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은 24절기 중 하나로서 쾌청한 가을날씨가 계속되지만 아침과 저녁의 기온이 내려가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상강 아침의 검단산은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차에서 내리자 한기(寒氣)에 몸이 움츠러 들었다. 윈드재킷 없이 셔츠만 입고 온 걸 후회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으므로 등산화 끈을 서둘러 조였다.
초가을까지만 해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추위와 함께 여유를 얻었다. 현충탑 단풍나무의 짙붉은 단풍잎을 보니 온몸에 서늘함이 더했다. 등산스틱을 잡은 손이 시렸다.
묘한 일이었다. 주차장·현충탑에서는 얼음장 같던 공기가 등산로에 들어서자 포근해졌다. 걸어서 몸이 달아오른 것인지 숲이 찬바람을 막아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몸 전체로 퍼지는 훈훈한 느낌이 좋았다.
등산로에는 올라가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드물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만 이따금 들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등산로 근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까마귀 무리가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푸드덕 날아올랐다. 단풍색으로 완전히 바뀌지 못한 채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잎사귀들이 등산로에 수북했다.
하트 모양을 닮은 붉은 낙엽. 아랫부분이 변색되고 중간에 구멍이 난 하트.
정상으로 오르는 돌계단. 뒤따라오는 남자 때문에 불안했다. 돌계단 시작점부터 내 뒤를 바싹 따라왔는데 조금 지나자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돌계단 중간지점에서 결국 멈춰서는 기척이었다. 119를 불러야 할 만큼 위태롭던 남자의 호흡을 뒤로 하고 정상에 올랐다.
상강이었는데도 산에는 서리가 내린 흔적이 없었고 정상은 쾌청하고 햇볕이 따사로웠다. 북한강·남한강·경안천·양수리·팔당대교가 이토록 선명하게 보이는 날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남산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정상에서 현충탑으로 내려가면서 찍은 정상부의 단풍
곱돌약수터 백일홍의 고운 빛은 한풀 꺾였지만 고고한 자태는 여전했다.
멧돼지 출현을 경고하는 현수막이 새롭게 걸려 있었다.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 산을 오르내린 적이 있었는데 자제해야겠다.
산행시기: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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