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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화천 미륵바위(2015.04): 애잔하고 따스한 애니미즘

by AOC 201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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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과 불교신앙이 혼합된 '화천 미륵바위'는 화천 꺼먹다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자동차 진행방향 반대편에 있으므로 잘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화천 미륵바위는 화강석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큰 미륵바위는 높이가 170cm이고 둘레가 130cm이다.

 

 

 

 

북한강을 나란히 바라보는 다섯 미륵바위의 모습은 쪼그려 앉은 거인 또는 하늘을 바라보는 거북이를 닮았다고 한다.

 

 

 

 

화천 미륵바위에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전설 하나

옛날 옛적 소금 운반선 주인의 꿈에 화천 미륵바위가 나타나서 강바닥에 묻혀 있어 답답하니 물 밖으로 꺼내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에서 깨어난 소금 운반선 주인은 지금의 자리에 미륵바위를 꺼내놓았다. 그 이후로 이곳을 지나는 소금 운반선 뱃사람들은 미륵바위 앞에서 뱃길의 안전과 장사의 성공을 기원하였다.

 

 

아마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소금을 팔기 위해 타지(他地)로 떠나야 했던 옛사람들은 산적과 산짐승들이 잔뜩 도사린 높은 산과 거세게 몰아치는 북한강의 검푸른 물살을 늘 두려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양으로 배를 저어가던 뱃사람들이 북한강 상류 얕은 물길에 잠긴 다섯 개의 바위들을 발견하였다. 생김새가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뱃사람들은 바위들을 강변에 고이 꺼내놓았다.

 

소금을 팔아 큰 돈을 벌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온 뱃사람들은 그들의 행운과 무탈함이 바위들의 신통력 덕분이라고 믿었다.

 

뱃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러한 믿음이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바위숭배사상은 불교도래 후 미륵신앙과 결합하여 화천 미륵바위의 전설로 승화하였다.

 

 

 

 

전설 둘

 

화천읍 동촌리에 살던 선비가 과거(科擧)를 준비하면서 미륵바위에 치성(致誠)을 꾸준히 올렸다. 선비가 과거응시하러 떠나는 날 초립동(草笠童)이 홀연히 나타나 한양까지 동행하였다. 초립동이 일러준 바를 그대로 따른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였고 벼슬이 양구 현감에 이르렀다.

 

 

아마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옛날 옛적 높은 산과 깊은 강이 막아서는 화천의 궁벽한 산간마을에서 농사도 짓지 않고 산일도 하지 않고 고기잡이도 하지 않은 채 과거(科擧) 준비에 매진하는 선비를 마을 사람들은 '팔자 좋은 놈'이라고 비웃었다.

 

지지부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에 마음이 어지러웠던 선비는 번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미륵바위 앞에서 각오를 매일 다졌다. 그 모습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미륵바위에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날, 선비가 과거에 급제했다는 소식에 화천은 발칵 뒤집혔다. 마을 사람들은 미륵바위 덕분일 거라고 쑥덕거렸다.

 

양구 현감을 제수받아 돌아온 선비는 미륵바위 앞에 한동안 말없이 서서 암울했던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벅찬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 선비의 과거 급제가 부럽기 그지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미륵바위에 자신들의 아들을 매일 데리고 와서 절하고 기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미륵바위 기단 아래에 핀 봄꽃

 

웅장하거나 미려(美麗)하지는 않지만 옛사람들의 고단한 삶에 한줄기 희망이었던 다섯 개의 기묘한 바위. 선조들의 희노애락이 애니미즘으로 승화된 화천 미륵바위에는 애잔함과 따스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주소: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대이리 344-3 │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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