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한옥마을에서 가볍게 몸을 푼 다음 북촌 한옥마을에 도착.
북촌 한옥마을은 세 번째 방문이었다.
첫 번째 방문 때에는 북촌 한옥마을의 지리에 대한 사전준비가 없었던 관계로 골목을 마구잡이로 누볐고, 두 번째 방문 때에는 「풍년쌀농산」에서 식도락만 즐겼을 뿐이었다.
문제는, 이번에도 별다른 사전준비가 없었다는 것.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
3호선 안국역에서 하차하여 3번 출구로 OUT.
익선동 한옥마을과는 다르게 지하철역 출구 근처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계동길」을 걸어 올라가는 루트를 택했다.
▲
지난번 북촌에 왔을 때와는 천양지차의 풍경이었다. 좁지 않은 인도人道에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계동길 초입에는 현대 본사 건물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곽상언의 현수막의 "대중교통비 50% 지원 추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무료 또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사람을 나는 늘 경계해 왔다. 나의 대중교통비 50%를 무상으로 받는다는 건 어딘가에서 그 50%를 끌어와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뭐 어때. 돈 많은 놈들이 내는 세금으로 지원받는 건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나는 늘 경계한다.
이런 자는 당신이 자신보다 돈이 조금이라도 많다고 생각되면 파렴치한 행위도 서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에게는 죄책감 따위는 없으며, 어떠한 부도덕한 행위도 자신만의 도덕률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
현대계동사옥 주차장. 공유주차장이라고 적혀 있다. 공유주차장의 개념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공영주차장의 민간 버전인 듯싶었다.
서울 도심 주차장답게 주차비는 상당했다. 30분에 2,000원. 1시간이면 4,000원이다.
평일·주말 최대요금이 12,000원이니까 3시간을 주차하면 최대요금에 해당하는 셈이다.
근처의 정독도서관의 주차비가 비교적 저렴하지만 그곳에 주차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1만원 정도를 내고 이곳에 주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처음 들른 곳은 「북촌문화센터」. 주차공간은 당연히 없다. 입구에 체온 측정기가 있었지만 체온 측정이 강제는 아니었다.
이곳은 「계동마님댁」으로 알려진 근대 한옥이었는데,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하여 2002년 10월 29일에 문화센터로 개관하였다.
이곳 일대가 북촌北村이라 불린 유래도 소개되어 있었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한옥마을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뜻에서 북촌이라고 불렸다.
▲
일단 들어온 만큼 북촌문화센터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하여 보수했다던데 고택古宅 특유의 정취를 느끼기 어려웠다.
▲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행위를 가리켜 「감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벌린다」라고 한다. 북촌문화센터에서만큼은 그 요행이 현실로 일어나는 모양이다.
▲
북촌문화센터에서 나온 뒤 계동길을 북쪽으로 잠시 걸어 올라가다가 좌측 언덕길로 진입. 헌법재판소를 먼 발치에서나마 보고 싶었음.
한글로 「스타벅스 커피」라고 적은 스타벅스 매장은 처음 봤음. 아이스 카페라테가 고팠지만 북촌 투어하기에 시간이 빠듯한 관계로 패스했다.
▲
「London Bagel Museum」
매장 이름을 보면 베이글을 파는 곳 같은데, 대기 고객이 상당히 많았다. 맛집인가?
"내가 너에게 따뜻한 베이글과 커피를 줄 테니 제발 기다려줘!"
궁금했지만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북촌을 빨리 일주한 후 「그곳」에서의 점심 식사가 무척 간절했기 때문이다.
▲
「헌법재판소」. 지난 몇 건의 판결을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비뚤어진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 바로 아래에는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부하직원 성추행 의혹을 떠안고 자살한 박원순이 설립한 그 가게가 맞는 건가?
▲
그냥 이대로 막 다니면 지난번처럼 헤맬 것 같았다.
지도에 표기된 부분에서 여러 명의 관광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한 명에게서 북촌 한옥마을 안내도를 받을 수 있었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관광가이드가 지도를 건네주면서 관광핵심지역을 펜으로 표시해 주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
북촌 한옥마을에 진입하기 전에 「부빙」에 들러 팥빙수를 먹으려 했다.
