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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삼척 신다리(2021.06): 기시감이 느껴지는 마성의 육수(feat.삼척 중앙시장)

by AOC 2021.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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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맛집을 검색하면 대게·생선회·해물탕이 90% 이상이다. 삼척 쏠비치의 "셰프스 키친" 석식 뷔페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가벼운 점심 식사로 배를 적절히 비워 놓아야 했다. 대게와 생선회는 내 취향이 아니었고 해물탕은 너무 배부를 것 같아서 패스.

 

 

남은 옵션은 국수나 분식인데 삼척에는 "부일 막국수"라는 전국구 맛집이 있다. 하지만 오래 전 먹어 봤던 부일 막국수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정도로 특이한 맛이다. 내 입맛과는 거리가 멀었고 먹어 본 경험이 있으므로 여기도 패스.

 

삼척 맛집 검색을 거듭하다보니 "신다리"라는 국숫집이 눈에 띄었다. 넉넉한 양, 저렴한 가격, 삼척 현지인이 인정하는 맛 등 신다리를 칭송하는 포스팅이 상당히 많았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식당이라니 뭔가 믿음이 갔다. 물론 정말 현지인이 추천했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부담 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적당량"의 점심을 찾는 내게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 신다리 앞에는 주차할 수 없으므로 도보로 3분 이내 거리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자. 입구 시트지에 대표 메뉴들이 표시되어 있다. 사전조사에 의하면 동치미국수와 열무비빔국수가 베스트 메뉴다.

 

 

 

 

▲ 오후 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홀 안은 거의 만석이었다. 테이블은 좌식도 있고 의자식도 있다. 의자식 테이블 하나가 비어 있어 얼른 자리를 잡았다. 동치미국수와 열무비빔국수를 주문했더니 직원이 아무 말 없이 종이와 볼펜을 쓱 내밀었다. "주문은 메모지에 적어서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뒤늦게 보였다. 손님들이 조용히 식사만 해서 식당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 메뉴판의 서체가 범상치 않았다. 주인장이 메뉴판을 손수 썼다는 글을 본 것 같긴 한데 사실 여부를 물을 만큼 식당이 한가하지 않았다. 주문이 들어가면 주인장이 요리를 시작한다. 국수의 물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국수가 든 소쿠리를 조리대에 여러 번 내리치던데 가뜩이나 조용한 식당이라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요란했다. 게다가 주인장이 노 마스크(No mask) 상태로 요리를 하는 것도 신경 쓰였다.

 

 

 

 

▲ 동치미국수. 국수의 면발은 평이했고 이 국수의 묘미는 육수에 있었다. 육수는 달짝지근하면서도 꽤 새콤한 맛이었다. 어느 정도의 양일지 몰라 천 원을 추가하여 곱빼기로 주문했는데 이건 살짝 미스. 부담 없이 먹으려 했던 점심이었는데 국수의 양이 너무 많았다. 육수를 마시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었는데 충주 갈마가든의 물냉면 육수와 비슷하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갈마가든 물냉면의 육수는 마약 수준이었는데 신다리 동치미국수의 육수도 그에 못지 않았다. MSG가 의심되는 맛이었지만 MSG를 넣은 기미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 메뉴를 선택하면 배가 부른데도 수저로 계속 육수를 들이키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평범한 면발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 열무비빔국수. 동치미국수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메뉴인데 실제 먹어본 첫 느낌은 알쏭달쏭했다. 참기름 또는 들기름을 많이 넣어서인지 고소한 맛이 풍부했고 양념장은 보통 수준 이상으로 매웠는데 국수·양념장·기름·고명 등이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았다.

 

열무비빔국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식사 후반부에 스스로 터득했다. 열무비빔국수의 국수를 양념장에 한동안 담궈 놓았다가 동치미국수의 육수에 옮겨 담아서 먹어 보라. 폭주하던 매운맛이 얌전해지고 새콤한 맛이 더해져 제3의 감칠맛으로 재탄생한다.

 

 

 

 

▲ 밑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와 무생채. 둘 다 평범하지만 국수라는 메뉴의 특성 상 무생채를 많이 먹게 된다.

 

 

 

 

▲ 의자식 테이블이 있는 벽에는 방문객이 남긴 쪽지들이 수북히 붙어 있다. 이 집의 음식이 실제보다 +2만큼 맛있게 느껴지도록 하는 버프를 준다.

 

 

 

 

▲ 신다리 앞의 벽에는 여러 편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선이나 색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삼척의 오래 전 일상이 담담히 묘사된 벽화들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늘 아련하면서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행위다.

 

 

 

 

▲ 삼척 중앙시장에서의 식후 산책. 안내도를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방영되었던 청년몰이 궁금했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이 빠듯해서 포기하고 중앙시장 1층만 둘러보기로 했다.

 

 

 

 

▲ 상부가 지붕으로 덮여 있고 하부는 인조화강석블럭으로 처리되어 있어 깔끔하다. 전통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가 악천후 시 눈이나 비를 맞으며 질척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그런 걱정 없을 듯. 이쪽 라인에는 과일가게·분식점·잡화점이 대다수였는데 인상적인 가게 이름이 많았다.

 

 

 

 

▲ 삼척 중앙시장은 상설장이지만 매월 2일·7일에 5일장도 열린다. 장날이 아니어서였을까. 시장은 한산하고 손님은 드물었다. 상점 주인들이 때때로 가판대 앞으로 나와 손을 휘저어 파리를 내쫓곤 했다. 청년몰은 2층과 3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1층만 대충 구경했는데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삼척 신다리 총평

1. 중독성이 강한 동치미국수의 육수

2. 가성비는 인정하지만 탑 티어라고 하기에는 부족

3. 열무비빔국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약간의 응용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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