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금호마리나리조트에서의 하룻밤은 지난번 숙박과 마찬가지였다. 창문 밖으로는 우리나라 top tier 뷰가 펼쳐졌지만 거실 바닥은 끈적끈적.
실내 인테리어와 청결도를 고려하면 다른 곳에서 숙박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창문 너머의 풍경 때문에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통영대전 고속도로 하남 방향의 산청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정차.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음식을 맛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전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휴게소는 한산했다. 추천 메뉴인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와 「한방牛불고기」를 주문.
▲ 「한방牛불고기」. 제대로 조리되지 않은 불고기는 누린내가 나거나 육질이 질기다. 특히 고기의 누린내는 국물의 양념 향으로도 감추기가 쉽지 않다.
한약 재료를 사료로 썼기에 메뉴명에 "한방"이라고 표기한 건가? 고기에서는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았고 육질도 매우 부드러웠다. 당연히 국물에서도 감칠맛이 났다.
희미한 흑색을 띤 공깃밥도 맛과 찰기가 인상적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어 본 불고기 중 단연 상위 레벨이었다.
▲ 문제의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 아니, 이건 미친 맛이었다.
등심은 연하고 고소했으며, 튀김 상태도 먹기에 딱 좋았다. 그러나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의 하이라이트는 돈가스 위에 뿌려진 "소스"였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돈가스 소스와 다를 바 없었는데, 먹는 순간 곶감의 달짝지근한 향기가 입안에 소용돌이쳤다. 그 소용돌이가 어찌나 강렬했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릴 정도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2014년 산청군은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와 「한방 라면」을 특허 등록했다.
돈가스에는 산청의 대표 특산물인 지리산 곶감을 사용했고, 한방 라면에는 한방재료의 육수에 인삼·대추·마늘·은행 등을 넣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름난 돈가스집들은 많지만, 육질(肉質)이 주된 판단기준이 될 때가 많다.
단언컨대 "돈가스 소스"로만 따진다면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의 소스가 국내 1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가 보지 않은 돈가스집들이 많지만 이 소스의 맛을 능가할 만한 곳은 없을 거로 판단됨.
▲ 거북이 모형이 왜 있을까? 산청은 별주부전과 관계 없는 고장인데.
▲ 경호강 전망대에서 오른쪽 언덕을 바라보면 보이는 거북바위 때문이었다. 거북바위는 경호강과 산청휴게소의 수호신이라는 설명. 거북바위여,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도 지켜주길 바라.
▲ 언덕 위의 정자는 산청 출신의 침굉당 이몽뢰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문예가 조숙했지만 과거에 응시도 하지 않고 모친 봉양에만 힘썼다고 한다. 정자까지 왕복하기로 함.
▲ 효자·효녀 이야기에 반드시 따라붙는 기묘한 이야기
▲ 경호강. 강의 폭은 넓은데 수량이 적어서 황량해 보였다. 정자 바로 아래에는 맨흙이 드러나 있었다. 꽃이나 나무를 심을 준비를 하는 듯.
정자로 올라가는 길은 계단이 전혀 없고 완만해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르막길이라도 설계할 때에 여기처럼 조금만 고민하면 많은 이들이 쉽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지자체가 드문 게 현실이다.
▲ 현판 「경호정 鏡湖亭」
▲ 경호정 옆에는 침굉당 이몽뢰의 효심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정자에 올라서면 산청휴게소로 굽이쳐 내리흐르다가 곧게 뻗어 내려가는 경호강의 전경이 보인다. 뒤편으로는 통영대전 고속도로도 보인다.
▲ 올라갈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벚나무와 진달래. 찬찬히 살펴 보니 경호정이 있는 언덕에 진달래가 많이 심겨 있었다.
🔊🔊🔊
1. 지리산곶감등심돈가스의 소스는 우리나라 최고
2. 경호강과 산청휴게소를 수호하는 거북바위
3. 침굉당 이몽뢰의 효행과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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