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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증도 짱뚱어 다리&한반도 해송숲(2015.12): 미로에서 길을 잃다

by AOC 2016.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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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slow city)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 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이 운동은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의 시장 파울로 사투르니니가 창안하였다.

 

슬로시티 가입 조건은 ① 도시와 자연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 실시 ②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③ 전통음식과 문화보존 등이다.

 

전남-신안-증도-슬로시티-짱뚱어다리-한반도해송숲

 

 

 

증도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섬이다. 증도에는 여러 관광명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짱뚱어다리와 태평염전이다.

 

 

 

 

▲ 짱뚱어다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붉은 열매가 잔뜩 매달린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나무 이름은 알지 못했다.

 

 

 

 

▲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은 「천사의 섬」이라는 별칭을 꾸준히 홍보 중이다. 별칭은 그를 바라보는 타 지역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신안군의 "염전노예" 사건 때문인지 천사라는 명칭은 낯설게 느껴진다.

 

"2위"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서 증도가 2위에 기록되었음을, "1004"는 증도가 속한 신안군의 "1004개의 섬"을 뜻한다.

 

 

 

 

▲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 증도면 소재지와 우전해변을 잇는 길이 472M, 폭 2M의 다리다. 다리 아래의 갯벌에서 짱뚱어·농게·흰발농게·칠게 등 다양한 갯벌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갯벌을 가로질러 우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짱뚱어다리는 앞으로 뛰어 전진하는 짱뚱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다리를 건너며 수시로 갯벌을 살펴봤는데 대부분 작은 게들뿐이었고 짱뚱어는 드물게 볼 수 있었다.

 

 

 

 

▲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이국적 풍경의 해변과 모래사장을 마주한다. 짱뚱어다리를 다시 건너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곳 주변을 더 돌아볼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차에….

 

 

 

 

▲ 「한반도 해송숲」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증도의 한반도 해송숲은 2009년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 천년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한반도 해송숲은 6.25 남침 이후 군과 주민들이 해풍과 모래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고자 해송을 식재하여 조성한 방풍림이자 방조림이다.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운 숲이라는 문구에 혹하여 숲으로 발길을 향했는데 약간 잘못된 선택이었다.

 

 

 

 

▲ 숲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자 광활한 주차장이 나타났다. 주차장 인근 도로에는 고운 모래가 두둑이 쌓여 있었다. 바닷바람이 백사장에서 몰아 온 모래인 듯했다.

 

 

 

 

▲ 한반도 해송숲길은 산책로 자체로만 보자면 딱히 흠잡을 데는 없었다. 높다란 소나무들이 드리운 그림자 덕분에 햇빛 걱정을 덜었고 산책로 바닥은 적당히 푹신한 흙길이라 피로감이 적었다.

 

문제는 표지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주변 경치에 취해 숲길을 걷다 보니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짱뚱어다리는 보이지 않고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짱뚱어다리로 갈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인기척이 1도 없는 해송숲은 더 이상 아름다운 숲이 아니라 공포의 숲이었다.

 

숲길에서 나와 근처 민가의 노인에게 길을 물었는데 노인은 험악한 얼굴로 뭔가를 중얼거릴 뿐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노인의 일그러진 얼굴과 누런 흰자위가 섬뜩하여 그 집에서 황급히 빠져 나왔다.

 

 

 

 

▲ 막막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여 길가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경운기가 다가왔다. 손을 흔들어 경운기를 세웠다. 경운기를 운전하는 이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어르신은 여기서 짱뚱어다리는 꽤 멀다고 알려주었다. 숲길에서 헤매느라 체력을 소진한 내게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르신은 짱뚱어다리 근처로 가는 중이니 원한다면 태워주겠다고 말했고 나는 진심으로 감사해 하며 경운기 뒤에 올라탔다.

 

증도의 바닷바람을 가르며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는 경운기에 올라탄 그 순간만큼은 포르쉐 카브리올레가 부럽지 않았다.

 

경운기로 10여 분 달려 짱뚱어다리 입구에 도착하였다. 걸어서 이곳까지 오려고 했으면 체력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어르신은 증도에 관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말해주더니 쿨하게 떠났다.

 

 

 

 

▲ 짱뚱어다리로 돌아온 게 꿈만 같았다. 자칫 해송숲에서 미아가 되어 한참을 헤맸을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1. 염전노예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음

2. 짱뚱어다리의 실제 모습은 유명세에 미치지 못함

3. 한반도 해송숲에 들어갈 요량이면 정신을 바싹 차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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