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맛집

거제도 복개천 식당(2022.04): 안심할 수 있는 맛, Sweet Service

by AOC 2022. 4. 11.
반응형

화이트오페라하우스와 외간리 동백나무를 돌아보니 열두 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이른 아침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먹은 게 전부였기에 허기가 슬슬 느껴졌다.

 

여행 출발 전 찜해 뒀던 곳은 파인애플 퓨전 식당인 「파인에이플러스」. 외간리 동백나무처럼 몇 년간 별러왔던 곳이었다.

 

외간리 동백나무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파인에이플러스를 향해 가는 중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아차 싶은 생각에 길가에 정차 후 파인에이플러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매주 월요일이 휴무 OTL...

 

 

대체 식당을 찾아야 했다. 급히 검색해 보니 거제면 사무소 인근의 낙지 전문 식당인 「복개천 식당」의 평판이 좋았다. 다음 목적지인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와 지척이어서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오후 한 시 경 복개천 식당에 도착.

 

식당 맞은편 길가에 가판을 열고 잡화를 팔고 계셨던 할머니 두 분. 매주 4·9일에 거제면 사무소 인근에서 5일장이 열린다고 알려 주셨다. 거제도 유일의 5일장.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5일장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거제 5일장은 아침 일찍 열려서 오전 10시 전후에 마무리된다는 할머니의 말씀. 지금껏 다녀본 5일장 중에 가장 빨리 파장하는 곳이었다.

 

 

 

 

복개천 식당 맞은편에는 식당 여러 곳이 있었다. 대부분 해물 요리가 주력인 식당들이었다.

 

점심시간이어서 한창 바쁠 때인데도 위 식당들에서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웠고, 복개천 식당만이 성업 중이었다. 복개천 식당의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

 

 

 

 

복개천 식당 전경. 건물 외관은 허름했지만 비교적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두 개의 간판은 최근에 제작한 듯 깨끗해 보였다.

 

가게 앞에는 승용차 두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가게 앞에 주차공간이 없어서 식당 근처 도롯가에 주차했다.

 

 

 

 

복개천 식당 입구. 「영업중」이라는 팻말의 붉은색 테두리가 소스라치게 선명했다. 입구에서 주방이 정면으로 보이는 구조가 꽤나 신선했다.

 

복개천 식당의 재료는 오직 하나 「낙지」뿐이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도. 그 4면에서 건져 올려내는 해산물의 종류가 얼마나 많겠는가. 무수한 해산물 중에 단 하나, 낙지로만 승부를 보는 곳이다.

 

 

 

 

복개천 식당의 주력 메뉴는 「낙지볶음」. 1인분에 13,000원. 산낙지(탕탕이)와 연포탕도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

 

우선 낙지볶음을 주문한 후 탕탕이 추가 주문을 잠시 고민하다가 무심코 수조水槽를 쳐다보았는데···.

 

 

 

 

수조 속 낙지들은 지금껏 보아온 낙지들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였다. 서해西海에서 잡히는 낙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크기였다. 낙지라기보다는 문어? 탕탕이로 먹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식당은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다행히 테이블 하나가 비어 있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시 후에 뒤이어 들어온 손님 서너 팀은 웨이팅을 해야만 했다.

 

테이블은 좌식과 의자식 모두 갖춰져 있다. 벽면에는 한문 액자, 달력, 누군가의 사인, 상장 등이 걸려 있었다. 금전운을 부른다는 해바라기 그림과 「입춘대길」이라는 종이가 눈길을 끌었다.

 

 

 

 

낙지볶음이 나오기 전에 깔리는 기본 반찬들이다. 반찬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맛과 질 모두 훌륭했다. 반찬 덕분에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입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특히, 푸른 나물 반찬의 맛이 좋았다. 물어보니 머위와 시금치를 섞었다고 한다. 머위의 쓴맛과 시금치의 단맛이 황금비율로 배합되어, 나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도 여러 번 리필했다.

 

 

 

 

메인요리인 낙지볶음 등장. 사진에서 보이는 양은 2인분이다. 식당 위치가 경상남도인 데다가 바닷가라 간이 세고 매울 것 같았지만, 달짝지근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해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양도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밥과 함께 나온 미역국은 미지근했지만 미역 특유의 비린내가 없어서 좋았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의 입맛에 맞게 세팅된 느낌이었다.

 

 

 

 

밥과 함께 비빈 낙지볶음. 빨판의 크기만으로 보면 낙지인지 문어인지 선뜻 구별되지 않는다.

 

 

 

 

식사 중에 기존 손님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식당 내부가 한가해진 틈을 촬영한 주방 사진. 나름 오픈형 주방이다.

 

여느 식당처럼 자판기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요리는 포장도 된다니 참고할 것. 공깃밥은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 밥 인심이 넉넉한 식당은 언제나 반갑다.

 

 

 

 

복개천 식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덩치가 크고 안경을 쓴 남자 직원이었다. 돌이켜 보면 사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릿빛 피부의 전형적인 바닷가 사내였지만, 말이나 행동의 사근사근함이 이를 데 없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난 후, 수조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저 거대한 물체가 낙지인지 문어인지 너무 궁금했다.

 

식당에 가득한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도, 남자 직원은 웃으며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가식적인 친절이 아닌 몸에 밴 친절이어서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개펄에서 잡는 서해 낙지와는 달리, 남해의 낙지는 바닷속 통발로 잡는데 서해 낙지에 비해 크고 연한 것이 특징이다. 남해 낙지는 돌낙지라고도 부른다.

 

 

 

 

🔊🔊🔊

1. 문어라고 해도 믿을 남해산 돌낙지

2. 안심할 수 있는 음식 퀄리티

3. 우락부락한데 스윗한 남자 직원 or 사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