁을 적은 현판도 있어서 역사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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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정 옆에는 힐링이 되는 글귀를 새긴 돌들이 쭉 늘어서 있다.
조금 쉬어도 괜찮아라는 문구에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이루기 위해서 미루지 말아요라니! 너무 급한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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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호 둘레길 산책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설봉국제조각공원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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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고장답게 도자기를 굽는 화덕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장승에는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 대신 풍년대장군·햅쌀여장군이라고 적혀 있다. 장승의 로컬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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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길은 밤에 불이 들어오면 운치가 있을 듯하다. 제2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널찍하다. 벤치가 지나칠 정도로 많이 놓여 있다. 아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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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석인 감돌로 쌓아 올린 약 6미터의 조형물 Rise Above
이 땅의 역사를 간직한 돌멩이를 통해 시간적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작품 설명에는 쉽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조형물은 꽤 독특하고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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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월남전 참전기념탑. 경기도자미술관 들머리의 이천도자문화마켓에서는, 페플라스틱 식기류를 가져오면 무게와 수량에 따라 도자기 식기로 바꿔주는 행사를 11월 9일부터 11월 13일까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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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대의 버스에서 하차한 사람들이 제2주차장 쪽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다들 다른 지역 농협 명찰을 패용하고 있었다. 가을 여행으로 이천시에 놀러 왔다가 설봉공원에 들른 듯했다. 다들 환하고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공원 산책 후의 이천 쌀밥 한정식에 대한 기대감이었을까?
1. 이천시의 대표적 관광명소
2. 쾌적하고 부담 없는 둘레길
3. 분수 쇼는 내년 4월 1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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