「부빙」은 부암동에 있는 팥빙숫집인데 "서울 3대 팥빙수"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부빙」으로 가는 길에 미쉐린 빕구르망에 3년 연속 선정된 「꽃밥마켓」이 있었다. 친환경 환경 도시락을 판매한다. 패스.
▲
「백년토종삼계탕」에는 손님이 많았다. 식당 앞에는 주차공간도 있었다. 식당 앞 조형물인 노란 닭의 놀란 얼굴이 재밌기보다는 왠지 경악스러웠다. 삼계탕 재료가 되기 직전의 닭의 뜨악한 표정 같았다.
▲
한옥으로 지어진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은 외부 디자인이 아기자기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이곳을 드나드는 손님들도 많았다. 나름으로 인지도가 있는 것 같았다.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옆에는 한옥 대여점이 있었다. 벚꽃 조형물 아래에 비치된 연분홍색 한복이 눈길을 끌었다. 서너 명의 동남아시아인 관광객이 한복을 대여받으려는 듯 한복 거치대를 살펴보고 있었다.
▲
꽤 걸었는데도 「부빙」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도 앱을 켜보니 상당히 지나쳐 온 상태였다. 힘도 들고 짜증도 났지만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부빙」 가회동점은 대로변 안쪽 골목에 있다. 대기 고객이 열 명 가까이 돼 보였다. 30~40분은 기다려야 할 분위기여서 팥빙수 시식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을 중간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 「북촌문화센터」에서 보았던 외국인 청년을 여기에서 또 보았다. 사진 촬영에 꽤 진지한 모습이었다.
▲
골목길에 접어들자 잠시 후, 북촌의 사진 스팟 중 한 곳이 나타났다. 사진에서 봤을 때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한옥 감상. 담장이나 외벽은 모두 현대적 공법으로 지어졌기에 정통 한옥의 풍취가 느껴지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
북촌 한옥마을 사진 스팟. 북촌 관광객의 80%는 이곳에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한적한 한옥마을의 풍경을 찍는 것은 불가능했다.
▲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을 향하여 재출발. "북촌 최고의 전망대·포토존"이라는 시트지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다.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진입로 초입에 「맹현孟峴」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조선 초기 정승을 지낸 맹사성과 그의 후손들이 이 고개에서 모여 살았다고 한다.
▲
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낮은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고불 맹사성 집터」라는 안내판이 있다. 당시, 경복궁까지 출퇴근하기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던 듯.
입장료는 5천원이고 입장료를 내면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다. 추가금을 내야 마실 수 있는 음료도 있다. 1천원을 더 내고 아이스 오미자차를 주문. 주문하면 알림벨을 준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음료가 나오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
카운터 맞은편의 기념품 판매대. 무심코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촬영 금지" 문구가 보였다.
▲
한옥, 2층 전망대, 전통 정원 각각으로 향하는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돈이 들긴 하겠지만 방향 표시 안내판을 현재의 A4 용지 대신 감성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
카운터 바로 옆에는 작은 로비가 있고, 로비 옆에는 로비 크기의 방이 있다. 그 방에 앉아서 냉 오미자차를 마시며 땀을 식혔다. 오미자차는 너무 달지 않아서 좋았다. 두 번에 나눠 완샷!
▲
바깥 정원의 한옥. 오는 내내 한옥만 봤던 터라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한옥 앞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
기대가 컸던 2층 전망대. 한옥 지붕이 끝없이 물결치듯 이어지는 장관을 기대했지만 그건 과욕이었다. 한국 내려다보이는 한옥 지붕들 대부분은 상하고 색이 바래서 보기에 좋지 않았다. 저 멀리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까지 막힘 없이 시원스레 트여 보였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떠나려는데 옆에 앉아 있던 외국인 여자가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국적은 인도이고 지금은 런던에 체류 중이라고 했다. 한국의 9월이 이렇게나 더운 줄 몰랐단다. 북촌 한옥마을에 관해 묻길래 관광가이드에게서 받은 지도를 보여주며 대략적인 관광루트를 알려주었다. 차분한 성격에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여행 와서 배운 우리나라 말 몇 마디를 내게 들려줬는데 발음이 꽤 정확해서 놀라웠다.
