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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원주 매지저수지 둘레길(2022.10): 원주의 숨겨진 히든 플레이스 (feat. 완벽한 힐링+트레킹)

by AOC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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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첫 여행! 😍

 

원주시는 강원도 여러 지역 중 서울·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다. 그래서였을까? 가까우니까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원주시 관광은 늘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원주시의 대표 명소는 산세가 험해서 "치"를 떨며 올라가다가 "악" 소리를 내게 된다는 「치악산雉岳山」이다. 단풍철이 되면 산 전체가 붉게 물들어 예전에는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렸던 곳이다.

 

치악산 단풍은 2주 정도는 더 기다려야 했으므로 치악산 등반은 다음 기회로….

 

그 대신 현지인이 추천하는 힐링 코스 두 곳을 다녀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만족"이었다.

 

 

힐링 코스의 첫 번째는 매지저수지 둘레길. 원주시민들조차도 잘 모른다는 숨겨진 명소다.

 

 

 

 

매지저수지는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이하 미래캠퍼스)와 접한다. 1962년에 조성되었으며 만수면적은 25헥타르이다.

 

약 2.4㎞의 매지저수지 둘레길은 거의 모든 구간에서 매지저수지의 푸른 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 저수지 북서쪽의 거북섬에는 신비한 전설을 품은 돌미륵이 모셔져 있다.

 

매지저수지는 흥업저수지라고도 불리는데, 매지리에 있으니 매지저수지가 맞고, 흥업면에 있으니 흥업저수지도 맞네? 🙄

 

원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매지저수지라고 소개되어 있다.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사항은 바로 주차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아무리 좋은 관광지라고 하더라도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다.

 

매지저수지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와 접해 있는데, 교내 연세스포츠센터의 주차장에 무료 주차가 가능했다.

 

주차장 무료 개방이 학교로서는 쉽지 않았을 텐데……. 연세대학교의 호의가 고맙게 느껴졌다.

 

주차장 아래에는 둘레길의 초입인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키스로드가 있지만, 경사가 급해서 바로 내려갈 순 없다.

 

주차 후 연지교로 걸어서 이동했다.

 

 

 

 

매지저수지 둘레길은 원점회귀형이므로 둘레길 어느 지점에서 출발하든 상관 없다.

 

다만, 주차와 제반사항을 고려했을 때 연지교를 시작점으로 잡는 게 편리하다.

 

연지교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정문을 지나자마자 건너게 되는 보행자·차량 겸용 다리다.

 

원주시의 단풍은 아직이었지만, 단풍철의 전령사인 은행나무는 단풍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연지교에서 교정을 향해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들이 자못 볼만했다.

 

둘레길에 첫걸음을 내닫기 전에 매지저수지 일대를 바라보았다. 기대감이 +2 상승하였다.

 

 

 

 

연지교 바로 옆에는 미래캠퍼스 키스로드 들머리가 있다.

 

여기에 키스 로드 Kiss Road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운치가 그만인데다가 이 구간의 야경이 특히 매력적이어서, 매지저수지 둘레길 중 이 구간을 남녀가 함께 걸으면, 사랑이 저절로 싹터서 키스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동성과 걸으면 4년 동안 솔로로 지내게 된다는 으스스한 전설도 존재한다.

 

혼자 오길 잘했네. 휴우우~ 🙄

 

 

 

 

키스로드가 끝나는 지점에서 목재데크길이 시작된다.

 

목재데크길을 잠시 걸으면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노천극장에 닿는다.

 

저수지에 솟아오른 섬은 거북섬. 섬 중앙의 보호각 아래에 사람의 형체를 한 뭔가가 보인다. 무엇일까?

 

 

 

 

매지저수지의 미륵불이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0호이며, 제작 시기는 고려 전기로 추정된다.

 

300여 년 전 매남동 주민 박시정 씨의 꿈에 미륵이 나타났다.

 

"땅속에 파묻혀 있는 나를 꺼내어 제자리로 옮겨주면 그 신세를 자손 대대로 갚겠다.“

 

박시정은 마을 사람들과 합심해 땅속에 파묻혀 있던 미륵을 꺼내어 바로 세우고 누각을 지었다.

 

 

 

 

1959년 흥업수리조합에서 매남동에 저수지를 만들기로 했다.

 

저수지를 만들면 미륵불이 물에 잠길 터이니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마을 사람들이 조합에 건의했다.

