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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서울 창동 화승 꽈배기(2021.02): 찹쌀도넛만큼은 "진짜"다

by AOC 202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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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와 도넛 하면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겉에 촘촘히 뿌려진 하얀 백설탕이다. SBS "생활의 달인"에 방영된 "화승 꽈배기"는 무설탕 꽈배기와 도넛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식혜 밥으로 반죽을 만드는데, 생밤·사과·조청이 들어간 반죽 발효액에 오미자·계핏가루를 첨가한 후 일정 기간 숙성시키는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TV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곳은 최소 한 달 이후에 가는 것이 철칙이지만,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방송이 나간 날의 주말 오전에 화승 꽈배기를 찾았다.

 

 

 

 

화승 꽈배기는 쌍문역 2번 출구에서 약 2분 거리다. 이곳 일대의 도로는 매우 좁아서 차량 운행이 쉽지 않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텅 빈 선반. 예감이 좋지 않았다. 좁은 가게 안에서는 사장과 사장의 부인이 부산스레 일하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면 될까요? 죄송해요, 오전 물량은 다 팔렸어요. 밖에 줄 서신 분들은요? 그분들은 아침 일찍 오셔서 번호표를 받으신 분들이에요. 오후 물량은 언제부터 살 수 있어요? 오후 물량은 언제 나올지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네요. 평일 오전에 오시면 상황이 그나마 나을 거예요.

 

사장 부인의 충고를 듣고 빈손으로 귀가.

 

 

 

 

그로부터 며칠 후 평일 오전에 화승 꽈배기를 다시 찾았다. 평일 오전은 괜찮을 거라던 사장 부인의 말과는 달리 대여섯 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오전 물량이 내 차례까지는 올 것 같았다. 잠시 후에 중년 여성이 내 뒤에 섰다. 이 동네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여인은 오래전부터 화승 꽈배기를 알고 지냈는데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팔리지 않은 꽈배기와 도넛들이 선반에 가득 쌓여 있어서 월세나 제대로 내는지 걱정했다고 한다.

 

"생활의 달인"에 방영된 후 가게가 북새통을 이루는 것을 보고 방송의 위력을 절감했지만, 방송에 나왔다고 해서 100% 맛집이라고 믿지는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식당들이 있는데 음식과 서비스 모두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라는 여인의 설명. 그러면 여기에 왜 왔냐고 묻자 방송을 보고 하도 궁금해서 몇 개만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 여인과 대화 중에 또 다른 중년 여성 하나가 대기 줄에 합류했다. 대기자는 나 포함 세 명. 사장 부인이 세 명 모두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사장 부인의 계산 실수. 꽈배기와 도넛은 한 사람이 가져갈 양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도넛 구매는 1인당 10.

 

 

 

 

 

말벗이 되어 준 여자의 간절한 표정을 매몰차게 외면할 순 없었다. 그녀에게 몇 개를 양보한 후 나머지를 포장해 달라고 하자, 맨 나중에 왔던 여자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양보 좀 하시죠"라고 말했다. 여기 오려고 삼양동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왔다는 것이었다.

 

삼양동이 어디인지 몰랐지만 자동차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두 번이나 와서 겨우 받은 꽈배기와 도넛이었다. 양보할까 말까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가운데 내 사정을 얘기했더니 그 여자는 인상을 꽉 찌푸리며 "양보 좀 하세요, 저도 바쁜데 온 거예요"라고 맞받아쳤다.

 

Game Over. 사소한 일에 매정하다고 훈수를 두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양보를 "강요"당할 생각은 없다.

 

 

 

 

양보를 강요하던 여자를 돌려보낸 후 가게를 찬찬히 둘러 보았다. 예전에 판매하던 꽈배기와 도넛 종류는 다양했지만, 방송 출연 후 손님들이 밀려들자 꽈배기와 찹쌀도넛 두 개만 판매 중이었다.

 

 

 

 

 

너무 바빠서일까, 청결까지 챙길 여유는 없어 보였다. 화승 꽈배기의 특징이 무설탕 쌀가루와 기름 먹지 않은 반죽이라고 한다.

 

 

 

 

 

꽈배기. 설탕이 뿌려져 있지 않아 살짝 이질감이 든다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맛은 내 취향에서 벗어나 있다. 단맛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살짝 짠맛이 난다. "기름을 먹지 않는 반죽"이라는 홍보 문구가 빈말은 아니었다. 맛은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느끼함은 1도 없었다.

 

 

 

 

 

찹쌀도넛. 이건 정말 "물건"이다. 꽈배기처럼 전혀 느끼하지 않고, 팥 앙금이 꽈배기에 부족했던 단맛을 더해준다. 먹다 남은 도넛은 냉동 보관했다가 실온에 한두 시간 꺼내두면 먹기 좋은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해동해도 맛은 그대로이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찹쌀도넛 때문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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