통성명하고 이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더 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
북촌 한옥마을 서쪽길을 타고 하산(?). 카페와 식당이 다수 있었다. 서쪽으로 막힘이 없어 시원스러운 전망이 내내 펼쳐졌다.
▲
내려가는 중에 「복정福井」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았다.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복정」을 보러 여길 또 언제 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정福井」은 조선 시대에 궁중 전용 우물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평상시에는 우물 뚜껑에 자물쇠를 채우고 군인들이 지켰으며 일반인의 접근이 엄금되었다. 다만, 대보름에는 일반인도 물을 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해서 우물 내부에는 이끼가 잔뜩 끼었고, 용출수의 양도 많지 않은 듯 우물로부터의 물의 흐름도 없었다.
▲
「복정福井」 바로 옆에는 「코리아 사우나」 건물이 있다. 빈 건물에는 임대문의와 촬영장소 대관문의 안내문 등이 어지러이 붙어 있었다. 「복정福井」과 함께 「코리아 사우나」 건물이 만들어내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
작년 11월에 왔던 「풍년쌀농산」. 그 당시에는 이곳 일대의 상권이 폭망에 가까울 정도의 침체를 겪었는데, 이게 웬걸, 관광객들로 골목 전체가 들끓었다.
「풍년쌀농산」에서 가볍게 떡볶이를 먹고 점심을 먹으러 가겠다는 생각은 「하룻밤의 꿈」이 되어 버렸다. 가게 내부는 손님들로 만석이었고, 테이크아웃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떡볶이는 먹지 않아도, 떡꼬치는 포기해도, 어묵은 맛볼 수 없어도, 「식혜」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2021.11.28 - [여행&맛집] - 서울 종로구 북촌 풍년쌀농산(2021.11): 강력 추천 북촌 맛집
작년에 마시며 느꼈던 황홀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적당한 수위의 단맛과 깔끔하고 청량한 뒷맛. 「풍년쌀농산」 식혜의 매력은 작년 그대로였다.
가게 앞에서 식혜를 드링킹한 후 점심을 먹으러 출발. 골목길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니 알 수 없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
아……. 최악의 상황이었다. 가게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골목은 장사진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뭐 어때. 내가 가려는 식당에만 사람이 없으면 되지」라고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점찍어둔 식당으로 향했다.
▲
자기확신의 주문이 작동한 것일까? 내가 마음에 뒀던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 앞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이거야말로 스스로의 믿음이 현실화하는 마법 아닐까? 골목길 안쪽 식당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볍게.
문 앞에는 「추석 연휴 식당 휴무」라고 적혀 있었다. 배고픔과 허망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
대안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그 골목에 「삼청동 호떡」이 있었다. 유명세 여부는 알지 못했지만, 일단 허기부터 해결해야 했다. 꿀호떡 세 개를 주문.
그런데 신용카드 결제불가라는 문구가 뒤늦게 보였다. 낭패였다.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주위를 살펴보니 계좌이체가 가능했다. 폰뱅킹으로 송금.
호떡을 사 들고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먹어본 삼청동 호떡은 일반적인 호떡보다 두툼했다. 맛은 기존 호떡과 비교해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
1. 북촌 관광안내지도는 꼭 챙길 것
2.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의 전망대 뷰는 글쎄…
3.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은 다음 기회에
'여행&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 소래포구(2022.09): 가을 꽃게와 대하(흰다리새우) 시세를 알아보자 (0) | 2022.09.15 |
---|---|
인천 국제공항 소문笑門(2022.09): 알탕 돌려줘! (0) | 2022.09.14 |
서울 익선동 한옥마을(2022.09): 우한폐렴 끝난 건가? (0) | 2022.09.11 |
수원 갤러리아 광교점 정돈: 튀김옷, 이것은 「예술」이다! (0) | 2022.08.30 |
태안 신진항(2022.08): 신진항 오징어 8월 말 시세, 나비효과 (0) | 2022.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