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겠다. 물회·생선회 등 몇 가지 해산물 요리를 제외하고는 포항에서 맛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트레킹을 마치고 나면 점심시간이 될 것 같아서 여행 전에 둘레길 근처 식당을 검색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포항에 갈 때마다 들렀던 두리반을 떠올렸지만 다음 목적지인 불국사와 역방향이었다.
불국사 근처의 두부전문식당 콩이랑과 두부마을의 블로그 리뷰들을 살펴보았는데 대가성 후기를 솎아내기가 어려웠다.
금전적 대가를 받은 포스팅은 그 사실을 적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 두 곳 모두 블로거들의 평판이 좋았지만, 불국사에서 조금 더 가깝고 메뉴가 단출한 두부마을을 선택했다.
주차는 매우 편했다. 눈에 띄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현란하고 거대한 입간판이 도로가에 서 있었고, 약간 과장해서 백여 대는 주차 가능한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은 비포장 상태라 다른 차가 이동할 때에 먼지가 무지하게 날린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먼지샤워 체험자의 충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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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향토식당의 전형적인 외관이었다. 입구 안쪽에는 기타, 악기, 시적 문구가 붙어있는 벽이 있었다. 실내도 외관만큼 토속적이었다. 큰 돈 들이거나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주인장이 자신의 주관대로 자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어 멋을 부렸음이 역력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겪어봤던, 어중간한 식당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상당히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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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시각이 오후 두 시경이었으므로, 여기 식사가 실패하더라도 저녁식사에서 만회하면 된다는 배수의 진 비슷한 각오를 다졌다. 얼큰순두부·들깨순두부·청국장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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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세팅된 반찬을 보니 마음이 다소 놓였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반찬들이 적당한 양으로 나왔다. 얼큰순두부와 들깨순두부에는 두부 스테이크가 서비스로 나왔다. 두부마을 요리를 간략히 요약하면 가성비를 뛰어넘는 식사였다.
얼큰순두부는 이름 그대로 꽤 얼큰했고, 새우·홍합 등을 우려낸 국물의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자칫 텁텁할 수 있는 들깨순두부도 들깨의 고소한 맛을 잘 살리면서 깔끔한 식감을 보였다. 청국장도 평균 이상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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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순두부와 들깨순두부에 맛보기로 제공되는 두부스테이크. 단품 주문도 가능한데 그럴 일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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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반찬이었다.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사람에 따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특이한 반찬 대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반찬들이었다. 반찬의 양도 절묘하게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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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맛있었다.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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