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미가〉에서 황태와 더덕의 진수성찬을 먹은 지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청초호 국화전에서 열심히 걸어다녔지만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았다. 여행일정을 모두 끝내고 숙소로 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고성 〈백촌막국수〉를 건너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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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하찮게만 보였던 허름한 외관에서 광채가 났다. 작년과 비슷하게, 도착한 시각은 오후 네 시경이었고 식당 옆 공터에는 차량이 가득했다. 식당 밖은 고요하지만 식당 안은 손님으로 북적거릴 게 분명했다. Deja Vu. 식당에서 엄마와 딸이 나왔다. 앞장선 딸을 뒤따르던 엄마가 「아, 배불러. 아, 배불러」 하고 연신 중얼거렸다. 그 마음, 100%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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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였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걸까. 아무튼 미스테리한 곳이다. 식당에 들어설 때에 건너편 테이블의 애기 엄마가 막국수 한 그릇을 추가주문하고 있었다. 아무런 말없이 막국수를 흡입하던 옆 테이블 중년 부부는 식사가 끝나자 비로소 서로를 바라보며 「정말 맛있네」라며 끊임없이 말을 건넸다.
애기 엄마나 중년 부부나 백촌막국수에 처음 온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전에 와봤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곱빼기를 시켰을 테고 "맛있다"라는 말은 사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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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볼 필요도 망설일 여유도 없었다. 막국수 곱빼기를 주문했다. 반찬은 작년과 다를 바 없었다. 훌륭한 반찬이지만 막국수를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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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1년간 기다린 내 마음을 너는 아느냐! 분풀이를 하듯이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을 과격하게 들이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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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젓가락을 입에 넣기 전 일말의 두려움이 있었다. 작년의 감동이 왜곡돼 있던 건 아닐까? 그간 막국수 맛이 변한 건 아닐까?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었던 건 아닐까?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입이 행복해하고 마음이 노래불렀다. 두 시간 전에 먹은 황태구이와 더덕구이가 가득찬 뱃속으로 막국수와 동치미 국물이 감미롭게 스며들었다. 곱빼기로 시킨 막국수 면이 거의 다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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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짜고 시원하며 개운한 동치미 국물을 원없이 들이키려고, 동치미 국물 한 대접을 더 받았다. 국물을 한 숟갈 마셨는데 이상했다. 막국수랑 함께 먹을 때와는 천양지차의 맛이었다. 달고 짜고 시원하며 개운한 대신, 밍밍하면서도 약간 쓴 맛이 났다.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살펴보니 동치미 국물에 마늘 여러 개가 들어 있었다. 쓴 맛은 마늘에서 우러나온 것 같은데 도대체 이 집의 비법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동치미 국물만 따로 먹으면 밍밍하면서도 약간 쓴 맛인데, 국물을 면에 부으면 환상적인 미각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이건 마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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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궁금증만을 안은 채 떠나게 되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으로 여기까지는 두 시간 반 거리지만 여기에 오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에 올 때까지 기대와 궁금증을 가슴 속에 묻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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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 162
전화: 033-632-5422
■ 여행 시기: 2017년 10월 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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