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려고 며칠 전 가게에 전화했다. 영업 중이며 매달 둘째·넷째 목요일 휴무도 이전과 같단다.
2022.05.26 - [여행&맛집] - 태안 파전칼국수(2022.05): 이렇게 바지락을 퍼주다간 가게 망해!
하늘은 쾌청하고 바람은 선선해서 여행하기 좋은 날이었다. 태안읍에서 신진항으로 이어지는 603번 지방도로는 뛰어난 풍광은 없지만 한적한 농촌 경관을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신진항 어귀에서 바라본 신진항 일대는 예전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큰 착각이었음이 밝혀졌지만. 「행복한 아침」으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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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환골탈태한 외관의 식당으로 부활한 「행복한 아침」이 있어야 할 자리에 떡하니 서 있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남자 세 명이 식당에서 느릿느릿 나왔다. 다들 포만감에 행복한 얼굴이었다. 예전엔 판넬이었던 건물 외벽은 벽돌로 마감되었다. 간판도 산뜻하게 새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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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새로 생긴 부대찌개와 메뉴에서 삭제된 황태콩나물해장국이 눈길을 끌었다. 테이블은 예전의 것 그대로인 듯. 알록달록한 유아용 의자가 TV 아래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축하 화분도 여러 개 바닥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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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제작된 카운터에는 각종 증서들과 「선박구난유공」이라는 동판이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중문을 새로 제작했다. 중문 위에는 신진도를 하늘에서 찍은 드론 샷(?)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아치형 문 건너편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정리 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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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밥과 전복밥을 주문. 반찬 종류는 예전과 달라졌지만 정갈한 느낌은 여전했다. 마지막 사진의 나물은 식감이 독특해서 이름을 물었더니 「궁채」라고 했다. 상추의 줄기로서 「상추대」라고도 불린다. 오뎅 양념은 떡볶이 양념 맛이어서 입에 착착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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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밥과 전복밥에 넣어 비벼 먹는 양념장과 김 가루. 김 가루를 넣어야만 참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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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세팅 완료. 나무 뚜껑을 열자 쿰쿰한 냄새와 함께 솥 안에 가득한 홍합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래 봬도 바닷가 바위에서 직접 채집된 자연산 홍합이다. 김 가루 넣고 양념장 넣어 쓱쓱 비벼 먹으니 그냥 행복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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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밥 또한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전복 몇 조각 넣어놓고, 전복밥이네 하는 유사 전복밥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복 두세 개는 족히 되어 보였다. 홍합밥보다 덜 고소하지만 김 가루와 양념장을 넣으면 맛이 즉각 업그레이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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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밥·전복밥에 딸려 나오는 생선구이. 오늘의 생선은 가자미·고등어·놀래미다. 가자미는 지난번에도 먹었던 것으로 생선구이 고정 멤버인 듯. 흰 살 생선답게 담백하며 전혀 빌리지 않았다. 고등어는 먹기에 딱 좋게 노릇노릇 구워졌다. 고등어의 고소함을 잘 살려서 구운 듯. 놀래미는 처음 먹어 본 어종인데 기름기가 어마어마했다. 입술이 번질번질해질 것 같았다. 내 취향에는 잘 맞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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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탕. 아… 이건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맵거나 맹맹하지 않으면서도 상쾌한 칼칼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중독성이 강하다. 조미료를 넣었을 것 같은 맛인데 조미료의 기미는 느낄 수 없었다. 조개탕의 조개는 비단조개임. 조개의 양이 줄어든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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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탕에 버금가는 된장국. 이것 또한 직접 맛을 봐야 내가 왜 극찬하는지 알 수 있다. 된장의 텁텁함은 1도 없다. 마셔 보면 된장의 고유한 맛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줄기의 맛이 혀를 가볍게 자극한다. 무슨 비법이 숨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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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동안 그리워했던 홍합밥과 전복밥을 먹고 나니 그저 행복했다. 사근사근하고 빠릿빠릿한 남자직원은 여전히 근무 중이었다. 솔직히 사장인지 직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몇 개월 전에 왔다가 허탕쳤다고 얘기했더니, 가게에 불(火)이 났었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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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주위 풍경. 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바다에는 배들이 여느 때보다 많았다. 수많은 자동차와 배들이 있었음에도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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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던 일 하나. 그동안 그토록 찾아갔지만 늘 문이 닫혀 있던 「정아횟집」이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다. 「행복한 아침」만으로도 행복하니 「정아횟집」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
1. 불이 났었다네?
2. 조개탕과 된장국의 맛은 여전
3. 정아횟집, 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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