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파전칼국수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칼국수를 먹었지만 이대로 집에 가기엔 아쉬웠다. 신진항에 갔던 이유였던 "꽃게"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올해에는 꽃게가 풍년이라고 하니 아니 먹어 볼 수가 없었다. 봄은 암꽃게에 알이 가득 차는 계절이다. 몇 마리라도 집에 가져가서 꽃게탕을 먹어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태안에서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상경하면서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하고 부지런히 두뇌를 가동했다. 생각해 보니 소래포구가 있었다. 악명 높은 곳이지만 싱싱한 수산물을 구하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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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는 거의 10년 만의 재방문이었다. 상전벽해라고나 할까. 과거, 지저분하고 무질서했던 포구 근처는 신축 건물과 확장된 도로로 탈바꿈했다. 주차장도 새로 지어져서 예전 이곳에 올 때마다 겪었던 주차 스트레스도 없었다. 평일인데도 소래포구역에서 소래포구로 향하는 길에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등에 가방을 멨거나 카트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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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어시장 입구. 입구는 한산했다. 길에서 봤던 수많은 사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예전 울퉁불퉁했던 흙길은 아스팔트로 말끔히 포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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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쪽은 바깥에서 볼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암꽃게 18,000원 숫꽃게 13,000원이 눈에 들어왔다. 꽃게잡이가 제아무리 풍년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저렴하다고? 느낌이 싸~해서 일단 패스.
골목 안쪽에서 호객 행위하던 식당 아주머니에게 조금 전 가격에 대해 물었다. 그건 "냉동꽃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냉동꽃게는 활꽃게에 비해 살이 적고 맛이 떨어진다는 부연 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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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꽃게를 파는 점포들은 시장 안쪽 라인에 밀집해 있었다. 대형 플라스틱 대야에 가득 찬 활꽃게들이 뻐끔뻐끔 게거품을 뿜어댔다. "이 비좁은 대야에서 날 좀 꺼내 주시오"라고 외치는 듯. 꽃게 구입은 잠시 미루고 다른 쪽 라인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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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라인은 생선 전문인 듯. 온갖 종류의 생선들이 가판대에 널브러진 채 하나의 요리가 되어질 자신의 운명을 기다렸다. 그런데 소래포구 내부가 이렇게 깔끔했다고? 10여 년 전 기억과 현재의 광경이 자꾸 오버랩돼서 혼란스러웠다. 2017년에 소래포구 시장에 불이 나서 점포 대다수가 타 버렸다고 했는데, 그게 전화위복이 된 듯했다. 보행 통로도 아주 여유롭진 않지만 카트를 끌고 다니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회색 바탕에 노란색 번호와 흰색 상호명이 표시된 점포 간판도 통일성 있고 시인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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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꽃게 점포 라인으로 되돌아간 후 점포 서너 군데에서 가격을 물어봤다. 약간의 편차는 있었지만 1KG당 암꽃게는 27000원 내외이고 수꽃게는 18000원 내외였다. 조금만 사겠다는 아까의 결심을 망각하고 3KG을 샀다.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줘서 들고 가기에 편했다. 키토산 덩어리들이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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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도 살까 하고 잠시 서성거렸지만 싱싱함이 떨어져 보여서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조개를 파는 점포도 많았는데 이곳의 조개보다 신진항의 조개가 더 좋아 보인 것은 심리적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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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서 끓인 꽃게탕. 게살이 엄청나게 달았다. 맛있다는 의미의 "달았다"가 아니라, 게살에서 실제로 단맛이 났다. 설탕의 단맛과는 다른, 덜 자극적이면서도 더 중독적인 단맛이었다. 암꽃게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붉은 알 덩어리를 가득 품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수천 아니 수만 마리의 꽃게가 되었을 알을 먹으며 싸이월드 감성에 잠시 젖었다. 알도 어찌나 고소하던지, 봄날 잡힌 암꽃게의 진가를 오랜만에 온몸으로 체감했다. 수꽃게는 비록 알은 없어도 암꽃게보다 큰 몸집을 가졌기에 달짝지근한 게살 먹는 재미가 있었다.
키토산 완충!
🔊🔊🔊
1. 반듯해진 소래포구 어시장
2. 호객행위는 여전하지만 불쾌하진 않았음
3. 암꽃게의 달콤한 살과 고소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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