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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괴산 문광저수지(2017.10): 나주 배 뺨치는 배를 맛보다

by AOC 2017.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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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주인공은 단연 빨갛게 물드는 단풍나무지만, 병아리처럼 노랗게 변하는 은행나무도 만추(晩秋)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지금까지 가본 은행나무 가을명소는 충남 아산 곡교천,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경북 경주 통일전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벅찬 감동과 큰 힐링을 받았다.

 

은행나무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괴산 문광저수지. 내비게이션이 문광저수지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안내할 경우에는 "괴산 소금랜드"를 탐색하는 것이 좋다. 괴산 소금랜드 바로 옆이 문광저수지다.

 

괴산 소금랜드

주소: 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55-5

전화: 043-833-0022

 

 

 

 

주차장은 무료지만 주차면수가 넉넉하진 않다. 괴산 소금랜드 입장료는 유료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방죽 위에 줄지어 선 은행나무와 문광저수지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79년 묘목상이던 동네 주민이 기증한 은행나무 묘목 300그루를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저수지 둑에 심었는데 이제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가을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방송·블로그의 찬사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곡교천이나 통일전에 비해 규모가 작고, 홍천 은행나무숲과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정오가 지난 터라 햇볕은 이제 따가웠지만 바람은 매서웠다. 둑 위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이고 둑 아래는 흙길이다. 은행나무는 잎을 반 이상 잃은 상태였고 은행 냄새도 간간이 났다. 나들이온 유치원생들이 열 명 내외 단위로 기념사진 촬영 중이었다.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아직 모를 나이지만 늦가을 햇살의 날카로움은 알고 있다는 듯 다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서로 손을 꼭 잡고 포즈를 취했다.

 

 

 

 

둑 끄트머리에는 사과·배·커피를 파는 간이천막이 있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저수지 나무데크길로 이어진다. 나무데크길은 폭이 좁다. "양곡정"이라는 정자를 지나면 "포토존"이라는 이정표와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면 은행나무 둑에서는 보이지 않던 저수지 너머의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냥 논과 밭일 뿐이다.

 

별도의 이정표가 없어서 나아갈지 돌아갈지 고민했는데 가다가 길이 끊기면 낭패라는 생각에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나중에 확인해 본 바로는 계속 나아가도 둘레길은 이어진다.

 

 

 

 

황구(黃狗)가 길 중간에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의 기척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데 세상 만사 귀찮다는 듯한 황구의 표정이 흥미로웠다.

 

 

 

 

간이천막에 들렀다. 판매대 앞에는 앵두처럼 생긴 과일이 놓여 있었는데 꽃사과라고 한다. 시식용 사과조각과 배조각이 쟁반에 놓여 있었는데 배맛이 예술이었다. 당도도 높고 즙이 넘쳐 흘렀다. 이렇게 맛있는 배는 최근 몇 년간 먹어 보질 못했다. 배를 사면서 시식용 배조각을 배 하나하고 반쪽만큼 먹었던 듯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고 사근사근해서 손님들이 많이 몰렸다.

 

 

 

 

속리산 세조길과 법주사에 이어 문광저수지까지 둘러보고 나니 피곤했다. 마지막 일정인 증평 사곡리 말세우물에 들른 후에 초정약수원탕에서 개운하게 목욕하고픈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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