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롯데리조트(2015.12): 부여가 내세울 만한 리조트

진도타워를 떠난 시각은 대략 오후 네시 반. 서해안의 일몰이 동해안의 일몰보다는 늦긴 하지만, 겨울이다보니 오후 다섯 시부터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난생 처음 가 본 부여. 부여IC로 나와 부여 롯데리조트까지 가는 밤길은 으슥하고 인적이 드물어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백제의 고도(故都)에서 풍기는 비장한 아우라가 섞인 어둠은 한층 농밀해졌다.

 

롯데리조트 근처에 다다르자 비로소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롯데리조트에 들르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롯데아웃렛으로 직행. 늦은 시간이라 식당은 모두 영업 마감 중이었다. 롯데리아에서 데리버거세트를 사들고 롯데리조트에 입성!

 

새로 지어진 리조트답게 로비부터 삐까뻔쩍. 그와 대조적으로 프런트 직원은 피곤에 지친 얼굴이었다. 응대도 약간 설렁설렁.

 

배정받은 객실은 23평형 트윈+온돌 타입. 거실 겸 침실 하나, 온돌방 하나, 화장실 하나의 구조였다.

 

객실 전체적으로 백열등 계열의 조명은 어두운 편이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줬다.

 

아늑한 색조의 전등 아래에서 온기가 아직 남아있던 데리버거세트를 먹고 취침. 정말 길었던 하루였다.

 

 

 

 

▲ 지방의 공기가 도시보다 좋은 건 일반적이지만, 지방 중에서도 공기가 유난히 좋은 곳이 있다. 강원도 양구의 공기가 참 좋다고 느꼈었는데, 부여의 공기도 그에 못지 않았다.

 

반원형(半圓形) 리조트는 부여 롯데리조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알록달록한 구조물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외벽에 생동감을 준다.

 

 

 

 

▲ 부여 롯데리조트 바로 옆의 ｢롯데스카이힐부여CC｣

 

 

 

 

▲ 어제 데리버거세트를 샀던 ｢부여 롯데아웃렛｣. 리조트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다. 오전에 잠시 들를까 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결정.

 

 

 

 

▲ 체크아웃을 하고 1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부여의 과거와 최근 사진이 로비 한쪽에 전시되어 있었다.

 

 

 

 

▲ 저 멀리 프런트가 보인다. 로비 정문 맞은편에는 ｢엔젤리너스 커피｣가 있다. 롯데리조트에 롯데 계열 카페가 입점한 건 당연지사.

 

카페는 리조트 설계 컨셉에 맞춘 듯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테이블·소파·의자 모두 깔끔 그 자체였음. 이른 아침이어서 이 넓은 카페에 손님은 단 한 명뿐이었다.

 

모닝커피를 즐기는 몸이라 카페라떼를 주문하러 가다가 잠시 주춤. 평소 엔젤리너스의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리조트 근처에 카페가 없으므로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카페라떼를 주문해서 한 모금 마셨는데 이게 웬걸? 지금까지 몇 번 마셔봤던 엔젤리너스의 카페라떼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적절한 산미(酸味)와 깔끔하면서도 고소한 우유 거품은 다른 엔젤리너스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기 바리스타의 손맛이 유별난 건가?

 

가슴이 뿌듯해지는 카페라떼를 들고 로비 정문 밖으로 나가보았다.

 

 

 

 

▲ 배흘림 양식의 기둥의 도열. 가슴이 웅장해졌다. 처마 밑에서 바라본 롯데리조트. 아기자기한 건 인정하는데 자주 보면 질릴 수도 있겠다. 리조트의 외관이 질릴 정도로 부여에 자주 올 일이 있을까? 불필요한 걱정이었음.

 

 

 

 

▲ ｢대한민국 최대·최초 한옥 원형회랑｣ 안내석

한옥 건축양식을 이용한 최대 둘레 약 117M, 지름 37.3M, 높이 7.14M, 전체면적 약 1,092㎡, 회랑면적 약 541㎡의 대한민국 최대 한옥 원형회랑이라고 한다.

 

 

 

 

▲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옥 원형회랑을 돌면서 카페라떼를 음미. 어제 타이트하게 진행했던 진도 여행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한가로움과 여유를 만끽했다.

 

 

 

 

▲ 엔젤리너스 커피 야외 테라스.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

1. 독특한 외관의 반원형 리조트

2. 신축의 향기가 가시지 않은 내·외관

3. 커피를 잘하는 엔젤리너스를 보유한 리조트