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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하남 검단산(2017.09): 백일홍, 너를 보려고 산에 올랐나 보다

by AOC 2017.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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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등산을 위해 전날 밤 굳게 다짐했던 마음이건만 아침이 되니 심하게 요동쳤다.

 

할 일도 많은데 굳이 산에 가야겠어? 흐린 하늘을 봐, 등산 중에 비가 올 수도 있어. 검단산에 오갈 시간에 집 근처에서 조깅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등산을 말렸다. 이쯤 되면 믿을 것은 굳은 의지와 빠른 실행 뿐이다. 부리나케 검단산으로 출발했다.

 

 

현충탑에서 바라본 검단산 하늘은 맑은 것 같기도 하고 흐린 것 같기도 하고 날이 갤 것 같기도 하고 비가 올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등산로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토록 적막하고 어두침침한 검단산 산행은 처음이었다. 산 중턱 공터에서 다시금 정상을 바라보았더니 비구름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

 

 

그것 봐, 비 올 것 같다고 했잖아. 돌아가자.

다시금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자 땀이 쏟아지며 어지러운 정신이 차분해졌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돌계단을 부지런히 올랐다. 숨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몸과 마음은 차분해졌다.

 

 

산에 오르기 전 온통 구름에 둘러싸여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던 검단산 정상에는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시계(視界)도 양호해서 검단산 북쪽의 도심과 남쪽의 두물머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감정이 섞인 예측』은 불완전하다.

 

 

음료수를 마시며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 후 하산했다. 곱돌 약수터 벤치에 너덧 명의 시민이 앉아 쉬고 있었다. 그동안 이곳을 오가면서 심지어 방금 전 산에 오를 때에도 보지 못했던 꽃들이 약수터 옆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형형색색의 꽃들이었다. 여러 겹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은 탐스러웠다. 검색해 보니 〈백일홍〉이었다. 백일홍과의 강렬한 첫 만남은 결국 이 달 말에 또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산 길은 밝고 상쾌했다. 오를 때에는 어두침침하기만 하던 산길 여기저기에 아침 햇살이 스며 들었다.

 

 

현충탑에 돌아오자 맑은 하늘 아래 자리잡은 하남시가 보였다. 몸과 마음 모두 잠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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