 

조합은 이를 한낱 미신이라 치부하고 저수지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가 끝난 후 저수지에 물을 채워야 하는데, 비가 통 오질 않았고 인근 지역에는 비가 오더라도 이 지역에만 비가 오지 않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이게 모두 미륵불의 노여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수군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수리조합 이사였던 이중실 씨의 꿈에 미륵불이 나타나 자신을 거북섬에 올려달라고 말하였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조합을 설득해 미륵불을 거북섬 위로 옮겨 놓았다.

 

그날 저녁, 비가 내리기 시작해 매지저수지에 물이 가득 찼고 그 뒤로는 가뭄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거북섬 미륵불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뒤로 하고 산책로 방향으로 이동했다.

 

길은 지나칠 정도로 고요하고 호젓했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사람이 어찌나 반갑던지…….

 

부드러운 흙길 중간에는 연향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현판도 없는 초라한 정자지만, 잠시 앉아 거북섬과 그 일대를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재미가 나름 괜찮았다.

 

 

 

 

매지저수지 제방. 이 제방을 통해 흘러내린 물은 아마도 남한강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흘러간 물은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섞여 한강을 이룬 다음 서해로 도도히 향하겠지. 자연의 신비!

 

 

 

 

매지저수지 둘레길 안내도

 

산 위의 등산로를 택할 것인가, 산 아래의 산책로를 택할 것인가.

 

산 위의 등산로를 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살짝 후회했다.

 

 

 

 

산은 예상보다 높고 경사가 급했다. 노약자·어린이를 동반한 경우, 등산로는 피하는 게 좋을 듯.

 

등산로를 어느 정도 오르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냥 갈 것인가, 내려가 볼 것인가.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 본능이 이성을 압도했다.

 

 

 

 

계단의 끝에는 전망대와 안내판이 있었다.

 

전망대가 있는 곳이 두텁바위라고 한다. 둥그렇고 두터운 바위의 모양이 두꺼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이 자손을 낳게 해달라고 빌던 바위이기도 했다. 두텁바위 위의 산봉우리, 즉 등산로의 정상부는 구억대舊億臺라 하여 명당이라고 전해진다.

 

명당에 발을 디디게 되었으니, 힘들여 등산로를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3층 높이의 매향정.

 

예상치 못한 등산(?) 때문에 피곤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올라가 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층에 오른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매지저수지 둘레길 전 구간 중 가장 뛰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산, 가로수, 저수지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라고 할 수밖에…. 👍

 

 

 

 

3층에는 다소 흔들림을 느낄 수 있으나 안전상에 문제는 없습니다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계단을 오를 때에는 흔들림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 글을 보니 갑자기 두려워졌다.

 

서둘러 내려가는데 어마어마한 시각적 공포가 덮쳐 왔다.

 

계단과 저수지 사이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서, 마치 수면으로 처박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이한 둘레길 산책 중에 뭔가 짜릿함을 원한다면 매향정 3층에 꼭 올라가 보기를 추천!

 

 

 

 

물속에서 솟아오른 꽃. 무슨 꽃인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꽃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청둥오리가 수면에서 우아한 유영을 자랑 중이었다.

 

 

 

 

연지교로 가는 길의 목재데크 소형광장. 벤치에 앉으면 매지저수지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두텁바위를 경유한 등산로와 예상치 못한 아슬아슬함을 선사했던 매향정이 보인다. 인생사도 마찬가지지만 겉으로 만만히 보인다고 함부로 들이대면 안 된다는 교훈을 깨우쳐 준 두 곳.

 

 

 

 

목재데크 소형광장에서 연지교로 가는 길목에 무궁화 동산이 있다. 형식적으로 심어 놓은 게 아니라 진심을 담아 조성한 곳이라는 게 마음에 와닿았다.

 

매지저수지 둘레길.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짜임새가 참 탄탄하다고 감탄하게 됨.

 

 

 

 

무궁화 동산을 지나서 연지교에 드디어 도착!

 

1주 정도만 지나면 은행나무는 완전히 샛노란 상태로 탈바꿈할 것 같았다.

 

연지교 교각의 원주시 로고를 촬영하는 것으로 매지저수지 둘레길 일주 완료! 🤩

 

 

 

 

원주시민 중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매지저수지 둘레길은 은둔(?)의 힐링 코스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강타한 걷기 열풍은 지금까지도 뜨겁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이름난 트레킹 코스는 대부분 관광객들로 북적여서 진정한 힐링을 맛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두려울 정도로 호젓하고 고요한 산책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매지저수지 둘레길은 거의 완벽한 힐링+트레킹 코스이다.

 

 

 

 

🔊🔊🔊

1. 원점회귀형 코스

2. 신비한 전설이 가득한 호젓한 둘레길

3. 매향정 3층은 꼭 올라가 볼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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