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맛집

화천 숲으로 다리(2015.04)①: 외모는 완벽한데 매너가 부족해

by AOC 2016. 6. 25.
반응형

화천군의 관광지 관리방식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화천 미륵바위의 안내간판은 눈에 잘 띄지 않아 한참을 지나친 후에 되돌아와야 했고 붕어섬 진입지점[각주:1]은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자칫 차선을 위반할 뻔 했다.

 

화천 '숲으로 다리'는 그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우선, 내비게이션이 '숲으로 다리'를 검색하지 못했다. 화천군에서도 손꼽히는 곳인데 내비게이션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게 의아했다. 붕어섬 관광안내소 휴관일이어서 물어볼 데가 없었다. 관광안내소 앞의 대형관광지도를 들여다 보았지만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지나가는 마을 주민에게 숲으로 다리의 위치를 물었다.

 

마을 주민은 처음 듣는 곳이라고 답했다.

 

폰툰 다리는 아느냐고 물었다.

 

마을 주민은 그건 또 뭐냐고 되물었다.

 

밧줄로 연결한 플라스틱 통 위에 나무를 얹은 다리라고 답했다.

 

마을 주민은 숲으로 다리와 폰툰 다리가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숲으로 다리가 폰툰 다리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답했다.

 

마을 주민은 그제야 알겠다는 눈치였다.

 

마을 주민이 알려준 곳은 붕어섬 관광안내소 바로 옆에 있었다. 지도에는 붕어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숲으로 다리가 있었지만 일단 마을 주민을 믿고 가보았다.

 

 

 

 

마을 주민이 알려준 곳은 '숲으로 다리'가 아닌 '폰툰 다리'였다. 물살이 세서 다리가 심하게 흔들렸고 다리 상판과 수면이 지척이어서 으스스했다.

 

 

 

 

다리 중앙에 있는 소형 전망대에 올라서면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폰툰 다리를 왕복한 후에 화천군 홈페이지에서 관광안내도를 다운로드하였다. 관광안내도에 '숲으로 다리'와 맞닿은 걸로 표시된 마을에 도착하였다. 이 마을에도 '숲으로 다리'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난감해 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잘은 모르겠지만 저 너머 산책로를 따라가면 내가 찾는 다리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한 대가 가까스로 지날 수 있는 농로를 10여분 달리자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공터 아래에는 강을 따라 시원스레 뻗친 도로가 있었다. 화천군이 자랑하는 '파로호 산소 100리길'이다.

 

30여분을 걸었지만 표지판도 오가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진퇴를 고민하는 와중에 높은 산이 산책로를 막아섰다. 산 입구에는 이러저러한 사유로 인해 입산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자동차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 보았다.

 

관광명소 안내표지판의 크기를 키우고 시인성(Legibility)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이다.

 

화천군 홈페이지의 관광안내도는 지형묘사가 세밀하지 못하다. 지도에는 '폰톤 다리'와 '숲으로 다리'가 '파로호 산소 100리길'로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산에 가로막힌 구간이 있었다.

 

파로호 산소100리길의 풍광은 우리나라 어느 둘레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전 구간을 시멘트로 도배한 것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 도로 일부를 우레탄으로 재포장하고 운치 있는 가로등을 설치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관광명소로 각광받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췄다고 할지라도 방문객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으면 버림받는다. '숲으로 다리'를 다시금 찾아 나섰다. 자꾸 헛웃음이 나왔다.

 

2016/06/25 - [여행] - 화천 숲으로 다리(2015.04) ②: 격렬함 뒤의 고요함

 

 

  1. '중앙로'에서 '강변로'로 이동하는 지점 [본문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