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맛집

증평 사곡리 말세우물(2017.10): 세 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

by AOC 2017. 11. 7.
반응형

여러 번 방송됐던 신비한 우물이다. 작년 여름 괴산 산막이옛길에 왔을 때에 둘러보려고 했던 곳인데 여의치 않았다. 괴산 문광저수지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20분 거리다.

 

우물이 위치한 충북 증평군 증평읍 사곡리는 한적하고 볕이 잘 드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우물은 동네 안에 있다. "영천(靈泉)"이라는 기단 위에 말세 우물의 기원과 내력을 알리는 비석이 있다.

 

 

 

 

이 우물의 기원은 참으로 신비롭다.

 

1456년 한 스님이 이 마을을 지나다가 동네 아낙에게 물 한 잔을 청했다. 아낙이 두어 시간 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물 한 바가지를 들고 돌아오자 스님이 연유를 물었다.

 

- 물 한 바가지인데 어찌 그리 오래 걸리셨소?

- 스님, 이 마을에는 물이 나질 않습니다. 그동안 동네 장정들이 마을 이곳저곳을 파봤지만 물이 한 방울도 안 나온답니다.

- 그럼 그 물은 어찌 구하셨소?

- 여기서 조금 걸어가면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답니다. 거기서 떠오느라 늦었습니다.

- 조금이라면 얼마나 됩니까?

- 10리가량 됩니다만….

 

아낙의 정성에 감복한 스님은 아낙에게 동네 장정들을 불러 모으라 일렀다. 스님은 그들에게 자신이 지팡이로 가리킨 곳을 파면 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땅을 파던 동네장정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하수가 솟아나왔다.

 

마을사람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스님의 도력과 공덕에 감사를 표했다. 스님은 짐짓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이 우물은 가뭄이 와도 마르지 않고 장마가 와도 넘치지 않을 것이오. 다만 이 우물이 스스로 불어나면 큰 변고가 생길 것이고, 불어나서 세 번 넘치면 말세가 올 것이니, 그때가 되면 마을을 버리고 멀리 도망가시오.

 

 

 

 

마을사람들은 묘하게 생각하면서도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후대에 전했다.

 

스님의 말씀대로, 이 우물은 가뭄과 장마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위를 항상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물물이 콸콸 넘쳤는데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이후 1910년 한일합방 때에도 우물이 넘쳤으며, 1950년 6월 24일에도 우물이 넘쳤는데 그 다음날 북괴군이 기습남침하여 온갖 만행을 저지른 6.25 사변이 일어났다(그러고 보니 세 번 넘쳤음). 1995년 11월에도 우물물이 불어나 마을사람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다행히 넘치지 않고 내려앉았다고 한다.

 

 

 

 

이 우물의 미스터리는 하나 더 있다. 일반적으로 우물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가라앉아 죽기 마련인데 이 우물에 빠졌다가 이스라엘의 사해(死海)처럼 둥둥 떠서 무사히 구출된 아이가 네 명이나 있다고 한다.

 

 

 

 

1947년 음력 2월 우물 하부석축이 파손되어 마을사람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수리를 하였다. 이후 마을에는 심한 흉년이 들었고, 한 여자아이가 물을 긷다가 우물에 빠졌는데 예전처럼 물위에 뜨지 못하고 익사하였다.

 

 

 

 

증평 사곡리 말세우물 전경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주변에 구경거리도 없지만 꼭 한 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시간을 내어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