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맛집

거제도 문재인 생가(2022.04): 쇠락, 경멸, 시간낭비

by AOC 2022. 4. 14.
반응형

문재인 생가는 여행 계획에 없었다. 거제여상 벚꽃길에서 문재인 생가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기 전까지는.

 

여길 다녀오면 여행 일정이 꼬일 가능성이 컸다. 여행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나였지만, 남해 끝 거제도의 문재인 생가를 언제 다시 구경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100% 시간 낭비였다.

 

 

 

 

▲ 거제여상 벚꽃길에서 문재인 생가까지는 대략 1KM. 자동차로 몇 분 거리다.

 

주차장은 불필요하게 광활했다. 주차장 바닥은 자갈이었는데, 주차할 때 자동차 타이어가 자갈에 긁히는 소리가 엄청났다.

 

 

 

 

▲ 문재인 생가는 주차장에서 약 300m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방문차량 진입금지"라고 되어 있지만 차를 가지고 생가 근처까지 진입해도 무방할 듯. 그만큼 문재인 생가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어쩌다가 방문객이 없는 날이었겠지!

 

이렇게 발끈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평일·휴일 상관없이 문재인 생가를 찾는 사람은 0에 수렴한다는, 마을 주민 여러 명의 전언傳言임.

 

 

 

 

▲ 생가로 가는 길의 동백나무들에는 탐스러운 동백꽃이 꽤 달려 있었다. 동백나무는 모두 내가 애정하는 겹동백나무였다. 겹동백꽃의 고급스러운 색감과 광택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수령樹齡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생가가 있는 마을 진입로는 승용차 두 대의 교행이 가능해 보이는 넓이였다.

 

 

 

 

▲ 마을에 접어들자 「The Moon」이라는 간판이 달린 흰색 외벽 건물이 있었다. 버려진 지 오래된 듯. 건물 외벽에는 앙상하게 말라붙은 나뭇가지들이 거미줄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공포영화에서 자주 볼 듯한 미장센. 이 건물의 정확한 용도는 불명不明.

 

 

 

 

▲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도대체 생가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반파된 주택과 노후화된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생가를 가리키는 표지판도 없었다.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과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하는 플래카드가 부착된 메쉬펜스 너머가 문재인 생가인 것으로 추측할 따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싶어 메쉬펜스를 지나 마을 안으로 더 들어갔다. 다행히 어르신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문재인 생가가 어디냐고 묻고, 메쉬펜스 너머라는 답을 들었다. 문재인에 대해 잘 아시느냐고 묻자, 당연히 잘 알고 있다는 대답.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 묻자, 문재인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감히 문재인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두려움 또는 경외감이 아니라, 경멸과 비호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말투와 표정이었다.

 

그 이후에 만난 몇몇 마을 사람들의 반응 또한 엇비슷했다. 문재인이 태어난 곳인데, 그에 대해 우호적인 동네 주민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 시간을 일부러 내어 찾아온 곳인데 생가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돌아간다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메쉬펜스 옆의 2층 양옥집이 눈에 띄었다. 넓고 깨끗한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집주인이 나왔길래 정원 칭찬을 한 후 문재인 생가의 위치를 물었더니 대뜸 알려주었다. 뜻밖의 수확?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서 출입이나 관람이 불가하다는 집주인의 설명이었다. 지금은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 속칭 "대깨문"들이 사람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컥벌컥 문을 열어젖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대통령이 된 자의 기氣를 받겠다고 그 집의 돌멩이나 기타 잡품을 주인 허락 없이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펜스를 쳐서 출입을 통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

1. 시간 낭비

2. 호기심에라도 가 보지 말 것

3. 문재인에게 비우호적인 고향 주민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